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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병 에어컨 항아리 냉장고

참도 2016. 6. 16. 11:12

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과 냉장고를 찾는 사람이 많다. 만약 전기가 없어 에어컨과 냉장고를 쓸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전기 없이 작동하는 에어컨이 나왔다

 아프리카에서는 전기 없이도 채소와 과일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인기다.

자연의 힘을 이용한 지혜로운 여름 나기 기술들이다.

페트병으로 실내 온도 5도 낮춰

방글라데시에서는 여름 한낮 온도가 섭씨 45도까지 올라간다.

사회적 기업인 그라민 인텔은 광고회사 그레이 다카와 함께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페트병 에어컨 '에코 쿨러(Eco Cooler)'를 개발했다. 전기 없이 작동하는 이 에어컨은 올 초까지 방글라데시 2만5000여 가구에 설치됐다.

 에코 쿨러를 달면 바로 실내 온도가 최소 5도 떨어져 햇볕에 달궈진 양철집에서는 금방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페트병으로 만드는 에어컨, 항아리로 만드는 냉장고.

에코 쿨러는 페트병의 넓은 쪽이 창밖에 있고 주둥이 부분은 집 안으로 들어간 형태다.

 냉각은 단열팽창 원리를 이용한다. 페트병으로 들어온 외부 공기는 좁은 주둥이를 지나 실내에서 갑자기 팽창한다.

공기의 부피가 늘어나려면 에너지를 줘야 한다. 외부의 열이 차단된 상태에서 공기가 팽창하려면 주변에서 에너지를 빼앗아야 한다.

 그만큼 온도가 내려간다.

이는 일상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뜨거운 국을 먹을 때는 입술을 모으고 입김을 불어 식힌다.

공기가 좁은 입을 벗어나면서 팽창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나오는 밀양 얼음골도 단열팽창 덕분이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얼음골 안에서 지하수가 증발해 돌 틈으로 빠져나갈 때

단열팽창이 일어나 주변 온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항아리와 모래로 만드는 냉장고

흙과 물만 있으면 전기 없이 작동하는 냉장고도 만들 수 있다.

기원전 2500년부터 이집트에서 사용한 항아리 냉장고 '지르(zeer)'이다.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는다.

 두 항아리 사이 틈에는 모래를 넣어 채운다. 모래에 물을 부으면 뜨거운 여름에도 작은 항아리 안을 늘 13~22도로 유지할 수 있다.

지르는 기화열을 이용한다. 불을 피워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나오듯, 액체가 기체가 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열 공급이 없으면 주변에서 열을 뺏으면 된다.

뜨겁고 건조한 아프리카에서 모래에 스며든 물이 열을 빼앗아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 내부를 서늘하게 만든다.

 여름에 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있으면 수건이 마르면서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항아리 냉장고는 아프리카 저소득층의 자립에도 도움이 된다

 냉장고 덕분에 채소나 과일을 3~4배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지출이 준다.

직접 재배한 푸성귀를 냉장 보관해 팔 수도 있어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식중독을 예방해 의료비도 감소한다

. 나이지리아의 교사 모하메드 바 아바는 1990년대 항아리 냉장고 보급 운동을 벌여 2010년까지 10만 가구에 보급했다.

각국 민간 구호 단체도 이에 동참해 수단, 감비아, 부르키나파소 등에 항아리 냉장고를 보급하고 있다.

요즘에는 자동 급수 장치와 서랍까지 갖춘 현대식 항아리 냉장고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내부 온도를 6도까지 낮추는 금속 재질의 기화열 냉장고도 나왔다.

 콜롬비아 국제물리센터는 광고회사 레오버넷 콜롬비아 지사와 함께 같은 원리의 콜라 냉장고를 개발했다

. 냉장고 위에는 화분이 있다. 화분에 물을 주면 항아리 냉장고처럼 모래에 물이 스며들었다가 증발하면서 열을 뺏는다.

 태양열을 이용해 증기를 응축하는 과정을 추가해 외부 온도가 40도를 넘어도 내부는 10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백신 공급 늘려 인명 구하기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인명을 구하기 위해 냉장고가 더 필요하다. 단백질로 만든 백신은 온도를 늘 2~8도로 유지해야 한다.

 전력 공급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냉장고를 돌리지 못해 백신 보급률이 크게 떨어진다.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 회원인 안성훈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오토바이 배터리를 이용한 대안(代案)의 백신 냉장고를 개발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유용하다.

 여기에 냉장고를 연결하면 아무리 오지라도 백신을 최적 온도로 공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