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종교

전도사는 담임목사 100배 사래비에

참도 2017. 9. 5. 11:54

청년 전도사는 담임목사 100배 사례비에 놀랐다

입력 2017.09.05. 09:38

      [한겨레21] 월 수천만원~수억원 이르는 대형교회 담임목사 수익…
청년 교역자들은 저임금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하기도
대다수의 작은 교회 목사들과 대형교회 부목사·전도사들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지 않는다. 소득이 낮아 면세 대상이기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4대 보험 등 권익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8월31일 오전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열정페이’ 교회 전도사로 젊음을 바쳤다. 돈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청빈은 종교인의 미덕이고 자부심이잖아요.”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노동착취…. 그런 말은 교회 바깥에서만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자신이 받는 사례비의 100배를 가져갔다는 말을 뒤늦게 들었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ㄱ 전도사,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초대형교회인 서울성락교회 전도사로 자리를 잡았다. 5년 전쯤 통장에 찍힌 첫 달 사례비가 58만원이었다.

에계, 그게 말이 되나요?

그때만 해도 교회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기뻤어요. 그 정도 받는 것도 감사하다고 자위했어요. 그랬으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죠.

전도사도 사람이고 생활인인데….

전도사 되기 전부터 적게 받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막상 50만원을 받으니 마음이 무겁더군요. 앞으로 이 생활이 계속되겠구나….

목사와 며느리, 아들 명의로 교회 등기

서울 신길동에 자리한 서울성락교회는 최근 김기동 담임목사의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다. 교회가 둘로 깨지고 10만 명에 이르던 교인도 8천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담임목사를 믿고 따르던 ㄱ 전도사는 개혁파로 돌아섰다. “담임목사님은 짜장면도 안 사먹는다고 했어요. 땅에서 재산 쌓지 말고 하늘에 쌓으라는 설교를 수없이 들었어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죠. 여자 문제 터지고 보니, 돈 문제도 깨끗하지 않더군요. 목회비로만 매달 5400만원을 받아갔다고 하네요. 다른 명목의 돈까지 합치면 월 1억원 가까이 된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아들 목사는 월 2천만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교회 건물도 목사님과 며느리, 아들 등 가족 이름으로 등기해놓았어요.”

서울성락교회는 교세가 위축됐지만, 여전히 전도사 18명과 부목사 70여 명이 상근 교역자로 일한다. 전도사들의 최저 사례비는 2015년 8월 60만원 안팎에서 90만원대로 큰 폭(?) 인상됐다. “워낙 사례비가 낮다보니 전도사 지원자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전도사들의 평균 사례비를 15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교회 방침을 정했답니다. 지금 전도사들의 사례비는 100만~170만원 정도예요. 여성 전도사의 사례비는 더 낮아 65만원에서 시작하고요.”(ㄴ 전도사) 관할 동주민센터에서 “대형교회인 성락교회에서 (전도사들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왜 그리 많냐”는 지적을 누차 받았던 것도 사례비 인상을 거든 원인이었다. 58만원으로 시작한 ㄱ 전도사의 사례비는 현재 120만원대로 두 배가량 올랐다.

“은행대출도 못 받는 경제적 무능력자”

서울성락교회의 또 다른 전도사는 “은행대출도 못 받는 경제적 무능력자”라고 참담해했다. “우리는 소득신고를 안 해요. 공식적으론 무직이고, 국세청 자료를 떼면 소득이 전혀 없는 걸로 나오죠. 4대 보험이 뭔지도 몰라요. 당연히 은행대출도 못 받죠. 목돈 필요할 때는 참 힘들어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어요. 무능력자인 거죠.” 그는 “지난해 동기인 한 전도사가 결혼할 때 주위에서 ’어떻게 결혼했냐’고 신기해하며 다들 부러워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성락교회는 ‘열정페이’ 저임금과 함께 여러 단계의 계약직 승진 제도로 상근 교역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도사들은 “실습전도사-교육전도사-선임전도사-책임전도사의 4단계 승진 사다리를 동기보다 먼저 오르기 위해 경쟁한다. 경쟁에서 뒤처져 잘린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도사의 승진 사다리를 타고 목사 안수를 받고 나면 또다시 ‘인턴목사-중목사-평목사-정목사’로 승진 경쟁을 한다. 담임목사의 한마디에 목줄이 왔다갔다 하는 숨 막히는 계급사회라는 것이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성락교회의 열악한 사례비나 다단계 승진 장치가 일반적이라 할 수는 없으나, 담임목사가 1인 독재하는 중대형 교회에서 상근 교역자들은 부당한 열정페이에 시달리면서도 속만 끓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 교수도 ‘목회자 경제인권의 불평등 구조와 개선 방안’(2016)에서 부목사급에 해당하는 부교역자 949명의 사례비가 204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사례비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고용 불안정”이라면서 “실제 평균 계약 기간이 3년에 불과해 교인들은 부교역자를 임시직 직원으로 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세금 신고하고 4대보험 혜택 누리자

이와 관련해 2018년 예정된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꼭 이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기독교계 안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가난한 미자립 교회가 무려 80~90%에 이르는데다, 실제 면세점을 넘어 세금을 내야 하는 종교인들은 예외적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자 종교인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얘기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소득을 신고해야 국가의 혜택을 누릴 텐데, 지금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많은 종교인이 당연한 국민적 권리도 못 누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재정 운영이 노출될까 염려하는 일부 보수적인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할 뿐이다.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교회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향상되고 부당한 열정페이의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는 순기능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과세가 법제화돼야 소득을 신고하고, 그래야 교회 재정과 교역자 소득이 투명해진다. 그와 함께 영세한 목회자나 열악한 부교역자는 4대 보험, 은행대출 등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종교인 가운데 상당수는 세금 환급 형태로 최대 연 230만원까지 현금을 지원받는 근로장려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ㄱ 전도사도 “종교인 과세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그러면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은행대출도 받을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수준의 사례비를 당당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2015년 총회에서 일찌감치 납세 결의를 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교회와사회위원장인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대형교회 목사들이 세금을 내면 다수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저소득 부교역자들이 혜택을 얻는 부의 재분배 효과를 누리게 된다”면서 종교인 과세를 하루빨리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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