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종교

제사 지내겟다는 여동생과 딸

참도 2015. 7. 8. 14:09

ㄱㄱ

주제에는 벗어났지만 끝까지 보시고 조언좀 해주세요.

저희 아버지는 3형제중 막내이고 위로 형과 누나가 계셨지만 모두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2년전 돌아가셨습니다.
큰아버지댁이 종가집이라 모든 제사를 큰집에서 지냈는데
큰아버지 돌아가시고 큰집 형제들이 교회다니며
제사를 없앴습니다.
아버지 살아계시기 전에 제사가 없어졌고
아버지는 조상님 기일에 술과 포 과일 등을 준비해서
산소에 다니셨지요.
그러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가 현재 살아계신데
엄마는 아버지 제사 지내면서 시부모님(저에게는 조부모님)
제사를 거르는게 불편하셨나 봅니다.

엄마는 현재 결혼 안한 동생이 모시고 있는데
동생이 엄마 마음 불편하면 조부모님 제사 지내드리라고 했고, 그래서 작년부터 저희집에서는 큰집에서 없앤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제사 준비는 동생이 혼자 다 하고 제사 비용은 저희 4남매가 공동 부담합니다.

엄마는 자기 죽으면 제사 없애도 된다 하셨고
동생은 자기 살아생전에는 제사 지낼테니 걱정말라하고
대신 동생까지 죽으면 그 때는 자연히 제사는 없어질거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제 딸인데요.
제 딸이 올 해 29살이고 결혼 해서 돌지난 딸이 있습니다.
제가 맞벌이하느라 우리 딸을 친정에서 키웠고
이모랑(동생)아주 친했습니다.
우리 딸의 롤모델이 제 동생인데 동생은 독신이며
대학 졸업후 바로 대학원 가서 2년 만에 석사 통과하고
프랑스로 유학가서 박사학위 취득했습니다.
출세나 돈에도 관심 없고요.
그냥 자기 필요한 만큼만 벌어서 적당히 사는데
가고 싶은 나라 다~~ 다니고
하고싶은거 다하고 사는데 특히 책을 좋아합니다.
취향이 우리 딸과 비슷해서 우리 딸도 독신 고집하면서
이모 삶을 따라가길래 한 때는 동생을 야단치고
조카를 물들이지 말라 했네요.
저는 동생이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자기만족하는건 좋은데
짝없이 혼자 지내는게 늘 보기 안좋았거든요.
딸이 동생의 독신주의를 따라가는 건 싫었네요.

제게 한마디 듣고 동생은 제 딸과 거리를 두었고
친구같은 이모를 잃은 딸은 외로웠던지 지금의 사위를
만나 결혼했네요.
결혼 후에 또다시 이모랑 연락하더니 이모가 너무 부럽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모가 죽으면 외조모와 이모제사를 제 딸이 지내주겠다네요.
동생은 필요없다고 하고 제 딸은 지내준다고 하고...

뭐 지가 하고싶으면 해도 무방하지만
사돈들도 알게 될텐데 좀 그러네요.
그냥 하는 소리들이 아닙니다.
제 동생은 제사를 정말로 기쁘게 지내고 있는데
동생이 시골에서 엄마를 모신 뒤로는
집 근처 선산으로 산책다니며
선산을 유원지로 만들어 놨습니다.
산소 주변에 온갖 꽃들 심어놓고
수시로 잡초 뽑아주며 가꾸어가는데
봉분과 비석만 썰렁하게 있던 산소 주변이 꽃밭이 되고
나무 그늘 앞에는 조약돌을 사다 깔아 휴게소도 만들어놓았습니다.
지금은 아버지 산소가 산소라는 느낌보다 공원같은 느낌이 더 듭니다.

산소가는 길 양 옆에는 벗꽃 가로수도 만들었습니다.
이 제 아버지 산소가는 길이 아름다운 산책로가 되었고
작년 추석에 벌초하러 오시는 집안 어르신들이 할일이 없어
그냥 놀다가 가셨습니다.

동생이 산소를 꾸미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는데
아버지 산소만 눈에 띄게 예쁘니 바로 옆에 계신 조부모님 산소가 썰렁해보여 조부모님 산소도 꾸미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선산 전체 균형이 안 맞으니 옆산소, 또 옆산소
꾸미다가 선산 전체를 다 지키고 있는데 5~6월에는 잡초뽑는 아줌마 두분을 사서 관리합니다. 일군도 자기돈으로 삽니다. 그러니 일년내내 산소가 깨끗하네요.

동생은 유난히 아버지를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아버지 병수발 혼자 다했고
돌아가신뒤로는 산소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보통 산소에 가면 경건하게 묵념 하거나 기도하는데
동생은 그냥 아빠 저 왔어요. 하고는 절도 안하고
산소 앞에 돗자리 깔고 안방인듯 배를 쭉깔고
엎드려 책도 보고 간식도 먹고~~~
동생에게는 그냥 사랑방입니다.
지금은 산소가 너무 예뻐져서 저도 산소에 가면 몇시간씩 놀다오긴 합니다.

그런데 제 딸이 이런 동생의 삶을 너무 부러워 합니다.
제 딸은 시댁 제사도 불평없이 잘 돕고 시댁 어른들께도
아주 잘하는데 그게 이모의 영향을 받는겁니다.
동생이 어른들께 지극하고 현재 자신이 부족함 없이 잘사는
이유가 부모님 덕이고 조상님 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동생은 40 중반인데 노후준비 다 끝내고
즐기면서 살거든요.
종교는 천주교인데 천주교는 성인들과의 통공을 믿는데
그것이 산사람과 죽은사람의 통공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죽었다고 인연이 분리될 수 없다는 거죠.
이모 따라 딸은 종교까지 천주교로 바꿨네요.
천주교는 제사도 지낸다고 합니다.

제 딸이 이모를 좋아하는 이유중 또 하나가
바로 이모의 관심분야인 형이상학적인 사상인 겁니다.
그 사상이 통하니까 현실적인 삶이 닮아가는데
동생은 독신이라 그런 삶이 가능하지만
딸은 결혼해서 이제 남의 집 식구인데 이모와 같은 삶을
동경하고 있으니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너무 먼 것이지요.
딸은 훗날 외조모님과 이모의 제사를 지내주며 외가집 선산을 관리하며 이모처럼 산다고 합니다..
제정신이 아닌거 맞죠?

그럼 시댁 조상은 어쩔거냐 했더니
시댁은 형님네가 종가집이라 산소 관리는 형님네서 할거고
자기는 제사를 기꺼이 기쁘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네요.
정말로 그리 될 수 있을까요?

동생은 제 딸이 자신을 따르는 것이 저에게 눈치보여 불편해하는데 이제는 옆에서 뭐라 할 수 있는 나이들도 아니고
안따깝네요.
지금도 매일 통화하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엄마보다 이모를 더 좋아하는
딸 때문에 가끔 동생에게 질투도 나고 미워지네요.

우리 딸을 어쩌면 좋지요?
이모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만 처해진 환경이 다른데
같은 삶을 꾸미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제가 공연한 걱정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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