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정보

GMO 식품

참도 2016. 9. 21. 11:16

           

            

[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① 카놀라·콩·옥수수…‘GMO로 차린 밥상’ 알고 먹나요?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ㆍ소비자 ‘불안한 선택’

지난 18일 서울시내 식품매장에서 구입한 고추장, 물엿, 불고기양념, 카놀라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품의 뒷면 성분표시. 주성분이 수입 밀, 옥수수, 콩, 카놀라유 등이어서 GMO 가능성이 높지만 GMO 표시는 찾아볼 수 없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지난 18일 서울시내 식품매장에서 구입한 고추장, 물엿, 불고기양념, 카놀라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품의 뒷면 성분표시. 주성분이 수입 밀, 옥수수, 콩, 카놀라유 등이어서 GMO 가능성이 높지만 GMO 표시는 찾아볼 수 없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지난 18일 서울시내 한 식품매장.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몸에 좋다는 카놀라유가 식용유·고추장·쌈장과 함께 매대에 진열돼 있다. 제품 뒷면에 부착된 성분 표시를 살펴보니 ‘카놀라유 100%(캐나다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국내에 수입되는 카놀라는 100%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이다. 하지만 ‘유전자 재조합’ 또는 ‘GMO’ 표시는 없다. 몇 차례 가공과정을 거쳐 GMO의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제 규정 때문이다. ‘백설 콩 100%로 국내에서 직접 만든 콩기름’은 착유(搾油)만 국내에서 했을 뿐 원료는 ‘100% 외국산 대두’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GMO 표시는 없었다.

고추장과 불고기양념통에는 ‘수입산 콩’이, 물엿과 올리고당에는 ‘수입 옥수수 전분’이라는 표기가 돼 있었다. 매장에 진열된 소시지에도 ‘대두단백’이라는 성분이 표시돼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대두(콩)의 4분의 3, 수입 옥수수의 절반 이상이 GMO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전자변형 콩과 옥수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역시 표시는 없었다.

더 따져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나 우유도 안심하기 어렵다. 국내에 수입되는 GMO의 80%가 소·돼지 등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GMO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라면 삼겹살이나 곱창구이를 먹기도 찜찜하다. 동물이 섭취한 GMO 사료나 호르몬 속 유전자변형 물질이 동물의 소장이나 우유에 잔류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나와 있기 때문이다. 소·돼지의 유전자가 변형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간접적으로 유전자변형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GMO 표시제는 ‘깜깜이’

한국은 GMO 수입대국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GMO는 1024만t으로 세계적으로 상위권이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낮은 콩, 옥수수는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콩의 79%, 옥수수의 32%가 GMO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GMO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먹는 음식에 GMO가 들어가 있는지’를 한국에서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현행 GMO 표시제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GMO를 주재료로 하는 식품에만 GMO 함유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주재료는 식품 내 함량이 5위 이내인 재료를 뜻하므로, 식품에 ‘GMO 대두(콩)’ 함유량이 소량이면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비판이 커지자 19대 국회에서 법이 개정됐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개정법은 GMO가 주재료건 부재료건 GMO 표시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법에는 식용유, 간장, 증류주 등 GMO의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비자들이 GMO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을 선택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서울시가 운영하는 193개 ‘GMO 판매 제로(ZERO) 추구 실천 매장’을 단속했다. ‘GMO 미포함’ 표시는 GMO 비중이 높은 대두, 옥수수 등 6개 품목에만 허용되며, 계란 등 국산 농산물에 표시하는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다.

■미국 GMO 표시제, 로비로 후퇴

GMO 표시제 관련 논란이 가열돼 결국 법개정으로 이어졌다. 미국 버몬트주는 지난 7월 주(州) 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대해 GMO 사용 여부를 라벨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법을 시행했다. 버몬트주 유통 상품만 GMO 표시를 하려면 비용이 드는 만큼 미국 전역 식품에 GMO 표시가 되리란 기대가 있었다. 결국 한 달 뒤 GMO 의무 표시를 미 전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연방법이 개정됐지만 GMO 정보를 QR코드로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QR코드에 일일이 갖다대야 GMO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확인과정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미국의 식품업체와 이익단체들의 로비로 사실상 법이 개악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 논의 탄력

GMO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는 표시제의 재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GMO 표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유전자변형 DNA·단백질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GMO 함유 여부를 표시하고, ‘GMO 미포함’ 표시도 허용하는 것이 골자로 정기국회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달 24일에는 대법원이 GMO 정보 공개에 힘을 싣는 결정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업체별 GMO 수입 현황’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낸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물론 GMO 표시제를 강화할 경우 대형 식품업체들이 ‘GMO 미포함’ 표시를 선전용으로 내세워 식품가격을 올리는 부작용도 일각에선 거론된다. 하지만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소비자들이 ‘GMO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확보하려면 현행 표시제는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09192238015&code=940100#csidx30ed3e4aae09726b6c783c55cfe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