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홍정열 기자]
정의당 국회의원 서기호입니다.
20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했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불출마 결심은 더 일찍 하게 되었지만 뜻밖에도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고, 아직 진행 중이어서 불출마 발표를 망설였습니다.
끝까지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고 제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회의장에서 토론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총선에서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며 응원해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더 늦기 전에 총선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부모님이 계신 고향 목포시민들의 출마요구를 받고, 목포시민들의 추억의 장소인 목포역 앞 옛 별다방자리에 사무실을 내고 목포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왔습니다.
목포에서 돈과 조직 없는 선거문화를 만들어보려고 했고,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목포의 정치와 경제의 변화를 위해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발길을 멈추고자 합니다.
저는 가톨릭신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고 믿어왔습니다.
19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잘하고 있는지’를 되물어왔습니다.
목포에서의 출마를 고민하고부터는 ‘목포를 책임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준비는 되었는지’에 대해 제 스스로에게 물어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치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때로는 표를 얻기 위해 소신과 다른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정의당과 목포시민들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제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사람이 나설 때와 물러설 때는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제가 물러설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사태에 주도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했던 SNS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판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비례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을 위해 일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소신을 가지고 쉼 없이 일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를 통해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꾸어보려고 했지만, 제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였기에, 이제는 여의도 밖에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저를 비롯한 정의당 소속 의원은 비록 숫자는 적지만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비록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만, 정의당 소속으로 지역에 출마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비례의석이 줄어들어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민여러분이 정의당 국회의원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랜동안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헌신적으로 대변해온 정의당을 미래를 위한 정당으로 만들어주시길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특히, 저와 같은 목포 출신으로, 30여 년 간 목포에서 진보운동에 몸 바쳐 일해오신 윤소하 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님이 국회에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지지와 성원 보내주신 당원여러분과 국민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정치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니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서기호의 정치인생은 오늘로 쉼표를 찍습니다.
여의도 정치를 떠나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삶이 정치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기에, 저는 일상생활에서 생활정치를 수행할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표가 아닌 쉼표입니다.
모든 분들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홍정열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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