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부조리 적폐

이완구는 들러리 박대통령 작품

참도 2015. 4. 20. 08:27

‘성완종 기획수사’ 몸통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부패와의 전쟁’ 선언 전날 밤 청와대로 불러 지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서운함을 진하게 드러냈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에게 “(나에 대한 수사는) 이완구 작품이다

. 이완구하고 청와대 작품이다,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가 ‘성완종 죽이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배가 아파서 그런 게 아닌가 이렇게 보인다”며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해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섭섭함을 넘어 적개심까지 드러낸 수준이다.

그리고 그 미움이 ‘성완종 리스트’를 만든 주요한 동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성완종 수사의 몸통이 정말 이완구 총리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의 시발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남기업과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연말, 늦어도 올 1월 정도부터는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이미 두 번이나 고발을 당한 상태라 충분히 내사를 해놓은 상태였다.

 수사 착수 시기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완종 회장의 경우 <한겨레>의 1월22일치 기사

‘탐사기획/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에서 성완종 회장 문제를 다루자,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쪽에서 성공불융자에 대한 첩보 보고서를 만드는 등 내사가 진행중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이 검찰 말대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이 때가 되어 무르익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하명’에 응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수사를 대하는 양쪽의 태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검찰은 되도록 조용히 소리나지 않게 처리하고 싶었으나,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최대한 ‘치장’을 하고 싶어했다.

 검찰 수사에 ‘부패와의 전쟁’ 같은 거창한 깃발을 내걸고 수사팀도 대대적으로 꾸며서 선전 포고의 팡파레를 울리고 싶어했다

. 이는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재벌들은 투자를 부탁해도 한쪽 귀로 흘려듣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써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던 당시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환호를 받고, 국가의 기강을 세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요청에 검찰이 모양새를 내려고 시도는 한 것 같다.

3월 6일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간담회’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전국의 검사장들이 모여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주요 수사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직후인지라 기자들의 관심이 다른 데로 가 있었다

. 이 행사에 대한 보도는 “검찰총장, 전국 검사장 회의 열어 ‘미 대사 테러 철저히 조사해 엄벌’ 지시”

 같은 제목으로 조그맣게 보도되고 말았다.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답답했던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틀 뒤인

 11일 저녁 이완구 총리를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때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그 내용이 다음날 이완구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의 뼈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완구 총리는 12일 총리 취임 뒤 첫 담화를 발표하며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여기저기서 ‘구멍’이 났다.

우선 이 담화에 배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담화 내용을 거의 모른 채 그야말로 ‘들러리’만 서게 됐다.

 그래도 황교안 장관은 담화 내용의 제목 정도는 귀띔을 들어 짐작한 상태지만

정종섭 장관은 서울 성북구청에서 오후 2시에 열린 ‘주민참여 정책마당’ 행사를 소화한 뒤

오후 4시 담화 시각에 맞춰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담화내용을 알게 됐다고 한다.

 

또 담화 50분 전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총리 담화문 초안에는 ‘부패와의 전면전’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정작 이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빠졌다. 초안에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합니다”,

 “저는 ‘부패와의 전쟁’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완수하고자 합니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었다.

 이는 이 총리로서도 이 담화가 ‘억지춘향’이었기 때문에 발표 내용의 강도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청문회에서 온갖 허물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게다가 그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60 평생 살았으니 얼마나 흠이 많겠소.

 우리나라 압축 성장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흠이 많겠고. 좀 흠이 있더라도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덮어주시고…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로서도 자신의 입으로 ‘부패와의 전면전’까지 선포하기에는 많이 쑥쓰러웠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의 담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닷새 뒤인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이완구 총리에게 “부패 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과 나라 경제를 위해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달라”면서 이 총리를 직접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뒤 정황을 모르는 성완종 회장으로서는 이완구 총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완구 총리 담화가 나간 지 엿새만에 검찰이 경남기업 본사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으니

 “이완구가 나를 죽이려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수사의 배경으로는, 이완구 총리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같은 충청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기획수사를 벌인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지나온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완구 총리는 그저 ‘얼굴마담’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는 심지어 3월12일 담화문을 발표할 때 경남기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니 반기문 사무총장까지 끌어들인 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작품이라는 건 박 대통령이 15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최근에 어떤 극단적인 문제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여기서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자신이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방식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

이전에는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미쳤다면 이제는 완전히 손을 떼고 검찰 스스로 수사하고 판단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게 박 대통령의 말대로 “부패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뽑아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는 길이다.

게다가 현재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은 검찰 수사를 ‘핸들링’할 역량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무리하게 검찰 수사를 독려하다 ‘성완종 리스트’를 불러온 걸 보니 말이다.

또다시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고 했다가는 더 큰 참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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