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대왕송 사진 작가

참도 2014. 7. 15. 17:23

유명 사진가, 알고보니…사진 속 대왕송 가지도 ‘싹뚝’

등록 : 2014.07.15 15:40 수정 : 2014.07.15 15:58

대왕송. 줄기의 오른쪽을 보면 잘려나간 흔적이 남은 가지 2개가 보인다.

주변 신하송 12그루 불법 벌채 이어
“보기 싫어서 톱으로 정리했다” 시인

사진작가 장국현 씨가 사진을 찍기 위해 한국 최고의 금강송 군락지인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 11번지 국유림에 무단으로 들어가 불법으로 금강송 12그루 등 모두 26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사실이 14일 한겨레 단독기사(▷ 관련기사 : [단독] 유명 사진가, 촬영 방해된다며 220살 금강송 등 25그루 싹둑)로 알려진 뒤 새로운 사실이 또 드러났다.

장국현 씨는 대왕송을 찍기 위해 주변의 신하송 등을 베어낸 것뿐만 아니라 막상 찍고자 했던 대왕송의 가지도 잘라낸 것으로 밝혀졌다. 왜 그랬을까.

불법 벌채를 2013년 9월 21일에 처음으로 산림청 신문고를 통해 민원 접수했던 울진 주민 이 아무개 씨가 기사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와 “신하송이나 그 외 주변의 나무를 쳐낸 것과 더불어 대왕송의 가지 두 개가 잘려나간 것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청했었는데 그 대목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진국유림관리소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왕송의 가지 두 개도 장국현 일행이 잘랐다. 장씨 일행은 산림청 조사의 진술에서 ‘대왕송의 아래쪽 가지 두 개가 죽어있어 보기에 좋지 않아 손으로 잡아당겼는데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큰 가지와의 연결되는 남은 부분이 보기 싫어서 톱으로 정리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목에서 장씨 일행은 ‘소나무는 원래 오래되면 아래쪽 가지들이 고사하므로 정리하는 것이 관행이라서 대왕송도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울진관리소 보호관리팀 장은영 사법경찰은 “우리 관리소에서 대왕송의 죽은 가지를 정리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죽은 가지를 잘라낼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과 잘라내는 것 또한 담당관청의 권한이지, 개인의 판단으로 국유림의 나뭇가지를 쳐내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대왕송 가지 벌채와 관련해서는 검찰 쪽에선 ‘공소권 없음’의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가운데 그루터기만 남은 것이 신하송이고 뒤가 대왕송.
신하송 그루터기 부분.
장씨 일행이 벌목한 대왕송 주변의 나무들.
울진 주민 이씨는 2010년에 직접 찍은 대왕송과 신하송의 사진도 보내왔다. 그때까진 신하송은 대왕송을 호위하듯 건재했다. 이 사진을 보면 대왕송의 가지 두 개가 잘린 자리가 보인다. 이 씨는 “최소한 2005년까지는 (잘려나간) 대왕송의 가지가 멀쩡히 살아있었다. 장국현 씨 일행이 산에 들어가면 기계톱 소리가 요란하게 나곤 했다. 대왕송 주변의 나무를 잘라낸 것이 12그루라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장씨 일행은 사진을 위해 자주 나무를 베어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2013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날도 영감이 떠올라 마을 사람들과 소나무를 찾아 나섰다. 7시간쯤 올라갔을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능선을 올려다보니 멀리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무서울 정도였다. 커다란 호랑이 같았다. 조금 더 접근하니 숨이 막혔다.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소나무의 기운이 엄청났다. 무서워서 다가갈 수 없었다. 한동안 혼절한 듯 멈췄다가 정신을 가다듬었다. 배낭에서 음식을 꺼내 놓고 예를 갖춘 뒤에야 가까이 갈 수 있었다. 대단한 나무들 다 봤지만 신송은 그렇게 무섭다는 느낌을 주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울진 주민 이씨는 “이곳은 등산로의 길목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동네 주민들은 모두 다 ‘대왕송’의 존재를 알고 있다. 2005년 이전부터 우리는 그 나무를 대왕송이라 부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2012년 조류를 나뭇가지에 매달거나 비슷한 방법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했다가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그때 그 작가는 “생태로 생각하지 말고 사진예술로 생각하면 될 텐데”라고 말해 더 공분을 샀다. 그러나 2013년 그 작가는 같은 내용으로 다시 코엑스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런 과정이 문제다. 사회적 지탄을 받았으나 몇 달 만에 번듯하게 전시를 열 수 있는 사진계의 구조가 문제다. 규모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고 천연기념물인지 아닌지도 기준이 될 수 없다. 살아있는 다른 생물의 생존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사진예술’이 아니라 사진예술 할아버지가 와도 명분이 없다.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문제의 중심에 있고 그런 사진으로 전시하는 것을 주선하거나 거들거나 방관하는 사람도 문제의 중심에 있다. 그런 사진을 (무료라도) 구경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사진책을 사거나 사진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모르고 전시하거나 구경하거나 샀을 수도 있지만.

한겨레 환경웹진 <물바람숲> 필자인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 이미 1여 년 전에 <물바람숲>에 고발하고 경고하는 기사(▷ 관련기사 : 자연 학대 사진촬영은 이제 그만)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둥지를 노출하고 새끼 유괴에 모성애 악용까지 한다고 개탄한다. 전정가위와 톱, 사다리까지 동원해 꺾고, 자르고, 얼리고, 돌 던지고, 파내는 등 못하는 짓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