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새로운 협동조합법

참도 2013. 6. 10. 10:42

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렸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돼 영리를 위한 사업장이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조합이든 5명 이상만 모이면 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이를 계기로 기존 사업장이 조합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몇몇 협동조합에 참여해보니 조합 구성원의 열의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대안적인 기업 모델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포동물병원생협 '우리동생' 조합원들과 반려동물들.


우리에게 협동조합이 필요한 까닭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좀 딱딱하고 재미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여럿이 힘을 모아 공동의 경제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면 된다. 사유재산이나 이익의 형태가 아니라 출자한 조합원들에게 공동으로 이익이 분배되는 시스템이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의 반대 개념으로 기존 회사에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가 이익과 권한을 독점하는 것과 달리, 구성원 1인에게 1표의 권리가 주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협동조합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 대표적인 조합으로 생활협동조합을 꼽을 수 있다. 유기농과 지역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농수산물 거래에 치중하던 생협은 점점 가공품, 생활용품 등으로 폭을 넓혀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윤리적 소비와 생산의 통로이던 생협은 지역 조직을 통해 튼튼히 뿌리를 내렸다. 특정 조합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일정 금액의 조합비를 내고 가입해서, 좋은 품질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합의 의사결정 등에도 참여하는 '주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단순히 무언가를 사고파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습을 그려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식품 분야에서 생협이 좀 더 자리를 잡는다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다. 대기업의 담합이나 눈치 보기로 정해지는 공산품의 가격 산정과 달리 소비자 중심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되면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지고 더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독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는 베이커리 업계의 시장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밀로 만든 생협 빵은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빵값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생협의 규모가 커져서 빵값 산정에 영향력이 커지면 자연히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격을 내리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쉬워졌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서비스나 상품을 취급하느냐에 달렸다. 어떤 사업이라도 그렇듯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창업을 무료로 컨설팅해주는 한국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김성오 이사장이 조언하는 바이기도 하다.

"상품화 과정에서도 실패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워둬야 합니다. 동업이 깨지는 것도 달콤한 꿈만 보느라 실패하는 상황을 대비하지 않아서거든요. 협동조합도 똑같습니다."

협동조합은 일종의 '사회적 동업'의 개념이다. 동업이 사업적으로 불안한 측면이 있는 반면, 조합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권익과 재정의 운용 등이 보장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다만 이익이 많이 나는 분야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이익이 아직 충분히 창출되지 않은 틈새시장이 협동조합에게 더 적합하다.

법령 제정으로 조합을 설립하는 일이 쉬워지면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조합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현재까지 3백50여 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의 효율성을 실험하는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만 해도 통신, 교육, 노동, 미용기기, 북카페, 대리운전, 택배 운송 등 다양한 업종의 협동조합 설립이 승인됐다.

근래 갑자기 협동조합이 부상하는 이유는 양극화와 고용의 불안전성을 해결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한국 사회의 극심한 고용 불안과 양극화가 협동조합 등 새로운 대안 경제체제를 불러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협동조합 기업은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비정규직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바꿀 수 있어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중심가에 번듯한 커피 전문점을 창업하려면 적어도 자본금 3억원은 있어야 한다. 기존 카페가 사장 한 명이 투자해 9명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다면, 조합 카페는 10명이 3천만원씩 출자해서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조합원 중 어느 쪽이 자기 일로 인식할 확률이 높을까? 답은 뻔하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이용하는 데 일말의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협동조합 카페를 이용할 확률이 높다. 같은 돈을 쓰고도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누리는 '윤리적 소비'와도 통하는 지점이다.

사실 협동조합이 가장 유망한 분야는 체인 사업이다. 은퇴자들이 퇴직금으로 하나같이 치킨집이나 편의점 체인을 내지만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우선 이익을 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체인점 사장이 협동조합을 만들면 공동구매로 물품 가격을 낮추고 이익도 보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버거킹 체인점 사장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본사도 조합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토록 다양한 협동조합


협동조합이 불가능한 업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카페만 해도 서울 창천동 카페바인이 협동조합 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경기도 안산에 있는 커피 공방 피움과 서초동 카페오공도 조합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이들 카페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도 열려 있으며 조합원에게는 교육과 커피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조합 카페는 공정무역 커피와 식자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 소비자의 신뢰도 높은 편이다. 자주 들를 수 있는 거리에 조합 카페가 있다면 단골 겸 조합원이 되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을 찾아가보았다.

[마포동물병원생협 '우리동생'(가칭)]





오김현주 사무국장과 반려견 '빵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느는 추세지만 진료비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병원마다 수가(진료비 산정 기준)가 일정하지 않고 중성화수술 비용, 광견병 예방접종 등 일부 진료비의 부가세가 면제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부가세를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반려견 '빵이'의 동거인이자 동물병원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오김현주 민중의집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병원 설립 시기에 관심이 모일 듯하다. 조합 설립은 얼마나 진행된 상태인가?

빵이가 슬개골 탈구 수술을 했는데 동물병원 의료진의 잘못으로 수술비가 4백만원이 청구된 적이 있다. 기준도 제각각이고 부르는 게 값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 보호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민중의집(노동자와 서민의 교육·문화 공간 생활협동 네트워크)에 많았다. 작년부터 계속 얘기가 나오다가 올해 자연스럽게 준비 모임을 꾸렸다. 5월 말 창립 총회와 설립 신청을 냈고 적합한 의료진을 찾아서 병원은 내년쯤 설립할 예정이다.

벌써 언론에도 보도되고 반응이 뜨겁다. 주변의 수요가 꽤 있는 듯한데.


마포의료생협을 만들 때는 속도가 더딘 편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관심도도 높다. 딱히 홍보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조합원이 벌써 1백35명이 됐다. 절반 정도가 주변에서 알고 모인 사람들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조합)으로 갈지 아직 확정 전인데 출자금은 5만원으로 잡았다. 우리나라는 치료의 결정 권한이 반려인에게만 있지, 동물이 생명으로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 서로 납득 가능한 선에서 진료수가를 정하고 사료나 간식 만들기 등 먹을거리 문제까지 고민해볼 생각이다. 진료 이외의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은 지역사회 내 동물보호와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에 투자할 생각이다.

공동체 운동이 활발한 지역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이 되겠다.


육아 공동체로 유명한 성미산 마을이 인접해 있지만 독립생활인(1인 가구를 부르는 새로운 용어)도 못잖게 많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강아지를 많이 키우는데 '우리동생'은 1인 가구나 고양이 반려인의 관심이 높다. 집을 비울 때 반려동물 돌봄도 품앗이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거노인들이 자녀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저소득층 반려동물이나 이동이 불편한 동물을 위한 방문 진료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비혼들끼리는 물론 세대 간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2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만나도 반려동물이란 매개체를 통해 대화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

향후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지역 내에서 본격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터 촬영을 해 사람들 모으는 것, '길냥이' 지도 만들기, 캣맘(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 네트워크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입양처가 생길 때까지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명 감수성 수업도 하고 다양한 소모임도 할 계획이다. 기존 반려동물 커뮤니티가 온라인 중심이라면 '우리동생'은 확장된 대안 가족 같은 느낌이다. 현재까지 모인 출자금은 4백만원 정도다. 총회에서 대표를 뽑는데 학생회장 선거라도 출마하는 것처럼 열의가 대단하다. 내부 경선과 온라인 투표를 거쳤다(웃음).

[언론의 새 지평 여는 프레시안 협동조합]





언론사 최초로 협동조합 전환을 선언한 프레시안의 박인규 대표.


지난 대선 이후 보수의 지분이 높은 미디어 지형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국민티브이(TV)'가 문을 열었고, 대표적 온라인 진보 매체인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AP통신처럼 해외 통신사의 경우 조합의 형태가 존재했지만 뉴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조합은 프레시안이 최초란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박인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창립한 지 12년 된 프레시안의 언론으로서 존재 가치를 점검하는 중간 평가인 셈이다. 황우석 사건이나 한미 FTA, 노동이나 남북문제 보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실력 있는 필자들을 많이 기용해 일종의 등용문 역할도 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낚는 낚시질을 하지 않고 자본에서 자유로운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려는 의도에서다.

콘텐츠의 유료화가 어려운데 기존 독자들을 얼마나 조합원으로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겠다.

인터넷 콘텐츠는 공짜라고들 생각한다. 언론을 '먹여 살리는' 일에 독자들의 기여도가 적다. 재정난으로 '프레시앙'이라는 구독료 납부 독자를 모집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분들을 조합이라는 틀로 끌어들여야 한다.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옮겨가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시도다. 주인인 독자 조합원에게 유용한 사회적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합원이 1만 명이 되면 성인 광고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대단한 결의인 듯하다.

조합원이 1만 명이 되면 기자들의 인건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듯하다. 출자금은 기본 3만원이고 1구좌가 (한 달에) 1만원이다. 기자들 중에서 제안을 한 것인데 내부에서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도 있어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광고를 빼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근로 조건이 나빠지는 것은 걱정되지만 임금 삭감의 결의로 기자들이 동의해주었다. 협동조합 경제가 자라나도록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려 한다. 광고를 싣게 된다면 다른 소비자협동조합과 연계하면 좋겠다. 사회적 경제의 연결 통로 같은 역할도 필요할 것이다.

기존 매체와 차별화된 독자 모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정보 공동체라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산지에서 직접 공동 구매하는 등의 생활 공동체도 가능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에 동조하는 조합원들의 참여가 일차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독자들과 함께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내려가 내성천 지킴이로 나선 지율 스님과 함께 내성천 모래강을 같이 걷기도 했다. 요즘 조합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충남 홍성에도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프레시안은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데 조합은 참여나 소통이 활발해 다소 여성적인 부분이 있다. 문화 면도 보강이 필요할 것 같고.

온라인 서평 코너인 프레시안북스를 비롯해 외부 필자의 활약이 컸다. 품위 있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상영회 등 의미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소장용 뉴스를 발행하고 일반 뉴스 콘텐츠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만들 생각이다.

[마을 주치의 표방하는 살림의료생협]





협동조합의 바람은 의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인간적인 진료를 표방한다고 해도 대형 병원이나 개인 병원은 '3분 진료'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곳 정도의 조합의료기관이 있지만 지난해 8월, 최초로 가정의학과 병원을 개원한 서울 은평구의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은 지역민의 건강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추혜인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은지 운동처방사, 김지은 사무국 활동가를 만났다.

은평구에 자리 잡은 지 2년째다. 그간 지역에 뿌리내린 것을 실감하는지.

은평구는 시민 단체들이 무척 많고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의료생협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용하는 환자 중에 지역 주민이 절반이 넘고 기존의 활동가나 조합원 중 이 지역에 스며든 사람들도 많다.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길에서 자주 만나며 인사도 나누는 것이 참 좋다. 나고 자란 곳 외에는 '동네'라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은평구는 동네로 인식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 듯하다. 일손이 모자라지는 않나?

의료진이 3명, 사무국 활동가가 3명 정도이고 하루 평균 40~50명 정도를 진료한다. 기사를 보고 찾아오셔서 다른 병원에서 겪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도 있지만(웃음), 덕분에 널리 알려져서 조합원으로 가입도 해주시고 꿈꾸던 병원을 함께 만들어가는 보람이 크다. 의료생협들의 연대인 한국의료생협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은평 지역의 생협이나 신용협동조합과 제휴해 금리를 우대하는 등 조합원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소모임이 무척 활발하던데.

조합원이 1천1백 명 정도인데 그중 1백 명 정도는 적극적으로 조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소모임과 조합원 총회는 물론 마을 행사나 병원 청소 등으로 자원활동단 참여가 가능하다. 조합 사무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요청과 연락을 하는 등 참여 의사가 있는 조합원에게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건강활력센터가 생긴다고 들었는데 언제쯤 개관하는지?

아직 가칭인데 의원 옆 건물에 조합원 공간을 열게 된다. 7월에 개관할 예정이다. 다른 공간을 빌려서 하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건강실천단 등 몸을 움직이면서 함께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다. 헬스장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임대료가 부담이지만 흩어져 있던 조합원 에너지가 공간을 통해 모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활력이 생겨날 것이다.

인상 깊게 본 해외 사례나 살림의원이 지향하는 모델이 있나?

일찍이 생협이 발달한 일본에서 인상깊던 곳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그룹홈과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임시 보호 어린이집이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낡은 구옥인 치매 환자 시설이 지역 주민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웃 사람들이 자원 활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삶의 연속성이 있는 공간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진료나 활동을 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이 있다면?

가정의학과 의사라는 건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다. 60대 초반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가셨는데 1주일 지나 남편을 모시고 오더니, 딸과 아들, 갓난아이까지 데리고 오셨다. 자그마치 4대가 함께 진료를 받는 셈이다. 체육대회라든지 진료실 밖에서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각별해지는 느낌이 좋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보람이 크다.





기자의 협동조합 체험기


세 달 전쯤에 운동을 시작하면서 먹을거리도 친환경으로 바꿀 작정으로 마포 두레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덕분에 혈색이 좋아졌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출자금 3만원을 냈고, 한 달에 한 번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1천원 정도를 추가로 출자한다(출자금의 경우 조합을 탈퇴할 때 돌려받는다). 카페바인의 경우 조합원이 되려면 5만원을 내야 한다. 카페를 이용할 때마다 금액을 적립해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에 따라 분배된다. 카페에서 진행한 핸드드립 교육을 받은 후로 주변에 커피 한 잔씩 내려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살림의원에는 3년 전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믿을 만하고 인간적인 의료진을 찾는다면 의료생협이 대안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야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니 '우리 동네'를 먼저 살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조민정, 위성은 ■사진 제공 / 우리동생, 오김현주, 살림의원 ■참고 서적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신성식·차형석 저, 알마), 「협동조합, 참 좋다」(김현대·하종란·차형석 저, 푸른지식) ■취재 협조 /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www.kcd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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