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1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안티이명박'과 관련된 인터넷 주소(도메인)를 여전히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이명박' 관련 도메인들은 늦으면 2014년까지 일반 네티즌이 사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대통령의 퇴임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23일 '이대통령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가진 인터넷 도메인 11개의 유효기간을 갱신했다. '안티이명박' 이름의 인터넷 도메인 3개(.com, .org, .net), '이명박탄핵'이란 이름의 도메인 3개(.com, .org, .net), '쥐박이' 도메인 4개(.kr, .com, .net, .org), '명박이.org' 등이다. 이들은 2010년 1월27일 처음 구매됐다. 이번 갱신으로 내년 1월27일까지 청와대가 소유하게 됐다.
이밖에도 청와대는 지난해 유효기간이 갱신된 '안티이명박.kr', '이명박탄핵.kr', '명박이.kr' 등의 도메인도 보유하고 있다. 청와대가 보유한 '이대통령 반대' 도메인은 확인된 것만 총 14개다. 도메인 관리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시민단체 '진보넷' 관계자는 청와대의 이같은 도메인 관리에 대해 "세금까지 쓰며 국민들이 특정 도메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또 "이 정부는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유엔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막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안티이명박' 도메인 선점은 앞서 2011년 국감에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재윤 의원에게 제출한 '청와대·국무총리실·정부부처 도메인 등록 및 관리현황'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0년 1월27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antileemyungbak' 이름의 영문도메인 3개를 '쥐박이' 도메인과 함께 등록했다.
국감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은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비방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목적, 불순한 목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안티이명박 등의 도메인 주소를 청와대가 관리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국감이 끝난 뒤 문제가 된 'antileemyungbak' 도메인은 사설 도메인업체 '가비아'에 익명으로 등록됐다. 익명 등록은 유료서비스로, 구매자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건 국민들의 말을 안듣는 '불통(不通)의 정부'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정부 이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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