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외상 과일값’ 논란 전말 | ||||||||||||||||||
믿고 줬다가 피눈물… 이런 게 정치입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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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목포시 대의동에서 자그마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양 아무개 씨(여·48)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대량 주문을 받았다. 한화갑 전 대표의 처남 정 아무개 씨(57)로부터 지인들에게 인사치레용 과일을 준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당시 정 씨는 한 전 대표의 국회의원 입후보 예정 사실을 알리며 명절 이전에 유권자들에게 과일을 돌리는 것이라 설명했기에 양 씨는 외상으로 해주면서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정 씨는 선거 때마다 한 전 대표를 도와 ‘오른팔’로 활동한 인물이라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과일 배달은 9월 5일부터 일주일이나 지속됐다. 첫 주문은 4만 원 상당의 배 10박스였기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양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주문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자연스레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어떤 날은 하루에 1000만 원이 넘는 물량을 요구하는 바람에 도매시장에서 받아온 과일을 트럭 째 넘기기까지 했다.
당시 일손을 돕기 위해 가게에 있었다는 양 씨의 어머니는 “용달차 십여 대가 쭉 늘어서 과일을 받아갔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와서는 이리저리 과일을 배분하더라. 다들 한화갑 전 대표가 사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 씨의 손을 떠난 과일박스는 전국 곳곳으로 배달됐다. 당시 정 씨는 과일을 받은 사람들의 명부까지 작성하며 꼼꼼하게 과일배달을 체크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 씨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당장 과일을 마련할 돈이 없었던 터라 빚을 지면서까지 물건을 받아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씨가 택배비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해 두 차례에 걸쳐 양 씨가 직접 계좌로 현금 380만 원을 송금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낸 양 씨의 손에 남은 것은 총 3327만 2550원의 빚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려했던 일도 현실로 닥쳤다. 대금 지급을 약속했던 날을 훌쩍 넘어서까지 정 씨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양 씨는 혹여나 한 전 대표에게 피해가 갈까 이러한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알리지도 못했다. 당시 양 씨는 대장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라 금전적인 부담이 상당했다고 한다. 양 씨의 가족은 “병원에서는 수술이 잘 됐고 항암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2010년 겨울 갑작스럽게 떠난 막내아들의 사망보험금엔 차마 손 댈 수 없다며 근근이 치료를 받아올 정도로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남에게 빚을 지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결국 아들의 사망보험금과 자신의 암 치료비까지 보태 도매상에 빚졌던 과일값을 갚았고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뻔뻔한 정 씨의 태도에 지친 양 씨는 결국 한 전 대표에게 직접 돈을 갚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정 씨에게 과일을 사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 씨에게 돈을 받으라”는 말만 남긴 채 현재는 연락을 차단한 상태라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양 씨 가족은 경찰에 고소할 준비까지 마쳤으나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민사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상당하다”는 말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 씨 측에서는 “고소를 하려면 해봐라. 우린 개의치 않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양 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완치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양 씨였지만 대장에서 발견됐던 암이 폐와 간으로 전이돼 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 것. 가족들의 도움으로 겨우 18일 수술을 마쳤지만 이후 항암치료나 통원치료비도 부족한 지경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현실적으로 양 씨가 돈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17일, 기자는 정 씨의 부인이 담임목사로 있는 목포시의 한 교회에서 정 씨를 직접 만났지만 “돈을 갚을 여력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정 씨는 “사업을 하다 망해 부인의 목회활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처남이긴 하지만 그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선거에 나가겠다며 도와달라고 날 찾아올 땐 언제고 지금은 날 모른 척하고 있어 나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그도 한 전 대표에게 과일값을 갚아달라고 몇 차례 읍소했다고 한다. 정 씨는 “한 전 대표도 과일을 돌리며 인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때는 묵인하고 선거가 끝나면 돈을 치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낙선해서 그런지 이제야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나보고 해결하라 한다. 과일을 받은 사람들도 다 한 전 대표가 돌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에서 나만 난감한 입장이 됐다”며 억울해했다. 또한 정 씨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키우던 염소를 팔 때마다 나오는 돈을 양 씨에게 지급하기로 각서도 썼다. 17일에 53만 원을 전달해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끝까지 해결해주지 않으면 내가 감옥에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자신은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전 대표에게 입장을 듣기위해 몇 차례나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그의 입장을 듣진 못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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