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즐기면 건강해 진다
꼬르륵, 꼬르륵…”
이 소리만 들리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허겁지겁 먹을 것부터 찾는다.
그래서 ‘꼬르륵’ 소리는 배고픔을 알려주는 배꼽시계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호에는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현혹되지 말자는 것이다.
꼬르륵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먹을 것부터 찾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왜?”
당연히 드는 궁금증일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할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배고픔의 정체, 그 속에 숨어 있는 건강 비밀을 한 번 캐보자.
글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학교 차움 비만센터 윤지연 교수
Part 1
배고픔… 정체가 뭘까?
우리는 보통 하루 세 끼 밥을 먹는다. 편의상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안배해 놓고 식사를 한다.
그런데 혹시 어떤 이유로 식사 시간을 놓쳤거나 한 끼를 굶었을 때를 떠올려보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주체하기 어렵다.
이러한 배고픔은 우리 뇌의 시상하부 바깥쪽에 있는 음식물 섭취중추가 관장하고 있다.
음식물을 섭취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감각이다.
CHA의과학대학교 차움 비만센터 윤지연 교수는
“배고픈 감정은 반드시 우리 몸의 칼로리나 영양소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먹을 것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배고픔을 적당히 즐기면서 사는 것이
각종 만성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PART 2
배고픔을 즐겨라! 왜?
배고픔을 즐기면 만성병을 예방한다?
이 물음에 윤지연 교수는 “오늘날 우리의 먹는 행위가 미처 예상치 못한 병폐를 낳고 있기 때문
‘나는 정말로 배고파 본 적이 있던가?’
‘혹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없는 데도 때맞춰 식사를 하지는 않았던가?’
‘하루 한 끼라도 굶으면 큰 일 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던가?’
이 세 가지 물음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6시 30분,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먹는다.
그래야 회사에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배는 전혀 고프지 않다.
그래도 오전에 일을 하려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한다며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는다.
하루 한 끼 굶는 것을 두려움으로 느낀다.
행여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11시쯤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속쓰림도 느껴진다. 그 느낌이 싫다. 그래서 그 바쁜 아침 시간에 맛도 없는 아침밥을 먹는다.
아마도 이런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는 본능적으로 배고픈 느낌을 싫어한다. 우리의 유전자에 그렇게 각인돼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오늘날처럼 먹을 것이 풍족했던 시절도 일찍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다 보니 먹을 것이 있을 때는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는 코드가 입력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먹을 것이 풍족하다. 어딜 가나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게 먹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먹고 또 먹는다. 너무 많이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아예 배고플 짬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몸에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풍부한 영양소가 내 몸에 에너지를 내고, 늙지 않게 할 것이며, 오래 살게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될 줄 미처 알지 못했다.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미리 먹는 습관이, 먹을 것이 너무 많은 시대 과식하는 식탐이 우리 몸에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지연 교수는 “현대인의 질병 대부분은 진정한 배고픔을 모르는 데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왜 배고픔을 모르는 것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까?
이 물음에 윤지연 교수는 “배고픔을 느낄 시간을 주지 않으면 우리 몸 속에 있는 지방이 일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지 않는 지방은 두려운 존재가 된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비만을 부르고, 당뇨를 부르고, 고혈압을 부르고, 암을 부르고….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진원지가 되기 때문이다.
Part 3
배고픈 시간은 내 몸 속 지방이 타는 시간
“배고픔을 모르면 지방이 일을 안 한다!”
다른 것은 다 잊더라도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원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는 감정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음식물 섭취중추에서 비롯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음식물 섭취중추는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곧바로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우리 몸의 혈중 당분이 떨어졌다고 해서 칼로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자면 조금 복잡한 생체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몸은 음식에서 영양소를 섭취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쓰고 남은 영양소는 저장해둔다. 당질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되고, 과잉의 당질과 단백질, 지질은 지방세포에 저장된다. 그래서 이들을 가리켜 우리 몸의 에너지 저장고라 부른다.
이렇게 저장된 영양소들은 가장 쉽게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혈중 당분이 떨어졌을 때 꺼내 쓰면 된다. 이때 비교적 손쉽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이 간이나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이고, 그 다음이 지방이다.
윤지연 교수는 “우리 몸은 혈당이 떨어져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 일단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그런 다음에 지방을 분해해 쓰게 된다.”고 밝히고 “그 시간은 대략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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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에 주목해야 한다. 지방이 일을 하게 하려면 배고픔을 느낀 시점에서 1~2시간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비로소 지방이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분해되어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배고프다는 신호를 느끼게 되면 곧바로 음식부터 찾는다. 대부분이 그렇다. 심지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게다가 많이 먹는다.
윤지연 교수는 “이렇게 되면 곧바로 혈중 혈당이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 몸속 지방은 힘들게 일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려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가만 있어도 혈중 당분이 알아서 에너지를 내는데 굳이 나설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은 놀고 먹는다.
제 일은 하지 않고 날마다 새롭게 저장되는 지방덩어리와 친구하면서 내 팔뚝에, 내 허벅지에, 내 허리에 불룩불룩 살을 찌우는 미운 짓을 하게 된다. 그게 전부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지방조직의 속이 꽉 차서 더 이상 지방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지방은 혈액 속에 잔류하면서 고지혈증을 만들고, 혈관에 피떡도 형성한다. 혈관의 탄력성도 떨어뜨리게 되면서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 등 각종 만성병을 유발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따라서 배고픈 느낌이 들자마자 음식부터 찾아선 안 된다. 1시간 정도의 배고픔은 반드시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 몸속 지방이 일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반드시 기억하자. 배고픈 시간은 내 몸의 지방이 태워지는 귀중한 시간임을.
Part 4
진짜 배고픔은 어떤 것일까? 자가 체크 법
이쯤 되면 왜 배고픔을 1시간 정도 즐겨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배고픔이라는 말이 참으로 추상적이다.
어느 정도의 배고픔을 즐겨야 하는지 감도 잘 안 잡힌다.
만약 그것이 고민이라면 진짜 배고픔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가 체크법을 참고해보자.
<배고픔의 지수 알아보는 법>
* 하루 날을 잡아서 3끼를 굶어보자.
* 그런 다음 배고픔의 정도를 0~10으로 나누어보자.
* 아주 배가 부른 상태를 10으로 하고, 3끼 굶은 상태를 0으로 설정하자.
● 0단계 : 3끼를 굶은 상태
● 1~2단계: 아주 배가 고픈 상태
● 2~3단계 : 배고픈 상태
● 3~4단계 : 배고픔만 사라진 상태
● 5~6단계 : 조금 더 먹을 수 있는 상태
● 7~8단계 : 후식까지 먹을 수 있는 상태
● 9~10단계 : 거북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
윤지연 교수는 “성인의 경우 1~2단계에서 식사를 하고, 5~6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고 밝히고 “더 욕심을 낸다면 하루 세 끼를 굶는 과정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그래야 저장된 지방을 분해하는 신호를 우리 몸이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part 5
참기 힘든 배고픔 다스리는 5계명
배고픈 시간은 내 몸 속의 지방이 타는 시간이다. 따라서 최대한 즐겨야 한다. 그래야 건강해진다.
윤지연 교수는 “지방을 태우자는 말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히고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몸으로 만든다는 것은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는 절대조건이 된다.”
고 말한다.
그런데 배고픔을 이겨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지연 교수가 공개하는 배고픔 다스리는 노하우 4가지를 소개한다.
▶ 배고프다는 느낌이 들면 물 한 잔을 마시자
그러면 음식에 대한 다급한 요구가 없어질 것이다. 실제로 배가 고파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 그 시기를 놓친 경우 어느 새 배고픔은 사라져 있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배고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는 ‘이 시간은 내 몸의 지방이 타는 시간이야. 조금만 참자’고 자신에게 다짐을 해보자. 그리하여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배고픔의 기분을 즐겨보자.
▶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배고픔 정도를 체크해보자
진짜 배고픔인지, 혈당이 떨어져서 생긴 배고픔인지 그 진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식사 전에 내가 배고픈지, 아닌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먹을 때도 많다. 그저 먹는 것이 좋아서 먹기도 한다.
그래선 안 된다. 배가 고플 때만 식사를 하자. 아니, 배고프기 시작한 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참다가 식사를 하자.
▶ 맛있는 것부터 먹고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먹는 것을 멈추자
음식을 먹을 때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부터 먹도록 하자. 즐기면서 먹으라는 말이다. ‘이것은 먹으면 안 되는데, 살찌는데’ 하면서 안 먹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먹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말고 먹고 싶은 것 위주로 먹되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반드시 젓가락을 놓자. 그 정도는 별로 힘들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 적게 먹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자
소식은 일급 장수 비밀이다.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이론이다. 무조건 몸에 좋다고 많이 먹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것이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일단 몸 속에 집어넣은 것은 무엇이든지 위에 도착하면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 위장이 싫다고 해서 그 일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인은 어떤가? 하루 종일 먹을 것을 달고 산다. 또 많이 먹는다.
그렇다 보니 우리 몸은 그렇게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고 흡수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가 소화 이외의 일도 할 수 있도록 되도록 적게 먹고, 적당히 먹고, 때로는 뱃속을 비워주는 센스도 종종 실천하자.
윤지연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배고픔이 느껴지면 반사적으로 없앨 생각부터 하지 말고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히고 “그것은 음식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윤지연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차병원 차움 비만센터 교수,
대한비만학회 간사로 활동 중이다.
인간의 수명도 1백20세까지
인간의 수명도 1백2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오래 살면서 이런 병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다면 결코 즐거울 리가 없다.
그래서 '건강 장수'가 중요하다.
1백20세 '장수 만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비법을 알아보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
시쳇말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고들 한다.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신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각종 질병에 대처하지 못해 단명하던 과거에는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소원이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1980년 국내에 2백명에 불과하던 100세인은 2000년에 2천2백명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에는 각각 수만 명의 100세인들이 있다. 미국 인구통계청은 2050년이면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6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가까운 미래에 100세를 넘어 1백2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은 성장 기간의 여섯 배까지 산다고 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인간이 20세까지 성장한다고 볼 때 1백20세가 인간 수명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 유전자 복제, 생체 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백20세가 최고 수명이 아니라 평균 수명인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이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 시는 지난해 1백20세 이상 장수인이 5천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고령자인 1백52세 할아버지와 1백51세 할머니를 포함해 모두 79명이 1백40세 이상이고, 1백30세가 1천여 명, 1백20세가 3천9백여 명이다.
출생 연도가 뚜렷하지 않고 주민등록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아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이런 사례에서 보듯 1백20세 수명 시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든 많이 움직여라
ⓒ시사저널 이종현 |
따라서 요즘에는 오래 사는 만큼 벽에 똥칠하지 않고 장수하는 비결에 관심이 높아졌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인내과 교수는 "노인 대부분이 생의 마지막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오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장수인들의 공통점에서 엿볼 수 있다. 장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장수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큰 병에 시달리지 않았다. 또 세 명 중 한 명은 치매에도 걸리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신체적 장애가 급속히 진행되어 사망에 이른다는 점도 유사하다. 특히 장수 여성은 40세 이후 출산한 경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았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세 이후 출산 경험이 있는 일반 여성은 5.5%인 데 반해 장수인 여성은 19.2%였다.
장수인은 노화가 천천히 진행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른바 장수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이유이다. 국내에서도 장수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한창이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서양에서는 장수 유전자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장수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인 남성만의 장수 유전자는 따로 있다. 바로 알코올 분해효소이다. 그래서 한국 장수인, 특히 남성은 술을 잘 마신다. 이에 대한 연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00세 이상 장수인의 형제들은 100세까지 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비슷한 식생활과 환경에서 함께 자랐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장수 전문가들은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은 30%이고 나머지는 후천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후천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체 활동, 식습관, 마음가짐이다. 한마디로 꾸준히 움직이고,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으며, 느리게 사는 것이 장수의 왕도이다.
이 세 가지는 면역력을 올리는 필수 요소이다.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폐암 수술을 잘 받았지만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사망했다.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은 떨어진다.
젊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감기 바이러스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청춘처럼 팔팔한 면역력을 유지할 수는 없더라도 면역력 이 떨어지는 것은 최대한 늦추라고 주문한다.
그 첫 단추가 신체 활동을 늘리는 일이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라는 의미이다.
의자에 앉아서도 다리를 들어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된다. 또, 산책을 자주 하거나 주차도 멀리 하고 걷는 거리를 일부러 늘리는 방법도 좋다. 어떤 방법으로든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있다.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0년 후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 1마일(1.6km) 이하를 걷는 사람은 2마일(3.3km) 이상 걸은 사람보다 수년 후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이처럼 몸을 움직일수록 뇌졸중·심근경색 예방 효과가 나타나므로 '건강한 장수'에 도움이 된다. 사실 노인들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약 40%를 차지한다. 운동은 마라톤처럼 힘든 운동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요가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운동을 젊을 때부터 꾸준히 하면 더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세 끼 챙기고 소식하라
항암뿐 아니라 노화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청국장 콩. ⓒ시사저널 이종현 |
지난 4월19일 일본의 기무라 지로에몬 씨가 1백14세 생일을 맞았다. 일본 혼슈 긴키 지방에 사는 기무라 씨는 현재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령 남성이다. 1백20세까지 사는 것이 목표라는 기무라 씨는 건강 비결로 소식을 꼽았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었고, 위가 80% 정도 채워졌다고 느끼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다.
산삼 등 특정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특정 음식이 불로초로 작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이 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특정 음식으로 장수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일이 장수와 관련된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평범한 방법이지만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밥맛이 없거나 귀찮아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침을 거르거나 적게 먹고 저녁에 포식하는 습관은 장수와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70세 이상 노인이 갑자기 소식하면 골밀도 감소, 근육 손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소식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하루 섭취량을 따져 과잉 상태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적정 열량을 연령대별로 확인하고 그것보다 20% 정도 적게 섭취하면 소식에 해당한다. 밥 한 공기가 조금 모자라게 먹는 정도이다.
너무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면 자칫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구성을 6 대 2 대 2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식을 먹으면 소식하는 의미가 없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지만 곧 익숙해진다. 지나칠 정도로 배가 고프면 물을 마시면 좋다. 포만감이 뇌에 도달하기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므로 최소 식사 시간을 20분 이상으로 잡고 음식을 천천히 먹어야 과식을 피할 수 있다.
피할 음식은 가공식품과 튀김류이다. 특히 튀김류에는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소식과 상관없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효소(酵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자외선이나 방사선이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지나치게 높일 수 있는데, 항산화효소(SOD)가 이를 억제한다고 한다. 항산화효소는 2002년 미국에서 방사선 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억제하고 완화하는 효능이 검증된 바 있다.
우리 몸에도 항산화효소가 있는데, 20대부터 분비량이 점차 감소한다. 이 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효소 자체를 보충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아현미, 녹차, 보리 싹 등이 항산화효소가 함유된 원료이다. 프랑스 아비뇽 지방에서 생산되는 칸탈로프 멜론은 일반 멜론에 비해 항산화효소가 여덟 배 이상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효소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영양분으로 변화시키는 효소도 있다. 소화 작용, 영양분 흡수, 노폐물 배출, 독성 물질 정화, 항산화 작용, 항염 작용도 효소의 몫이다. 나이가 들수록 효소가 부족해지면 영양분 흡수에 이상이 생기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쌓인다.
결국 신체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생명을 유지하는 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에 동원된다. 생명 유지 효소가 부족하게 되므로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체력단련실에서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따라서 효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우리 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효소 치료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효소 치료라고는 하지만 건강 유지법에 더 가깝다. 예를 들면, 고기를 영양분으로 바꾸려면 많은 효소가 필요하지만, 채식은 적은 효소로도 분해된다.
게다가 채소와 과일에 있는 효소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도 돕는다. 한국에서는 효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일반인이 직접 효소를 만들어 먹는 수준이다. 만드는 방법은 과일주를 담그는 것과 비슷하지만 술이나 물을 넣지 않는 점이 다르다.
채소나 과일을 설탕과 함께 큰 병에 넣고 밀봉해 오랜 기간 발효시키면 효소가 만들어진다. 이를 마시거나 요리에 첨가해서 먹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장수인의 또 다른 공통점은 느리게 사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 결과에서도 100세 이상 장수인들은 느리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차분하고, 개방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 나타난다. 장수한 사람의 얼굴이 '웃는 상'으로 보이고, 실제 나이보다 젊고 여유롭게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급할수록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짜증이 나고 화를 내기 십상이다. 특히 경쟁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느리게 사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휴가 기간에도 쉬지를 못한다.
홍영재 SH클리닉 산부인과 원장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로 유명한 유태인들은 휴가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 책을 보다가 차를 마시다가 자기를 반복한다.
한국인은 휴가 때에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몸에 밴 것이다. 조바심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 데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오래 살려면 욕심부터 버려라" 암 투병 후 건강 인생 사는 홍영재 SH클리닉 산부인과 원장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은 매일 저녁 곱창과 꽃등심을 즐겼다. 그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도 없다 싶었다. 사달이 생긴 2001년 가을, 그날에도 외식을 하던 참이었다.
배가 이상해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암과 신장암 3기로 가망이 없었다.
5시간 걸리는 대수술과 6개월 동안 뼈가 녹는 항암 치료를 받았다. 80kg이던 체중은 3개월 만에 15kg이 빠졌다. 2002년 월드컵은 그에게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병원은 산부인과 의사인 아들에게 맡겼다. 매월 15건 이상 강연 요청이 들어온다. 오전에는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강연을 다닌다. 암을 이기고 돌아온 의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웃음)"
"청국장의 원료는 콩이다. 콩에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있다. 칼슘, 철,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도 많다.
심지어 비타민까지 있다. 콩을 발효시킨 청국장은 단언컨대 만병 통치약이다. 내가 먹고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되찾았지 않은가."
산소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일부는 신체를 산화시킨다. 산화는 노화를 의미한다. 활성산소가 많을수록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이를 억제하는 효과도 청국장에 있다. 청국장이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홍원장은 건강 강연 때마다 되풀이한다. '청국장 전도사'라는 애칭까지 붙었고 청국장 관련 책도 냈다.
"은퇴하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때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돈, 명예, 섹스 등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다."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님의 인생을 두 번 살라는 내용의 책을 올가을에 기대 하세요'' 포공영(구춘회)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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