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과 영업

조기암 수술 내시경 대신 개복수술하라...

참도 2011. 9. 6. 10:34

당국 - 의료계 갈등에 조기암 환자들만 시름

실부담 10만원 차이 불과… “내시경 대신 개복수술하란 말인가” 항의

경향신문 | 박효순 기자 | 입력 2011.09.05 22:10 | 수정 2011.09.06 03:08


5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소화기암센터. 경기 김포에서 온 조기 위암 환자 ㄱ씨(61)는 내시경으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ㄱ씨의 암 크기는 4㎝ 정도로 보건복지부가 9월부터 개정한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의 건강보험 개정 고시 범위(2㎝ 이하의 위암)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ㄱ씨는 점막하 절제술 대신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다. 직경 3㎝가량의 조기 위암 환자인 ㄴ씨(56)는 보름 이상을 기다려 9월 초 조기 위암 내시경 수술을 받기로 했으나 연기했다. ㄴ씨는 암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떼어내는 점막하 절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바뀌면서 의료현장이 혼돈을 빚고 있다. 새 기준을 밀어붙이는 당국과 기준을 따를 수 없다는 의료계가 정면충돌하면서 환자들만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복지부의 건강보험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새 기준안은 점막하 절제술을 위선종 또는 궤양이 없는 2㎝ 이하 위암에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한 뒤 보험급여로 21만원을 책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암 크기를 2㎝ 이하로 제한한 것은 효과가 입증된 내시경 점막 절제술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유관학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수술용 칼의 숫자도 제한했다. 복지부는 당초 수술용 칼을 1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자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2개까지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다시 논의해 결정키로 했다. 수술용 칼 1개의 비용은 9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복지부는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시술비가 기존 250만원(의료수가 기준) 안팎에서 70만원 정도가 되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당장 현재 3~4㎝ 크기의 조기 위암을 시술하는 상황에서 크기를 2㎝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료 소비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소폭' 낮추기 위해 내시경으로도 가능한 수술을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로 하는 게 타당하냐는 반문이다. 암의 경우 환자들이 부담하는 보험수가는 의료수가의 5% 수준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실부담비 차이는 10만원 미만이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점막하 절제술은 입원 기간이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의 절반 이하"라며 "절제 없이, 흉터 없이 시술해 조기 퇴원을 시키는 의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등은 점막하 절제술을 확대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과 의료계의 팽팽한 대립은 가뜩이나 밀려 있는 암 외과 수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관에서 시술이 급한 진행암 우선으로 시술할 경우 조기암 환자들은 더 오래 기다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재준 교수는 "가뜩이나 외과 수술이 밀려 있는데, 조기 위암 환자들까지 복강경이나 개복을 받는 상황은 의료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부서에는 환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청와대에도 민원이 들어오는 등 환자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 조기위암 내시경 시술

위암의 전단계인 위선종과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을 대상으로 한다. 과거에는 내시경 올가미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괄 완전절제를 위해서는 1~2㎝ 크기의 작은 조기위암만 주로 치료를 했다. 최근 조기위암에 대한 시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에 한해 3~4㎝ 크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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