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세금

오늘의 세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100억 추징당한 선박왕(王) 권혁 '너무 당당한 항변'

조선비즈 | 류정 기자 | 입력 2011.04.13 02:59 | 수정 2011.04.13 07:44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저는 역외 탈세와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선박왕'은 당당했다. 국세청으로부터 4100억원을 추징당한 권혁(61) 시도상선 회장은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의외로 주저 없이 응했다.

↑ 국세청으로부터 4100억원의 세금 추징을 당한 권혁(61) 시도상선 회장이 12일 자신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나는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한‘비거주자’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그는 "세금을 적게 내려는 것이 기업의 본능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고, 세법상 외국인(비거주자)으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에 1년에 180일 이상은 머물지 않았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12일 인터뷰가 이뤄진 그의 사무실은 서울 서초동 한 빌딩의 5층에 있었다. 30여개의 직원들 책상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회사 팻말도 없었다. 국세청은 이 사무실이 시도상선의 실질적인 본사임에도 권씨가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대리점으로 위장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거주자로 인정돼 거액을 추징당했는데.

"1990년에 일본에 건너가 1993~ 2005년 일본에서 사업했다. 그 당시엔 비거주자로 인정을 해줬다. 그 이후 홍콩으로 본사를 옮겼다. 그것도 한국 국세청이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을 해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2006~2009년을 거주자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왜 일본 거주할 땐 세금 부과 안 했는가."

―한국에는 1년에 얼마나 머무나.

"일본 세무사가 비거주자로 인정받기 위해 지켜야 할 룰을 알려줘서 열심히 지켰다. 1년에 180일 이상 머무르면 안 된다고 해서 지켰다. 단 한 가지 못 지킨 것은 일본 의사들을 못 믿어서 2007년엔가 허리디스크 때문에 삼성의료원에서 치료받느라 190일인가 머문 적이 있다. 시빗거리가 될 수 있을 거다."

―가족은 어디 사나.

"1994년 일본에 아내, 아들 딸 다 데리고 갔다. 딸은 영국 유학 중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그가 장모 명의의 집에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세금 안 내면 무임승차 아닌가.

"일본에서 사업 시작했고, 지금은 홍콩에서 영업한다. 세금은 이 나라들에 내야 한다. 노무현 정권 때 한국에 회사를 설립해 보려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번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국민정서가 있다.

"우리 회사가 한국 조선소로부터 최근 5년간 선박을 3조7000억원어치를 발주해 구입해 갔다. 수출용 자동차를 실어나르는 배를 빌려주고 있는데, 배에 자동차를 실으려면 보험을 들어야 한다. 그 보험료도 한국에서 1년에 100억원 넘게 들어주고 있다. 그만큼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회사를 두고 사업할 생각은 없나.

"적당한 사업이 있다면 하고 싶다. 나도 한국놈이다. 해외만 떠돌 수는 없는 일이다. 국세청 과장이 충심 어린 충고를 하는데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국세청은 물론, 검찰, 국회의원, 시민단체까지도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 주위 사람 먹여 살리란 얘기다."

―페이퍼컴퍼니가 수십개라는데?

"전 세계 해운회사가 다 페이퍼컴퍼니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에 회사 만들면 한국 선원들 태워야 하고 인건비가 올라간다. 배 한 척당 페이퍼컴퍼니 하나다. 배 한 척으로 인한 손해가 다른 배에 전가되지 않기 위해서다."

(선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사 중 상당수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선박을 발주한다. 그러나 그런 회사들도 세금은 대부분 국내에서 신고해 내고 있다.)

―어떻게 사업을 확장했나?

"1990년 현대자동차 차장으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곧바로 일본 건너가서 일본 지인들 도움으로 사업 시작했다. 일본의 도움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가 커지니까 일본 국세청이 관심을 갖게 됐고, 2007년 중반에 세무조사를 나왔다. 내라는 만큼 냈다."

검찰, 권회장 출국금지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이 사건을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에 배당해 수사를 시작하고 권 회장을 출국금지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