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카이스트 자살

참도 2011. 3. 31. 23:49

카이스트 경쟁몰이, 우리 벗을 앗아갔다”

한겨레 | 입력 2011.03.31 20:50 | 수정 2011.03.31 22:20 |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 대전

 

[한겨레] '세번째 자살' 학생들 분노


성적 따라 등록금 부과…맞춤인재 찍어내기 교육


게시판 등 "학교 바꾸자"…교수들도 우려 잇따라

31일 새벽 5시 서울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으로는 올해 들어 세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아무개(24)씨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장씨의 빈소가 차려졌던 '특 6호실'은 장례 기간 내내 여닫이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영정사진 옆 학교 이름이 적힌 조화만이 무겁게 자리를 지켰다. 30일 오후 5시께 입관식을 지켜본 장씨의 어머니가 실신한 채 휠체어에 실려 나왔지만,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장씨가 가는 마지막 길은 몇몇 친구들만이 조용히 배웅했다.

빈소를 찾은 한 카이스트 학생은 "친구가 조울증을 앓아왔다는 면만 부각이 되는데 실제로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동아리 활동도 몇 개나 하고 머리도 똑똑한 학생이었다"며 "이번 죽음은 그 친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 위주의 학교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장씨는 초등학교 때 조기 유학을 갔다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은 카이스트로 통합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에 진학했다.

장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카이스트 학생들은 온라인 공간에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며 충격과 분노를 나타냈다. 카이스트 재학생 커뮤니티인 '아라'(ARA)에 개설된 '쟁점 게시판'의 주제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카이스트, 지금 무엇이 문제입니까'로 정했다. 이 게시판에는 경쟁 위주의 학업 과정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11학번 신입생이라 밝힌 한 학생은 "나 역시 이 세계가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자퇴도 생각해보고 휴학 상담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울면서 말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300명 이상의 학우가 이 글을 추천한다면 월요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총장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루도 안 돼 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 글을 추천했다.

곽영출 카이스트 총학생회장도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의 징벌적 등록금 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의욕이 더 떨어졌고, 학생들은 억지로 떠밀려 공부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연구를 보장하던 학교가 이제는 맞춤형 인재를 찍어내는 영재 공장으로 전락했다"고 학교 당국을 비판했다. 카이스트는 현재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징벌적 등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거듭되는 학생들의 자살에 교수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정씨가 숨진 날 자신의 트위터에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임지선 이유진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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