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구제역

참도 2010. 12. 27. 10:03

여주 구제역 신고 없었는데…어디까지 번졌을지 ‘충격’

한겨레 | 입력 2010.12.27 08:30

 


[한겨레] 손 한번 못쓴채 2주 흘러…초동대응 실패


충청도로 구제역 확산 우려, 긴급 백신처방


"곳곳 방역 틈 가능성…전국 항체검사 필요"


항체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이동초소 설치 등 방역에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7~14일이 흘러갔다는 것을 뜻한다. 초동대응이 완전히 실종됐고, 그 기간 동안 구제역이 어디까지 얼마나 전파됐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경북 안동발 첫 구제역은 초동대응이 닷새 지체됐지만, 그래도 항체 형성 이전의 '항원 단계'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됐다. 그런데도 초동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여주 한우농장의 '항체 양성' 확인 7시간 만에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추가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여주 농장 주변이 심하게 오염됐다고 보고, 강도 높은 조처를 서둘러 결정한 것이다. 구제역 발생이 확인되지 않은 이천시 대월면을 백신 접종 대상에 넣은 것은 구제역이 충청권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양돈과 낙농 농가가 밀집해 있는 여주·이천 지역도 위험하지만, 최대 양돈 집산지인 충청권만은 방어하겠다는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총력 방역에 나선 상황에서 '항체 양성'이 터져나온 것에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여주의 경우는 구제역에 걸린 소가 자연 회복되면서 의심 증상 없이 보름가량 지났을 수 있고, 오래전에 구제역에 걸려 항체가 한 차례 형성됐던 소가 이번에 다시 감염됐을 수도 있다"며 "이미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황에서는 곳곳에서 숱한 방역의 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구제역이 없는 다른 지역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전국적으로 항체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이석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방역부장은 "젖소 사육이나 양돈 농가와 달리 한우 농가는 날마다 소를 잘 살피지 않는다"며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농장주가 의심 증상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직 방역 당국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방역망이 총체적으로 붕괴됐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정선현 대한양돈협회 전무는 "당장 돈 몇 푼 덜 들어가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여러 선진국들처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제역 바이러스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대만은 1997년에 예산을 좀 덜 들이려고 매몰처분 대신 전국 백신 접종에 성급하게 나섰다가 축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여주/김기성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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