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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엘시티 스폰서 성접대 사건

참도 2022. 8. 16. 15:53

이영복도 함께 한 검사 술자리? 임은정은 왜 눈물 쏟았나 [조성식의 통찰]

조성식 입력 2022. 08. 16. 13:51 댓글 118
 
[조성식의 통찰] 검사들 룸살롱 회식에 엘시티 회장 동석 의혹..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조성식 기자]

 


'검사와 스폰서'.

검찰에 만연했던 접대문화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2010년 4월과 6월 동명의 제목으로 방영된 MBC <피디수첩>은 몇몇 검찰 고위 간부가

술 접대와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증언자로 나선 사업가 정모씨는 자신이 성 접대한 검사만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책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정희상 시사인 기자와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정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을 냈는데,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과 접대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구 기자에 따르면, 이 책에 등장하는 검사들 중 누구도 항의나 고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일, 임은정 검사(대구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오마이뉴스TV>에 출연해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과거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들의 룸살롱 회식 자리에 동석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검사들이 횟집에서 1차를 하고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술자리가 끝난 뒤 성 접대가 이어졌다는 것이 임 검사의 증언이다.

부산지검 룸살롱 사건은 임은정 검사가 최근 펴낸 저서 <계속 가보겠습니다>에도 간단히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 술자리에 이영복 회장이 동석했다는 의혹을 임 검사가 직접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평소 정관계 인사들에게 접대와 로비를 일삼았다고 알려진 만큼 현직 검사의 증언이 갖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임은정 검사
ⓒ 권우성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복합개발사업이다. 85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과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로 구성됐다. 2016년 이 사업과 관련해 횡령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영복 회장은 대법원에서 6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부산참여연대가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전·현직 검사 13명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정부를 강타한 엘시티 사건은 각종 인허가 특혜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와 유력 인사들에 대한 특혜 분양 시비로 떠들썩했으나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12명이 구속되고 12명이 불구속기소 됐으나, 유력인사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당시 새누리당 의원뿐이었다. 그 탓에 뒷날 축소 수사 및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한 차례 더 논란에 휩싸였다.

임은정 검사의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 따르면, 부산지검 검사들의 룸살롱 회식 당시 "룸살롱 사장"이라는 사람이 "귀한 분들이 오셨는데 내가 모셔야 한다"며 검사들을 접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폰서를 자처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와 서로 술값을 내겠다고 실랑이한 끝에 양보했다는 것이다.

임 검사는 술자리 당일에는 그가 이영복 회장인 줄 몰랐으나 뒷날 다른 검사가 동일인이라고 귀띔해줘서 그렇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날 자신을 "오션살롱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동석한 남자는 "체격이 왜소하고 소탈한 인상"이었다. 2016년 엘시티 사건이 터진 후 부산지검에서 배포한 수배 전단을 보면, 이 회장의 키는 166㎝이다. 이 회장은 당시 오션살롱 사장으로 통했다고 한다. 

비록 오래전 일이기는 하나 이 사건은 법치의 선봉을 자임하는 검사들의 도덕 불감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밖으로는 엄하고 안으로는 관대한 검찰의 이중성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뒷날 정관계 로비와 분양 비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업자가 스스럼없이 검사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는 의혹은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뿌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임 검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후속취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본 이유다. 

문제의 회식 자리에 무슨 일 있었나
 
 
  2016년 11월 12일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의 회식이 있었던 때는 2005년. 부산지검 검사 10여 명은 새로 부임한 A 부장검사가 마련한 회식에 참석했다. 스폰서는 B 변호사.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B 변호사는 A 부장검사와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B 변호사의 마지막 근무지도 그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개업한 B 변호사가 부산 검사들을 접대하게 된 데는 사정이 있었다. 자신이 맡은 사건 관련 재판이 그날 부산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는 A 부장검사 휘하 검사들뿐 아니라 B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다른 부서 검사들도 동석했다. B 변호사는 부산지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1차 접대 장소는 해운대 청사포의 한 횟집이었다. 2차는 2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오션타워 지하의 오션살롱이었다. 오션타워 소유주가 바로 이영복 회장이었다. 이날 회식 중간에 들어와 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울렸다는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은 오션살롱에서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을 자주 접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애초 2차 자리에는 빠지려 했으나 선배 검사들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유일한 여검사였다. 임 검사는 A 부장검사 옆자리에 앉혀졌다. 여검사가 끼었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질펀했다. 검사 수만큼 여성 종업원들이 동석했는데, 여느 룸살롱 술자리와 다름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른바 '2차'. 술자리가 끝날 무렵 임 검사는 잠시 밖에 나가 있다 들어와야 했다. 마담이 임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들(검사들)이 2차 가려 하니까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임 검사는 화장실에서 모멸감에 눈물을 쏟았다.

임 검사가 펴낸 책에는 이런 자세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스폰서가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들의 화대를 계산했고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졌다"고 분명히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룸살롱 회식에 참석한 검사들이 다 '2차'를 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표까지 고민했던 임 검사는 회식 다음 날 정식으로 문제제기했다. 사적으로는 모 선배 검사에게 항의 메일을 보냈다. 그는 룸살롱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임 검사에게 "A 부장검사, 훌륭한 분이니 잘 모셔라"고 속닥였던 사람이었다. 공적으로는 기획부서 C 부부장검사를 찾아가 룸살롱 회식 사건을 알리고 부장검사 교체나 부서 전출을 요구했다. "부장이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받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임 검사가 찾아간 C 부부장검사는 김모 전 검찰총장의 사위였다. 그는 임 검사의 요청을 상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임 검사에게는 몇 달 뒤 있을 인사 때 공판부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한 달 뒤 A 부장검사가 파견 발령을 받는 바람에 없던 얘기가 돼버렸다.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지난 3월 18일 부산지역 70여개 단체로 이루어진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와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문제를 제기해온 부산참여연대가 부산지검 앞에서 사건 수사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전현직 검사 13명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 김보성
한편 당시 오션타워 꼭대기인 20층에는 오션스카이라운지라는 술집이 있었다. E 전 검찰총장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임모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단골이었다.

오래 전 기자와 만났던 임씨 증언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 근무했던 검사치고 그 술집에 드나들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단골 중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법조인이 꽤 있었다. 

검찰의 치부인 접대문화 풍속도는 많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추문에 따른 검찰 내 자성 분위기와 검찰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눈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수사 대상자가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주선으로 현직 검사 3명을 룸살롱에서 접대한, 이른바 '라임 술 접대' 사건이 알려진 게 불과 2년 전이다. 이 사건만 봐도  접대문화의 유령이 여전히 검찰 안팎에서 어슬렁거림을 알 수 있다. 

검사들로서는 "왜 우리만 공격하느냐"고 항의할 법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문화를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다. "일부 검사들의 일탈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는 항변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검사는 단죄하는 직업이다. 일부라도 그러면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은 '나쁜 놈 때려잡기'만 강조하는데, 검찰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는 수사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는 둥글다지만, 세상은 모가 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에 젖어 일탈과 특혜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 사회의 공정과 상식은 설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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