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닷새 앞둔 날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4일 지난 5년간의 국정기록을 담은 22권의 ‘백서’ 발간을 기념해 국정과제위원회
인사들과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의 국정이 항상 공개되고 언론들에 취재되고 있어
모든 것이 기록될 것 같지만 언론은 아주 선택해서, 취사선택해서 취재하고 보도할 뿐”이라며
“(언론은)때로는 편향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결국 역사는 기록이고, 기록돼야만 역사가 된다”며
“전체의 균형된 국정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 정부가 해야 될 하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고민정 당시 부대변인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진행한 '1130 청와대입니다'
생방송을 통해 청와대에 대한 일방적 홍보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훗날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알아줄 것’이란 말을 좋아했는데,
그 말엔 ‘지금은 평가받지 못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위로와 위안이 내포된 것”이라며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말대로 됐다.
노무현 정부의 성과와 업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 신년 기자회견 대신 손 전 앵커와의 대담을 택했다. 뉴스1
정부 출범 초기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청와대 소식을 국민에게 직접 전하겠다”며
시작했던 페이스북 생방송 ‘1130 청와대입니다’가 대표 사례다.
이 방송에 대해 당시에도 "강성 지지층의 코드에 맞춘 일방적 홍보"라는 뒷말이 나왔다.
진행을 맡았던 고민정 당시 부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기자의 비판적 질문에 직접 답했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도 특정 언론을 선택한 녹화 형식의 대담으로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에 대한 언론의 평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 자부하고 있고,
또 세계에서도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방역 모범 국가, 가장 빠른 경제 회복, 그런 가운데 이룬 분배 개선,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인정과 그에 걸맞은 국격, 문화강국,
국제 협력과 탄소중립에서 앞서간다는 평가와 위상 제고가
위기의 국면 속에서 나왔다는 게 놀랍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정백서)자료들은 앞으로 이어지는 다른 정부들과 비교를 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다음 (윤석열)정부의 경우 우리 정부의 성과를 전면적으로 거의 부정하다시피 하는
가운데 출범하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정부의 성과, 실적, 지표와 비교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윤 당선인 측이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취지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 청와대제공
문 대통령은 임기 종료일인 9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퇴근해
서울 모처에서 임기 마지막 밤을 보내고, 10일 오전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하북면 새 사저로 이동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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