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날개없는 추락..차비까지 물물교환
입력 2021. 02. 23. 09:46 수정 2021. 02. 23. 09:46 댓글 70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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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만성적 경제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베네수엘라에서 물물교환이 생존 방법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간편결제가 보편화하고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시대지만 베네수엘라에선 생필품 구입에서
교통비까지 물건이 돈을 대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는 물물교환시장이 수두룩하다.
카라카스 서부 지역에 주말마다 서는 채소시장도 물물교환 전문 시장이다.
여기에선 베네수엘라 중부 미란다와 동부 안소아테기 등지에서 올라간 농민들이
채소나 과일을 기타 생필품과 교환한다.
고정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농민은 어림잡아 60여 명에 이른다.
안도아테기의 농민 헤네시스 콘트레라는 매주 시장에서 "무엇이든 바나나 5개와 교환한다"며 열심히 손님을 끈다.
그는 인터뷰에서 "돈은 없고 가진 건 직접 재배한 채소나 과일뿐이라 다른 물건과 바꿀 수밖에 없다"며
"매주 이런 식으로 국수나 밀가루, 쌀 등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바나나 5개에 쌀 1kg 등으로 가격도 수나 양으로 정해진다.
거래는 활발한 편이다.
콘트레라스는 "많이 가져올 때는 바나나 200개, 참마(감자와 비슷한 채소) 30kg, 레몬 40kg 등을 갖고 온다"며
"그때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교환하곤 한다"고 말했다.
아예 교통비까지 물물교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카라카스에서 약 143km 떨어진 농촌지역 엘과포에 사는 한 여자 농민은
이웃들과 함께 매주 물물교환을 하러 카라카스로 상경한다.
차비를 낼 돈도 없는 그가 이용하는 건 화물트럭이다.
안면이 있는 기사와 협의해 채소나 과일로 적당한 값을 치르는 걸 차비를 대신한다.
요즘은 1인당 채소 또는 과일 1kg로 요금이 굳어가고 있다고 한다.
후안 나달레스도 매주 이 시장에서 물물교환으로 생필품을 조달하는 25살 청년 농부다.
그는 "하루에 교환이 끝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땐 일요일까지 남아 물물교환을 한다"며
"이틀 연속 교환을 해야 할 때는 자루를 바닥에 깔고 노숙을 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금융전문가 헨켈 가르시아는 "2차 세계대전 후 담배를 돈처럼 통용한
유럽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화폐에 대한 국민적 불신,
달러화 소액권 지폐의 부족 등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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