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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택배

참도 2020. 10. 6. 11:28

세상에 없던 '도보 배달'..한국만 가능한 모델 왜?

최동현 기자 입력 2020.10.06. 07:55 수정 2020.10.06. 09:1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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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이어 CU 시작.

이마트24·세븐일레븐 '검토 중'
편의점 '라스트마일 전쟁' 中..블루오션 될까 관심

GS리테일 '우리동네 딜리버리'(왼쪽),

BGF리테일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배송 경쟁'이 동네 상권 속까지 스며들었다.

편의점 GS25에 이어 CU까지 '1㎞ 배달' 사업에 뛰어들며

 

'슬세권 배송전쟁'의 도화선을 당겼다.

'편의점 도보 배달'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배송 플랫폼이다.

배송 거리를 최대 1.5㎞로 줄이고 이륜차를 빼버렸다.

 

글자 그대로 '라스트마일'(1.6㎞) 배송이다.

산학계는 정의조차 생소한 '도보 배달' 시장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배송 최종 단계'에서 벌어지는 '1마일 배달 생태계'를 짚어봤다.

 

◇GS25 '우딜' 이어 CU도 '도보 배달' 사업 나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도보 배달 신호탄은 GS리테일이 먼저 쐈다.

GS리테일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도보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내놨다.

 

'우딜'은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근거리 Q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달) 플랫폼이다.

GS25, GS더프레시 등 오프라인 점포 상품을 반경 1.5㎞ 거리까지 도보로 배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GS리테일은 8월31일 시범사업을 마치고 우딜 사업을 전국 점포로 확대했다.

 

현재 GS리테일이 보유한 1만5000개 점포 중 4000여곳에서 우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배달기사인 '우친'(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도 8월 중순 1000명대에서

한 달 반 만에 2만8000명으로 28배 급증했다.

 

주문건수는 6배 이상 뛰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 5일 도보 배달 전문 업체 '엠지플레잉'과 손잡고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달 말까지 서울권 CU점포 1000여곳에 순차 도입하고,

다음달에는 전국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CU는 배달 반경을 1㎞로 더 줄였다.

 

편의점 배달 주문이 접수되면 인근 수백미터 안에 있는 도보 배달원이

편의점에서 상품을 받은 뒤 걸어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주문 접수 5분 내에 도보 배달원에게 우선 배정하고,

 

이후에는 이륜차 배달원에게 자동 배차된다.

경쟁사인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역시 사업 타당성과 시장 수요를 따져보며

편의점 도보 배달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안정적인 배송, 일자리 창출…사업자·고객·구직자 '방긋'

'도보 배달'은 편의점 상품을 근거리로 걸어서 배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업 모델처럼 보이지만, 등장 배경과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꽤 묵직하다.

 

편의점들이 잇달아 도보 배달 서비스를 내놓은 최대 이유는 배달기사의 '태부족'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원에서

지난해 23조원으로 53% 커졌지만,

 

라이더(이륜차 배달기사) 수는 지난해 13만명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결국 주문이 몰리는 '피크'(peak) 시간대마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문이 강제 취소되는 사태가 빈발하자, 편의점이 자체 배달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CU에 따르면 도보배달 평균 소요 시간도 21분30초로 이륜차보다 20분 더 빠르다.

'일자리 창출'도 도보 배달 시장의 순기능이다.

한집 건너 한집 꼴로 편의점이 많다 보니 배달 반경을 1마일로 줄일 수 있고,

 

이륜차도 필요 없어 배달기사 진입장벽도 낮다.

GS리테일 우딜은 한번 우친으로 등록하면 내킬 때마다 산책하듯

부업 삼아 배달하면 되기 때문에 청년층이나 고령층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 GS리테일이 우친 2만8000명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가 55.3%로 과반을 차지했다.

5060세대 우친 비율은 13.8%에 달했다.

 

편의점주와 소비자에게는 피크시간에도 안정적인 배송을 보장하고,

실업자나 은퇴자에게는 쏠쏠한 부업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숨어있는 셈이다.

 

GS리테일 도보 배달 서비스 '우딜'의 1호 우친으로 위촉된 장영은씨(74)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GS리테일 제공)© 뉴스1

◇"세계 유례없는 이색 시장"…업계 "도보 배달 전망 밝다"

 

산학계는 '도보 배달'이라는 플랫폼이 한국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이색 시장이라고 분석한다.

도보 배달과 '게으름뱅이 경제'를 연결해 새로운 '배송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 도보 배달 서비스는

 

인류 역사상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서비스"라며 "유통업계

'라스트마일 배송경쟁' 영역이 반경 1마일의 동네 상권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슬리퍼를 끌고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상권'을 뜻하는 슬세권에서도 배달 수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이커머스의 '새벽배송'을 넘어 백화점도 명품과 신선식품을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와 기대도 함께 올라갔다"며

 

"편의성과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보 배달은 편의점이 아주 촘촘하게 분포한 한국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한국보다 편의점 상권이 넓은 일본조차 시도할 수 없는 이색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도보 배달 사업의 전망이 소비자의 '게으른 욕구'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집 앞 편의점 상품 배달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

소비 행태'가 계속된다면 충분히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란런경제'(懶人經濟),

미국은 'Lazy Economy',

한국에서는 '편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배달 수요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가 있다면 도보 배달 사업도 충분히 전망이 밝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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