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베고 태양광..계산기 두드리니 20년 지나도 적자
정종훈 입력 2020.08.31. 05:01 수정 2020.08.31. 07:12 댓글 60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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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에너지 패러독스, 팩트로 푼다]
④ 태양광, '친환경' 발전 되려면
경북 봉화군 오전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지난해 과수원과 소나무 군락 자리에 들어섰다. 대규모 패널이 깔린 발전 시설 주변은 초록빛 삼림이 둘러싸고 있다. 양인성 인턴
지난달 31일 경북 봉화군 오전리. 마을 외곽 산비탈 샛길이 끝날 즈음 커다란 펜스와 태양광 패널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1월 과수원 나무와 소나무 군락을 베어내고 만든 태양광 시설이다. 주변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녹색 삼림과 대조를 이뤘다. 2만6000m² 가까운 큰 시설이지만 비만 오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전리 주민 A씨는 "비가 조금 밖에 안 왔는데도 물이 넘치는데 앞으로 많이 오면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봉화군 농민회의 최기탁 사무국장도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미래까지 존속돼야 할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 자원 보존이냐, 재생 에너지 생산이냐.
국내 태양광 관련 발전 시설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산지 태양광이다.
평지가 적은 지형 특성상 기존 산림을 훼손하면서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산지 태양광이 '시너지'가 아닌 '패러독스'(역설)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들어 태양광 발전을 위한 벌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로 훼손된 산림 면적은 5014ha였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7배 규모다. 같은 기간 태양광 설치로 허가된 산림 훼손 건수는 1만26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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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태양광 위한 벌목 광범위…"신중 추진돼야"
태양광은 화석 연료 발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베어내는 건 이런 태양광의 장점을 뺏어간다.
숲 자리에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장기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잡목은 그나마 영향이 덜하지만,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면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등에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나온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의 환경적 편익 및 손실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5년 된 소나무 숲 1ha를 베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20년간 운영하면 ha당 2억4100만원의 환경적 편익(이산화탄소 감축+미세먼지 저감)을 얻는다.
반면 숲을 20년 동안 그대로 유지한다면 ha당 3억69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산림 훼손에 따른 공익 가치 손실이 ha당 2억7700만원(20년 누적)에 달한다고 결론내렸다.
숲을 베고 산지 태양광 발전을 하면 오히려 ha당 3600만원의 '환경 적자'를 보는 셈이다.
반면 산림을 그대로 두면 공익 가치와 환경적 편익을 합쳐 ha당 6억원 이상의 '흑자'가 생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산림의 환경적 가치 손실을 고려하면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의 편익은 매우 낮다.
발전 사업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이 이달초 내린 폭우로 토사가 유출돼 농경지를 덮쳤다. 발전소 곳곳은 도랑이 깊게 파이고 배수로도 훼손됐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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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위험 커져" vs "비율상 높지 않아, 원인 분석부터"
산림 훼손과 경사지 안전 문제에 따른 산사태 위험도 꾸준히 언급된다.
해마다 여름이면 산지 태양광 시설의 산사태 뉴스가 비중있게 다뤄진다.
올 장마철에도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산지 태양광 시설 12곳이 무너졌다.
다만 전국적으로 허가건수(1만2721건)의 0.1% 수준으로 비율상 높지는 않다.
정부는 2018년 말 산림ㆍ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는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후
산지 태양광 시설 설치가 대폭 줄었다는 입장이다.
산지 내 태양광 허가 통계(산림청)는 2017년 2384건(1435ha)에서
2018년 5553건(2443ha)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엔 2129건(1024ha)으로 떨어졌다.
지자체들도 허가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신청 건수 자체가 대폭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13일 브리핑에서 "통계 수치로 볼 때 올해 산사태는
산지 태양광 시설과는 깊은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 B씨는 "집중호우로 무너진 산지
태양광 12곳만 보지 말고 산사태 1548건 전부를 봐야 한다.
아직 어디서 문제가 생겨 산사태가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나온 게 아니다"면서
"각지의 산사태 원인을 기술적으로 따져보고 제도적 허점을 찾아낸 뒤 고치는 게 우선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숲을 밀어버리고 태양광 하는 건 분명한 환경 훼손이다.
하지만 못 쓰는 산지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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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태양광은 녹조의 주범? 외국 논문이 불 지펴
수상 태양광은 환경 파괴, 주민 반대에 부딪힌 육상 태양광 시설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가 많은 한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합천호, 충주호 등 저수지에서 운영중인 국내 시설만 21곳(1만9740kW, 2018년)에 달한다.
하지만 수상 태양광도 녹조, 중금속 유출 등의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영국왕립협회 학술지에 실린 '그늘진 식물성 플랑크톤 역설' 논문이 대표적이다.
일본·미국 연구진이 참여한 이 논문은 인공못에 햇빛 차단막(태양광 시설 가정)을 설치했더니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처음엔 별 변화가 없는 수중 생태계도 어느 순간 급변할 수 있는만큼 태양광 패널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논문의 교신저자인 야마미치 마사토 호주 퀸즈랜드대 교수는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빛이 호수 표면에 도달하는 걸 방해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가시켜 수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실험용 연못의 깊이가 1.5m였기 때문에 깊은 호수에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충북 충주호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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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의혹 반박 "수질 악화 없어, 어류도 모여"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수상 태양광의 부작용을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보는 편이다.
지난해 공개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보고서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외국 일부 시설에서 수질 악화가 나타났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고 했다.
합천호의 수상 태양광 시설을 4차례 분석했을 때도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태양광 시설에 따른 중금속 유출 문제도 없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추풍령 저수지를 조사했을 때도 뚜렷한 녹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KEI 보고서도 일·미 연구팀의 논문과 선을 그었다.
국내 시설은 태양광 설치 면적이 그리 크지 않고, 어류는 오히려 시설 주변에 많이 모인다는 주장이다.
해당 논문 실험에선 차단막이 인공못 전체 면적 대비 56.5%, 75.4%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에선 태양광 시설 면적이 전체의 5~10%로 규정됐다.
또한 태양광 시설의 빛 투과율이 50% 내외로 실질적인 빛 차단 면적은 더 줄어든다고 봤다.
합천호의 플랑크톤 분포 수치도 안정적으로 나왔다.
다만 연구팀은 "앞으로 수상 태양광의 사후 환경영향조사 강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마련, 주민 참여형 발전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봉화·상주(경북)=정종훈 기자, 양인성 인턴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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