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리 나선 '정치 장로들'..광복절 집회 조직적 참여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입력 2020.08.26. 05:12 수정 2020.08.26. 09:36 댓글 437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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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집회 앞두고 교인들 상대로 참여 독려했나
일부 교회 "차별금지법 막기 위해 나와달라" 문자
온누리교회 애국장로회가 '대장연' 전신
지난달 중순 창립 이후 총회 열며 보수집회 준비
설립문 "주사파 정권에 맞서 자유한국 수호하자"
대장연 관계자 "정치적인 단체 아냐..단순 교제모임"
대형 교회 소속 장로들이 지난 광복절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발기인만 수백명에 이르는 전국 단위의 장로 연합단체를 구성해,
이달 초 총회 등을 열며 적극적으로 8·15 집회를 준비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정치목사에 이어 정치장로까지 출현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4·15 부정선거 의혹 규명' 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대한민국장로연합회(대장연) 소속 회원들은 각 출석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광복절 집회의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새문안교회 교인은 광화문 집회가 열리기 며칠 전 "뜻이 있는 모든 권사님, 집사들께서는
1시에 시작하는 광화문집회에 참석해주길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받았다.
대장연 소속 장로 10여명이 발신인으로 돼 있는 이 문자에는
"이 나라 정치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사유재산 제도와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표현의 자유까지 막으려 하고 있다",
"비성경적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기독교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달 4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일간지에 실린 대한민국장로연합회 지면광고.
대장연은 앞서 이달 4일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대한민국 30만 장로들이 일어섰다'는 문구가 적시된 지면 광고까지 실었다.
8·15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독려 광고였다.
광고에는 영락교회와 순복음, 온누리, 지구촌, 새문안, 소망, 성남신광, 서울해방,
무학교회 등 국내 유수의 대형 교회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번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도
지난 21일 한 보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번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동원하는 데 '애국장로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히기로 했다.
◇대장연은 누구? 온누리교회 애국장로회가 전국 단위로 발전
지난 5월 온누리교회 애국장로회에 참석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와 정홍원 전 총리.(사진=독자 제공)
전 목사가 언급한 애국장로회는 대장연의 전신과도 같은 단체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결성된 이 단체는 온누리교회 소속 장로와 은퇴장로들이 모여 만들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선거유세에
애국장로회 깃발을 들고 결합하기도 했다.
지난 5월 9일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애국장로회 임시총회에는 이재훈 담임목사가 직접 설교를 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참여해 축사·격려사를 했다.
문 전 총리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져
낙마한 인물이고,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다.
이 단체 회장인 온누리교회 소속 A 장로는 대장연의 대표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애국장로회가 대장연의 전신인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중순 창립…전직 국정원장 등 예비역 군 장성도 대거 참여
예비역 장성 출신 대장연 회원 4명이 이달 초 대장연 임시총회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대장연은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내걸고 지난달 중순 만들어졌다.
대장연에 따르면 창립 당시 발기인만 417명으로,
현재 회원 수는 최소 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0여명의 임원단과 공동회장단, 법률고문, 자문위원단 등이 있다.
대장연에 전직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차관 등 군 장성 출신 장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CBS노컷뉴스가 파악한 대장연 소속의 예비역 장군은 최소 6명이다.
이들 중 4명은 지난 4일 임시총회에 참석해 회원들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당시 임시총회에서 한 단체 관계자는 "이미 대한민국은 체제 전쟁이 발발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냐 공산 사회주의 체제냐(기로에 서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열세 중이지만 반전의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다.
◇설립문엔 "주사파 정권 맞서 자유한국 수호"…관계자 "정치단체 아니다"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주사파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이 나라의 모든 영역을 파괴하고
4.15 총선의 불법적인 승리로 헌법 개정과 각종 법령들을 개정했다.
사유재산의 국유화와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대장연 창립총회에서 발표된 설립 취지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취지문에는 "자유대한민국의 체제수호와 국가정체성 회복을 위해 싸우겠다"며
"고난과 시련의 길이라도 오직 믿음으로 담대하게 전진하기 위해
'대한민국장로연합회'를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자료를 보면 단체 주요 사업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4·15 부정선거 의혹 규명
△전국 조직 강화 △청년포럼 운영 등이 있다.
(사진=독자 제공)
하지만 단체 관계자들은 대장연이 정치적 단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단체 대표회장 A장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장연은 장로들이 개인적으로 모여서 교제하고 정보도 공유하려고 만든 임의단체"라면서
"개별 교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정치적인 성향이나 목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국을 생각하면 정치적인 목소리를 아예 내지 않을 수는 없다.
내부에 다양한 생각이 있고, 반영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인 B장로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도록 하거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한국 기독교계를 핍박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은 정치가 아니라
종교 핍박이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장연 회원이 소속된 대형교회 중 한 곳은 이런 사실에 대해 "(장로) 개인적인 활동이고 생각이다.
교회와는 절대로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