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19 현대차 노사 협상

참도 2019. 8. 29. 10:02

년만에 파업없는 임단협
상여금 지급주기 격월→매달
통상임금에 산입해 수당 늘고
7200명 최저임금 위반 해소
6년만에 '통상임금 분쟁' 종결
산업계 "한국경제 희망줄것"
내달 2일 조합원 찬반 투표

◆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 ◆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7일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하부영 노조 지부장(왼쪽)과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이 교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합원 5만2000명을 거느리고 한국 노조문화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무분규로 지난 27일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이 다음달 2일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2011년 이후 8년 만에 파업 없는 임단협 최종 타결 사례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파업 반대 여론과 전 세계 자동차 시장 부진이 노조의 투쟁 의지를 억눌렀다. 현대차 노사는 단순한 임금 교섭을 넘어 상여금을 통상임금화하면서 직원들의 대규모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소하는 임금체계 개편도 이뤄냈다. 현대차가 무분규 임단협 잠정합의 덕분에 최대 6342억원의 영업이익을 지키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28일 현대차 노사의 201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보면 우선 월 기본급은 4만원 인상하고 성과급은 기본급의 150%에 일시금 3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은 당초 협상에서 제시한 일시금 250만원에 70만원을 추가 제안했다.

노사는 핵심 쟁점인 상여금(연간 기본급 600%) 지급 주기를 '2개월마다 100%'에서 '매월 50%'로 바꾸는 단협 개정에 합의했다.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회사는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최저임금 산입액 증가 효과가 발생해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임금체계대로라면 현대차 임직원 중 7200명이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 못미쳐 회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노사는 대신 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산입시키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고 노조도 관련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통상임금을 토대로 계산하는 연월차·휴일 등 각종 수당이 증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원 연차와 수당에 따라 개인별 구체적 증가액은 다르겠지만 월평균 3만5447원씩 수당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번 임단협 기간 중 노사는 상여금의 통상임금화에 일찌감치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가 새 통상임금에 맞춰 과거 수당 소급분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측과 마지막까지 대립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 격려금으로 개인당 최대 600만원과 우리 사주 15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2013년 3월 이전 입사자는 600만원, 2013년 3월~2016년 1월 입사자 400만원, 2016년 1월 이후 입사자는 200만원이다. 전체 노조원 수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부담할 총액은 3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노조원만 임금체계 개편 격려금을 받는다. 이 밖에 노조는 단체협약에서 현 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정한 조항과 정년 퇴직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사측은 2012년 노사 약정에 따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던 9500명 중 남아 있는 2000명을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까지 모두 채용하기로 했다.

이번 무분규 잠정합의안 도출은 노사가 한 걸음씩 양보한 덕분이지만 일본의 경제보복과 전 세계 업황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세계 자동차 산업 침체와 구조조정을 종합 고려하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 국가) 제외 조치에서 비롯된 한일 경제전쟁이 잠정 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앞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노조원 70% 이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지만 한일 경제전쟁 와중에 파업 반대 여론이 커지자 두 차례 파업을 유보했다.

현대차는 이번 무분규 잠정 합의로 경영 여건에 맞춘 임금 인상뿐 아니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성과도 얻었다. 특히 오랫동안 회사를 괴롭혀온 최저임금 위반 논란과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해소한 것이 주목된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노조와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두고 소송전을 벌여 2심까지 승소했지만 노조와 대승적으로 합의했다.

현대차가 무분규 잠정 합의 덕분에 영업이익을 최대 6000억원 이상 지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987~2018년 현대차의 연간 평균 파업일수는 14일이고 이에 따른 연간 평균 생산 차질 대수는 4만8911대지만 최근 3년간은 평균 파업일수가 17일, 평균 생산 차질 대수는 8만829대로 파업의 피해가 확대됐다"면서 "올해 1분기 현대차 국내 공장의 대당 추정 공헌이익 785만원을 손실 대수에 곱하면, 현대차는 무분규 임단협 잠정 합의로 3838억~6342억원의 영업손실을 예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 오른 12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노사가 잠정 합의에 이르며 노사 관계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이 이날 현대차 주가를 끌어올린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현대차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에 울산 지역 상공계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이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