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몰락 부른 '크루즈'..배경엔 '경직된 노동구조' 있었다
윤정민 입력 2018.03.01. 05:00 수정 2018.03.01. 07:25
- "크루즈 배정 당시도 성공 가능성 두고 우려..
노동시장 경직된 탓에 다른 제안 말도 못꺼내"
미 캔자스 공장은 탄력적 운용으로 버티며 위기 넘겨
지적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몇 년 전 군산공장의 신차 배정 과정에서도 경직된
국내 노동시장 구조가 걸림돌이 됐었다.
크루즈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큰 인기를 끈 준중형 세단 크루즈는 원래 한국GM의 효자 상품이었다.
앞서 출시된 크루즈의 전신 ‘라세티 프리미어’도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군산공장의
이후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고, 군산공장의 크루즈 생산량은 2010년 한때 23만대를 넘어섰다
.
“아반떼를 이기겠다”는 선언과 함께 내수시장에서 월 2000~3000대 판매를 기대했지만,
지난해 총 1만55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신차가 출시됐는데도 2016년(1만847대)보다
오히려 2.7%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크루즈를 통해 전년(18만275대)보다 7.6% 증가한 19만 4000대의 내수 판매 목표를
달성하겠다던 한국GM의 계획도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판매는 26.6% 줄었다.
지난해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크루즈는 2만3000여대에 불과했다.
가장 많았을 때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공장 가동률은 20% 아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공장을 멈춰도 원래 임금의 80%에 달하는 휴업수당을 줘야 했다. 손해가 쌓였다.
신형 크루즈는 출시 당시부터 불안감을 낳았다.
에어백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중지되면서 출시가 연기됐고,
경쟁차종 대비 높은 가격책정도 논란을 낳았다. 출시 후 지속해서 가격을 낮췄지만,
이미 시장에서 뒤처지고 난 뒤였다.
몇 년 전부터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넘어갔고,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경차나 소형차보다 중ㆍ대형차의 판매도 늘었다.
크루즈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트렌드 변화가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GM과 노조, GM 본사는 당시 2017년부터 생산될 차량 배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전까지 크루즈 덕분에 원활하게 돌아갔던 군산공장이었지만,
신형 크루즈의 성공을 두고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크루즈를 배정받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될지에 노조도 회사도 확신이 없었다.
공장의 미래를 걸기엔 크루즈의 전망이 너무 어둡다는 지적도 많았다.
해당 시점엔 크루즈 외에 군산공장이 받을 수 있을 만한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극도로 경직된 국내 노동 시장 때문이다.
GM 관계자는 "크루즈가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을 유지해 줄거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투입 인력 조정 등에 대해서도 노조와 논의했다"며
"그러나 다른 경쟁력 있는 차를 배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공장을 멈추거나 인력을
운용하는 방안은 국내의 경직된 노동 구조상 이뤄질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군산공장은 우려를 안은 채 신형 크루즈 배정을 택했고,
차량 출시 1년여 만에 공장 폐쇄와 전체 인원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페어팩스 공장 신규 투자는 군산공장 폐쇄 상황과 대조되며 GM 본사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세단에서 SUV로 전환되면서 중형 세단 말리부를 생산하던
공장의 생산 수요가 크게 준 것이다.
페어팩스 공장은 군산공장과 달리 회사 파산 이후 새로운 노사관계가 자리잡은데다
유연한 미국의 노동정책 덕에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3교대를 2교대로 전환하고,
1000여명의 인원을 일시해고(temporary layoff)하며 버틴 것이다.
그리고 크로스오버 SUV인 캐딜락 ‘XT4’ 생산을 배정받으며 신규투자 대상이 됐다.
생산량과 일자리를 늘렸다.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9년 폐쇄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후 노사 대타협과 스페인 정부의 결단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스페인 정부가 노동법을 개정을 통해 기업이 근로시간ㆍ작업장 배치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해고 요건도 완화하는 등 노동 유연화에 힘쓰자,
르노 본사는 ‘캡처’ 등 볼륨이 큰 모델을 투입하며 호응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시장에선 수요가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설비를 멈추거나 인원을 줄이며 미래를 기약하기도 하는데,
노동 시장이 극도로 경직된 한국에선 그런 선택이 불가능해 결국 공장 문을 닫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노동 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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