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평창 <2> ‘하얀 코끼리’ 안 되려면
하키센터 등 사후 활용방안 못 찾아
4일 쓰고 부술 개·폐회식장에 635억
비품 물려받고 텐트 대기실 만들고
1999억 아낀 광주 U대회 참고를
이제까지 국내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 ‘혈세 먹는 하마’가 적잖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은 16개 경기장을 신축하며 1조722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중 대부분이 부채로 남았다. 인천시는 2015년부터 2029년까지 해마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500억원까지 갚아나가야 한다. 전라남도가 유치한 글로벌 자동차 레이싱 이벤트 포뮬러원(F1)은 2010년 이후 4년 만에 누적적자가 1900억원으로 치솟자 2013년 개최를 중단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은 개·폐회식장을 제외하고 총 12개다. 신축 경기장은 6곳. 나머지 6개는 개·보수했다. 총 건설비는 1조원에 이른다. 신설한 정선알파인경기장(2034억원)을 비롯해 강릉아이스아레나(1340억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1264억원) 등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건물이 5곳이나 된다.
전체 경기장 중 아직도 사후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건물은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하키센터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세 곳이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은 당초 올림픽 종료 후 철거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존치하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자신이 만든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이 경기장 운영권을 손에 넣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릉하키센터는 당초 사후관리를 맡기로 했던 대명그룹이 발을 빼 무주공산이 됐다. ‘최순실과 연결된 경기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다 5년간 1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등에 부담을 느낀 대명 측이 일찌감치 두 손을 들었다. 정선 가리왕산에 세워진 알파인경기장은 전체 구조물의 55% 가량이 자연으로 복원된다. 스키장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는 만큼 사후 활용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이후 주요 경기장 관리·운영비는 연간 31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에 사후 활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은 연간 171억원에 불과하다. 매년 14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사후 활용 방안이 마련된 나머지 경기장들도 관리 주체가 확정됐을 뿐 관리·유지비에 상응하는 금액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올림픽플라자도 애물단지다. 635억원을 들여 지은 뒤 딱 나흘만 쓰고 부분 철거할 예정이다. 하루 사용료가 무려 158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대회가 끝나면 3만5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5000석만 남기기로 했다. 7층짜리 본동 건물은 3층까지만 남긴다. 남은 자리에 공연장과 기념관을 만들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사후 관리비는 연간 4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림픽 유치 및 경기장 관리 주체인 강원도는 사후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중앙정부가 올림픽 경기장들을 관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그 결과로 발생한 부작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나쁜 선례가 평창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원도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부 교수는 “올림픽플라자가 세워진 횡계리는 인구가 4000명뿐인 작은 마을이다.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렵다. 애당초 기획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치른 저비용·고효율 대회를 철저히 벤치마킹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가 대표적이다. 경기장과 훈련장을 포함한 경기 시설 69곳 중 세 곳만 신축하고 나머지는 기존 시설을 재활용했다. 시상대 153개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로부터 무상 인수했고, 각종 실내경기장 관중석은 고정식 대신 접이식 의자로 대체했다. 수상자에게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 인형을 주고, 몽골텐트를 선수대기실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시설비와 운영비 1999억원을 절감했다.
DA 300
송지훈·박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