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호태크 정영화

참도 2017. 4. 18. 14:34

올해 1000억 매출 앞둔 대호테크
1인당 5000만원씩 성과급
성과급 많이 주는 좋은 중소기업 많아 "공무원, 공기업만 고집하지 마세요"

경남 창원에 있는 제조기업 ‘대호테크’에서 일하는 이연형 부장(39)은 3년 전 중국의 한 경쟁업체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적료 30억원을 주겠다. 우리 회사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회사도 좋다. 못가겠다”고 뿌리쳤다. 

3개월 전 다른 중국 대형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엔 2배로 오른 60억원을 제시 받았다. 조만간 회사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니, 현금 이적료와 주식을 합해 60억원의 ‘돈방석’에 앉게 해주겠다는 것. 또 뿌리쳤다. “지금 내 회사가 좋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는다. 갈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정영화 대표(맨 왼쪽)와 직원들이 수상하는 모습/대호테크 제공

경남 창원에 있는 직원 60명의 대호테크는 숨겨진 알짜 강소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비구면 렌즈 성형기'와 '스미트기기용 커브 유리 제조 장비'를 개발해 대박을 쳤다. 비구면 렌즈 성형기는 모바일 기기의 고화소 카메라 렌즈를 만드는 장비다. 렌즈 유리를 평면이 아닌 곡면으로 만든다. 커브 유리 장비도 곡면 유리를 만든다. 이 장비들로 삼성전자 갤럭시 엣지, 갤럭시 기어, 기어 핏 제품의 부품이 만들어진다.

매출액은 2014년 480억원에서 2015년 860억원으로 80% 성장했다. 올해 1000억(순이익 30% 이상)을 바라본다. 매출의 95%가 수출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 중소기업만큼 탄탄한 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 실적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꿈의 중소기업’으로 소문났다. 성과급과 복지체계가 압권이다. 회사 모토가 ‘3일 4석 610’. 30살까지 1억을 벌게 하고, 40살까지 석사를 받게 하며, 60살까지 10억을 벌게해주겠다는 것이다. 1989년 대호테크를 창업한 정영화 대표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60억 이직 제의를 뿌리친 이연형 부장(오른쪽)과 회사 사옥 모습/대호테크 제공

◇ “성과급이 연봉보다 많다”...직원 60명이 30억 나눠갖는다

직원 60여명 대부분이 고졸, 전문대 출신이다. “매년 4~5명 씩 고졸, 전문대 출신 신입사원을 뽑습니다. 서울 대졸 신입사원을 뽑고 싶었지만, 수도권에서 멀어서 그런지 오질 않았습니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졸 친구들은 토익, 토플 공부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몸으로 부딪히는 일보다 관리직, 사무직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고민 끝에 반대로 갔습니다. 인근 마이스터고와 제휴해 출신 학생을 뽑아 생산직부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연구원으로 훈련시키는 겁니다. 공부는 나중에 회사 비용으로 시켜주고요. ”

60명 중 사무직 4명을 빼고 모두 엔지니어다. 이들 중 10여명 정도가 지금까지 종잣돈을 2억원 이상 마련했다. 회사가 기숙사와 세끼 식사를 대주면서 일을 잘하면 성과급을 어마어마하게 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 신입사원 초봉은 3000만원 정도.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탓에 매년 기본 연봉 인상률은 9~10%다. 30대 초반 차장만 돼도 기본 연봉이 5000만원으로 뛴다.

대호테크 제공

백미는 연봉보다 많이 주는 특별 성과급에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300억원. 이 가운데 30억원(10%)을 직원 60여명이 나눠가졌다. 1인당 평균 5000만원이다. 매년 순이익의 10%를 반드시 나눠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회사의 평균연령은 29세. 젊은 20대 초반 직원들은 지난 연말 평균 1000~2000만원 씩을 가져갔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30대 과·차장들은 1억원 이상 씩 가져갔다. 이연형 부장은 유리 곡면기술의 핵심 인재로 3억을 받았다.

“혼자 먹고 사는 게 아닙니다. 같이 가야죠. 이익은 반드시 분배 합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시골에서 학교를 나온 흙수저 청년을 금수저로 만드는 겁니다. 그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거죠. 꼭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직원들에게 '담배 필 시간에 일해라'고 혼을 냅니다. 열심히 일해 더 가져가라는 거죠. 다른 회사 대졸 사원이 몇 천만원의 학자금 대출 빚으로 시달릴 때, 우리 젊은 고졸사원들은 1~2억원씩 저축합니다. ” 정영화 대표의 말이다. 
 
성과급을 줄 때는 직원 처지를 고려한다. 평가의 50%를 성과로 하고, 나머지 50%를 근속연수·경력·결혼·나이같은 요소로 따진다. 정 대표는 “확실하게 성과가 도드라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근속연수·성과를 이룬 과정·노력 등을 높히 여겨 섭섭하지 않게 챙겨준다”고 말했다.

대호테크의 비구면 유리렌즈 성형기(왼쪽)와 3D GLASS 열성형기(오른쪽)/대호테크 제공

◇ 회사에 입사해 석사, 박사로

성과금과 별도로 특허를 내면 최대 1억원을 포상하는 직무발명보상제도도 활성화 돼있다. 제품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특허를 내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 제도로 매년 여러명의 직원이 1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는다. 또  본인이 15%, 회사가 15%(나머지는 국가 부담)의 비용을 내면 매칭으로 적금을 부어주는 내일채움공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4년 마다 승진 기회가 돌아오는데, 능력이 좋으면 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다.

회삿돈으로 학사, 석사, 박사를 딸 수 있다. 60여명 가운데 4년제 학사·석사·박사를 하고 있는 직원은 10명 내외. 이연형 부장은 전문대 출신으로 석사에 이어 경상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정영화 대표는 "공고를 나와도 대호테크에서 석사, 박사를 딸 수 있다는 자부심을 직원에게 주고 싶었다"고 했다.

출근은 빠르다. 오전 8시에 나와 체조를 한다. 퇴근은 자유롭다. 웬만하면 오후 6시~7시에 칼퇴한다. 다만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밤 10시, 11시까지 일한다. 김재희 대리는 “회사가 직원을  대우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이만한 회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위에서 아래로 업무를 내리는 상명하복 문화가 거의 없다. 젊은 고졸 사원도 능력이 되면 굵직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매니저를 할 수 있다. 차·부장급 직원이 대리급 직원이 총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연형 부장은 “과장·팀장 등의 직급과 직책을 따지지 않는다”며 “5~6년차 사원·주임에게도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장비개발 프로젝트를 맡긴다"고 했다.

회사 모습과 사명/대호테크 홈페이지

이연형 부장은 18년 전 대호테크에 입사해 회사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성과급을 아무리 많이 줘도, 수십억원의 제의를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장의 말이다.

“누구라도 큰 돈을 주면 거절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중국 회사로 가면 이 회사의 경쟁사를 키우는 꼴이 되는데, 윤리적으로 옳지 못합니다. 저 역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함께 일한 후배들이 제가 키운 조직에서 돈 때문에 빠져 나가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장님이 더 많이 챙겨주시리라 생각합니다.”

◇ 성과급을 많이 주는 중소기업은 좋은 회사일까

직원에게 번 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중소기업은 대호테크 말고도 여러 곳 있다. 1998년 창립 후 1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 구로의 학술논문기업누리미디어가 대표적이다. 20~30대의 사원 주임급 직원도 매년 500~1000만원 상당의 성과포상금을 받는다. 또 특별 선정을 통해 성과를 낸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 ‘누리맨십 포상’(분기 단위 2~4명 선정·50만원)을 하고, 성과 우수자를 1~2명씩 선정해 상반기 300만원, 하반기 500만원을 준다.

누리미디어 직원들(왼쪽)과 인천의 nsv 사옥 모습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제조업체 엔에스브이(NSV)도 돈을 많이 주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주상복합, 오피스건물에 소음 충격 진동 방지 제품을 판매하는 이 회사의 대졸 신입 초봉은 3400만원. 여기에 매년 기본 연봉의 20%씩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연봉 4500만원 정도 받는 과장급 직원이 지난해 1035만원의 성과 포상금을 받았다.

이처럼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지 일부 의구심이 있다. 직원 동기부여 연구 대가인 미국의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여러차례의 실험 결과 성과급을 받은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은 리더의 착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는 분명히 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수도권 명문대 출신의 인재가 몰리는 지방 중소기업을 보면 성과급 제도가 발달한 곳이 많다.

정영화 대표는 보다 많은 젊은이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세상을 꿈꾼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공기업, 대기업만 꿈꿔요. 보다 많은 대졸 인재들이 꼭 우리 회사는 아니더라도, 국내 다양한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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