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경북대 총장 공석 일지...

참도 2015. 8. 21. 15:52

한겨레] 국립대인 경북대는 지난해 8월30일부터 지금까지 '총장 없는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의 압박에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것이 화근이 됐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경북대는 교육부 지침대로 새로운 선거방식으로

 총장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렇게 뽑은 총장 후보자들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하며 재선정만 요구하고 있다

. 임용제청을 하지 않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부의 지침대로 총장 선거를 했다가

1년째 '총장 없는 학교'가 된 경북대에서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 '돈줄' 쥐고 총장 직선제 폐지하라는 교육부

2012년 1월27일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북대는 그해 7월26일 총장 직선제 폐지를 담은 학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총장 직선제를 두고 대학과 교수회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그해 10월15일 교수회는 함인석 경북대 총장을 상대로 학칙개정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가 그해 12월12일 취하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며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대학과 이를 지키려는 교수회 간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2013년 2월13일 대학은 교수회와 협의도 없이 학칙 개정안을 공고했다.

 하지만 그해 2월28일 교수회는 평회의를 열어 이를 부결해버렸다.

 그해 3월14일 교수회는 성명을 내어 "함인석 총장의 독선과 전횡이 극에 달했다.

 경북대 전체 교수에게 함 총장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밝혔다.

총장 직선제를 두고 대학과 교수회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그해 12월9일부터 사흘간 함 총장의 불신임 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교수 1107명 가운데 457명만 투표를 해 투표율이 41.3%에 그쳤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투표함을 개봉하지 않겠다고 했던 교수회는 투표함을 열지 않고 폐기했다. 제19대 교수회 의장단은 그해 12월19일 총사퇴했다.

다음해인 2014년 3월20일~21일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 존치 여부를 놓고 찬반 투표를 했다.

 66.7%가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87.3%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뼈대로 하는 학칙 개정에 찬성했다.

2012년 6월13일~14일 비슷한 내용을 두고 벌인 찬반 투표에서 81.5%가 투표에 참여해,

 57.7%가 총장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던 교수들이 교육부에 두 손을 든 것은 바로 돈 때문이었다.

경북대는 교육부로부터 매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을 받아왔다. 2009년 66억6000만원,

 2010년 63억1000만원, 2011년 76억4000만원 등이었다. 하지만 교육부 요구대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고 버티던

2012년에는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3월31일 학칙을 개정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다.

■ 시키는대로 총장 뽑아도 제청 안해주는 교육부

경북대는 교육부의 지침대로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의추출식 총장 추천위원회 선출 방식'으로 총장을 뽑기로 했다.

교수와 직원으로 구성된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가 먼저 4배수의 후보군을 만든다.

그리고 이 가운데 총장임용추천위원 48명(교수 31명·직원 4명·학생 1명·외부 12명)을 뽑아 총장 선출권을 주는 방식이었다.

경북대는 이전까지 교수 90%, 직원 8%, 학생 2%의 비율로 총장 직선제를 했다.

경북대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6월26일 첫번째 총장 선거를 치렀다.

 선거 당일 새벽부터 선정관리위 소속 교수와 직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 추첨으로 투표를 할 사람을 뽑은 뒤 전화를 돌려

 총장 선거 참여 의사를 물었다. 선정된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시 추첨을 해서 전화를 해야만 했다.

김유경 경북대교수회 부의장(사학과)은 "당시 총장 선거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대표성을 갖는 간선제가 아니었다.

투표할 50명 안팎의 위원을 컴퓨터로 추첨해서 결정하는데,

선거 당일 투표할 사람을 선정한 뒤 허겁지겁 전화해서 투표하러 나오라고 하는 방식으로 혼란이 컸다.

직선제를 폐지한 대안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선거 방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교수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총장 직선제와 크게 다를 바도 없었다.

투표에 참여한 총장임용추천위원 48명 가운데 교수가 31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학생은 단 1명이었고, 비정규직 교수들에게는 아예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외부 인사 12명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외부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총장 선거에 나온 후보자 가운데 일부는 학교 구성원들보다 외부에 있는 단체를 찾아 한표를 부탁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정보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은 "총장이야 직선으로 뽑을 수도 있고, 간선으로 뽑을 수도 있는 거지만,

 지난번 선거 방식은 좀 아니었던 것 같다. 학생에게 투표권이 너무 적게 주어졌고 비정규직 교수들은 완전히 제외됐다.

 직선제와 마찬가지로 계파가 생겼고 각종 의혹과 잡음이 여전했다"라고 말했다.

■ 법원 판결에도 꿈쩍 않는 교육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0월17일 재선거까지 치른 끝에 김사열(59) 교수가 총장 후보자 1순위, 김상동(56) 교수가 2순위에 선출됐다.

 경북대는 이들을 교육부에 추천했다. 보통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교육부 제청을 통해 1순위인 총장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용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해 12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이렇게 뽑은 총장 후보자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다른 총장 후보자를 재추천하라고 요구했다. 다시 총장 선거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임용 제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던 총장 후보자 1순위 김 교수는 끝내 답변을 듣지 못하자

 지난 1월21일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욱)는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용제청권자(교육부 장관)는 추천된 총장 후보자 중에 적격인 자가 없다면 임용제청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 전부에 대해 제청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내린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항소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적법한 절차로 뽑힌 국립대 총장 후보자들의 임용제청을 이유 없이 거부했다가 패소한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공주대 총장 후보자 1순위인 김현규(59) 교수가 낸 소송에서는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

 지난 1월 서울고법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후보자 1순위인 류수노(59) 교수가 낸 소송에서는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지난달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사열 교수는 "대학자치를 인정한는 정의로운 사법적 판단이다.

 교육부 장관은 즉시 총장 임용제청을 해 대학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이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이제 더이상 국립대 총장 임명과 관련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정부 차원의 모든 시도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대 총학생회(회장 지홍구)는 성명서를 내어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는 판결 결과를 받아들여

조속히 대학을 정상화시키고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교수와 학생, 동문, 시민으로 꾸려진 '경북대 총장 임용을 촉구하는 범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교육부의 전횡에 대해 재차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법원이 내린 엄중한 판결을 존중하며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님의 희생정신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대학의 자율성을 수호하고 민주화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구/김일우 기자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