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불참, 어머니 눈물 속에 진행된 결혼식
신랑, 신부, 주례가 식장에 나란히 입장
인기 만점 총각 아나운서와 11살 연상에 딸까지 딸린 이혼녀의 결혼. 어찌 보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일 수 있다. 흔히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을 즐겨 한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집안과 집안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쉽사리 인정받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 두 사람의 용기도 용기지만 잘 키워놓은 아들 흠잡을 데 없는 신부와 짝지어 주고 싶은 것이 자식을 둔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고 보면 그들의 가족들이 받아야했을 정신적인 고통 또한 가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11월 16일 김범수(34)·강애란(45) 커플의 결혼식이 있던 날. 이들 커플의 결혼식장 분위기는 여느 신혼부부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신랑·신부, 주례가 웨딩마치에 따라 동시 입장. 김범수의 모친은 결혼식 전부터 눈물을 훔치기 시작, 그의 부친은 끝내 아들의 결혼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랑의 아버지와 전 40년 된 친구사이입니다. 오늘 신랑의 아버지는 제게 '제발 자네만큼은 나를 대신해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는 간곡한 부탁의 말을 했습니다. 오늘 이 결혼식은 두 분의 용기 때문에라도 더욱 아름다운 자리가 될 거라 믿습니다. 부디 아주 평범하게 백년회로 하시길 바랍니다."
KBS 아트비전 이석우 사장의 주례사는 식장에 모인 하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김범수는 기자를 불러 세우고는 어머니에 대한 인터뷰 및 사진촬영을 삼가 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힘들어하실 어머니가 끝내 걱정스러웠나 보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계속해서 눈시울을 붉혔다.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신랑·신부의 웃음과 어머니의 눈물이 교차되며 이들의 결혼식장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들의 결혼식장에는 신부 강애란씨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디자이너 하용수와 사진작가 조세현씨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강애란씨는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패션·잡지 쪽에서 활발히 활동한 바 있는 패션 코디네이터. 강애란씨와 20여년전부터 친하게 지내왔다는 디자이너 하용수씨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물론 나 또한 의구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더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했다"며 "강애란씨는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상대방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 여자다. 아마도 그런 예쁜 마음이 연하의 남자를 사로잡는 비결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신부 강애란씨의 전직은 패션 코디네이터
결혼식장에 방송·패션 관련 인사 한자리에 모여 눈길
현직 아나운서와 전직 패션 코디네이터의 만남인 만큼 결혼식장에는 방송 및 패션 관련 인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후배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뿌리칠 수 없어 사회자로 나섰다는 방송인 강석, 데뷔 초기 강애란씨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탤런트 김애리, 하용수씨를 통해 두 사람을 알게 됐다는 탤런트 예지원을 비롯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씨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는 하나같이 둘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의 용기가 부럽다며 입을 모았다.
이쯤되면 신부 강애란씨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11살 연하의 남자를 이처럼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단 말인가? 강애란씨는 숙명여대를 졸업, 과거 결혼에 한번 실패하고 현재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다. 외모도 화려하지만 활발한 성격 탓에 대인관계가 폭넓은 편. 그녀는 패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다 돌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그곳의 요리 전문학원인 '꼬르동블루'에서 요리를 공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귀국한 후에는 레스토랑을 직접 경영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가게를 정리한 상태.
김범수 아나운서 하면 아침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주부들을 제외하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방송대학TV와 SBS 골프채널 등을 진행한 경력을 가진 그는 지난 2000년 10월 공채 8기로 SBS 아나운서 시험에 통과, 공중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지 3년만에 기적적으로 뜻을 이룬 인물이다. 그의 인지도를 높여준 건 바로 SBS TV '생방송 모닝와이드'. 반듯한 외모에 매끄러운 진행, 탁월한 춤과 노래실력까지 겸비한 그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다음 홈페이지에는 '아톰아찌의 팬클럽'이라는 열성 팬들의 카페가 운영돼 오고 있는 상태. 그의 좌우명은 '물(水)처럼 살자'이다. 아마도 이들의 사랑, 그리고 결혼 또한 마음가는대로 살자는 그의 신념이 가져다준 결과가 아니었을까….
현재까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교제한지 2∼3년 정도 됐다는 것과 사회 선후배 사이로 만나 연인사이가 됐다는 것 정도가 고작. 결혼식장에 모인 하객들은 이들 커플을 두고 11살 나이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애정표현이 확실하고,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사랑이 느껴진다며 잉꼬 커플의 사랑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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