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식 보낸 아빠가 단식을 해야만 하는 건가
오마이뉴스 입력 2014.08.14 18:35
[오마이뉴스 이주현 기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 세월호 참사로 수장당한 승객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뚫린 듯, 허망해지고 먹먹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부채의식으로 일손이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
노란 추모리본을 가슴과 차량에 달고 다녀야 겨우 밥이 넘어간다. 길거리에서 단식을 해도 마음에 남아있는 미안함과 죄책감은 다스려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00여 일 동안 대다수의 국민들은 제 자식 제 식구를 잃은 것처럼 그렇게 눈물로 마음을 달래며, 그렇게 살아왔다. 참 순하고 착한 백성들이다.
유민이 아빠가 꼿꼿하게 살아있는 이유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 이희훈
그 순하고 착한 백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문이다. 지난 12일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거리 집회에 나섰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침묵 강요에 '우리들도 할 말이 있다'는 저항인 셈이다.
교황의 방문을 앞둔 천주교 신부들과 수녀들도, 개신교, 불교 할 것 없이 종교계는 하나가 됐다. 하늘의 뜻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맞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러한 국민적인 열망과 분노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을 파기시키기도 했다. 유족의 뜻을 외면한 협상안은 소용없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슬픔과 안타까움, 미안함을 넘어 이제 국민적인 분노의 목표가 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세월호 희생 유가족들의 뜻을 왜곡까지 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유가족이 말한 적도 없는 '의사자 지정'과 같은 특혜나 보상 따위를 들먹이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세력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유로 대치 중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32일째(14일 기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유민이 아빠가 그렇게 꼿꼿하게 살아있는 것은 물과 소금의 힘이 아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슬픔과 눈앞에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국가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좀 알고자 하는데, 그 아프고 여린, 자식 잃은 아빠가 32일째 단식을 하게 하는 국가가 온전한 국가인가?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건, 자식 잃은 부모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국민적 요구이다. 그런데 새누리 당에서는 "3권 분립의 헌법 질서"를 운운한다.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헌법질서를 소중히 여겼는가? 국가 기관을 대선에 개입시켜 탄생한 정권에서 그런 말을 하기에는 염치가 없지 않은가?
진정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데, 한시적인 기구에 한시적인 권한을 부여하자는데, 그걸 갖고 그렇게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수선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분노를 넘어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게 3권 분립의 헌법질서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이미 법조인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발표한 성명서(7월 22일,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에 잘 나타나 있지 않은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그 비밀스런 수장의 치부를 감추려는 꼼수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8·15에 피어날 희망의 불씨
▲지난 12일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8월 15일은 69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기쁨과 감격은 분단의 아픔으로 대치된 채 맞이하는 슬프고도 서러운 8·15, 69주년이다. 태극기 흔들며 만세를 부르기보다, 모순덩어리 분단을 딛고 통일과 평화의 함성을 질러야 할 날이다.
그날, 우리는 유민이 아빠가 33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광화문에 갈 것이다. 왜 자식을 보낸 아빠가 33일째 단식을 해야만 하는지, 그 모순덩어리를 반드시 목격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도리이자 국민의 도리다. 69년째 풀리지 않는 분단이라는 모순 덩어리와 자식 잃은 유민이 아빠가 33일째 단식해야만 하는 모순덩어리는 다르지 않다. 실체를 감추고 백성들을 기만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세력이 그 배후라는 확신 때문이다.
마침 프란체스코 교황이 4박 5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중이시다. 교황이라는 권좌보다는 약자 편에서 그들과 함께 하려는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로 이미 그는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계신 분이시다.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모순을 향해 화해라는 메시지를 준비하셨다고 들었다. 성스러운 시복식이 열리기 전날, 서럽디 서러운 백성들의 함성이 울려퍼질 그 자리는 분명 하늘이 마련해주신 자리일 것이다. 그 분노의 함성이 희망의 불씨가 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416국민농성단의 일원인 이주현(매원교회 담임목사)목사의 칼럼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 세월호 참사로 수장당한 승객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뚫린 듯, 허망해지고 먹먹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부채의식으로 일손이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
노란 추모리본을 가슴과 차량에 달고 다녀야 겨우 밥이 넘어간다. 길거리에서 단식을 해도 마음에 남아있는 미안함과 죄책감은 다스려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00여 일 동안 대다수의 국민들은 제 자식 제 식구를 잃은 것처럼 그렇게 눈물로 마음을 달래며, 그렇게 살아왔다. 참 순하고 착한 백성들이다.
유민이 아빠가 꼿꼿하게 살아있는 이유
ⓒ 이희훈
그 순하고 착한 백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문이다. 지난 12일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거리 집회에 나섰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침묵 강요에 '우리들도 할 말이 있다'는 저항인 셈이다.
교황의 방문을 앞둔 천주교 신부들과 수녀들도, 개신교, 불교 할 것 없이 종교계는 하나가 됐다. 하늘의 뜻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맞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러한 국민적인 열망과 분노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을 파기시키기도 했다. 유족의 뜻을 외면한 협상안은 소용없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슬픔과 안타까움, 미안함을 넘어 이제 국민적인 분노의 목표가 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세월호 희생 유가족들의 뜻을 왜곡까지 하고 있는 세력들이다. 유가족이 말한 적도 없는 '의사자 지정'과 같은 특혜나 보상 따위를 들먹이며,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세력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유로 대치 중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32일째(14일 기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유민이 아빠가 그렇게 꼿꼿하게 살아있는 것은 물과 소금의 힘이 아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슬픔과 눈앞에서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국가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좀 알고자 하는데, 그 아프고 여린, 자식 잃은 아빠가 32일째 단식을 하게 하는 국가가 온전한 국가인가?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건, 자식 잃은 부모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국민적 요구이다. 그런데 새누리 당에서는 "3권 분립의 헌법 질서"를 운운한다.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헌법질서를 소중히 여겼는가? 국가 기관을 대선에 개입시켜 탄생한 정권에서 그런 말을 하기에는 염치가 없지 않은가?
진정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데, 한시적인 기구에 한시적인 권한을 부여하자는데, 그걸 갖고 그렇게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수선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분노를 넘어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게 3권 분립의 헌법질서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이미 법조인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발표한 성명서(7월 22일,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에 잘 나타나 있지 않은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그 비밀스런 수장의 치부를 감추려는 꼼수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8·15에 피어날 희망의 불씨
ⓒ 유성호
8월 15일은 69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기쁨과 감격은 분단의 아픔으로 대치된 채 맞이하는 슬프고도 서러운 8·15, 69주년이다. 태극기 흔들며 만세를 부르기보다, 모순덩어리 분단을 딛고 통일과 평화의 함성을 질러야 할 날이다.
그날, 우리는 유민이 아빠가 33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광화문에 갈 것이다. 왜 자식을 보낸 아빠가 33일째 단식을 해야만 하는지, 그 모순덩어리를 반드시 목격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도리이자 국민의 도리다. 69년째 풀리지 않는 분단이라는 모순 덩어리와 자식 잃은 유민이 아빠가 33일째 단식해야만 하는 모순덩어리는 다르지 않다. 실체를 감추고 백성들을 기만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세력이 그 배후라는 확신 때문이다.
마침 프란체스코 교황이 4박 5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중이시다. 교황이라는 권좌보다는 약자 편에서 그들과 함께 하려는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로 이미 그는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계신 분이시다.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모순을 향해 화해라는 메시지를 준비하셨다고 들었다. 성스러운 시복식이 열리기 전날, 서럽디 서러운 백성들의 함성이 울려퍼질 그 자리는 분명 하늘이 마련해주신 자리일 것이다. 그 분노의 함성이 희망의 불씨가 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416국민농성단의 일원인 이주현(매원교회 담임목사)목사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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