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윤일병

민간 잠수부 잡아놓앗다

참도 2014. 5. 3. 08:38

[서울신문]

"세월호 사고 첫날 해경이 고의로 민간 잠수부들을 3시간 넘게 경비정 안에 잡아 놓기만 하는 통에 침몰 해역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에 민간 잠수부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전남 목포 특전예비군

 윤부한(60) 중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해군 특전사 707대대 해난구조대(UDT)

 지역대 중대장을 지낸 윤씨는 이날 오전 11시 특전동지회 전남지부로부터 세월호 소식을 듣고 특전사 출신

 잠수부 3명과 함께 곧장 진도 팽목항으로 떠났다. 당시 팽목항에는 민간 잠수부 40여명이 있었지만 특전사와 해병대

 출신만 먼저 출동하게 됐다. 오후 2시 해병대 출신 잠수부 6명과 합류한 윤씨 일행은 해경 경비정을 타고

 사고 현장에서 해경 경비함 1509호로 옮겼다. 1509호는 침몰 중인 세월호와 2㎞ 떨어져 있었다.

민간 잠수부 10명은 수중 장비를 갖추고 사고 지점까지 갈 보트를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해경은 고무보트가 곧 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3시간 30분이나 지난 오후 6시 30분쯤 해경 경위가 "잠수계획 취소로 상황 끝이니 저녁이나 먹고 가라"고 말해 귀를 의심했다

 윤씨는 "경비정이 없으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해경의 말에 민간 어선을 얻어 타고 팽목항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윤씨는 "너무 화가 났지만 섣불리 항의하다 미운털이 박혀 다음에 구조 활동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아무 말도 못 꺼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30분쯤 윤씨를 포함한 특전사 출신 7명은 T76 해경 경비정을 타고 3012경비함으로 향했다.

 하지만 T76은 세월호 인근에 정박한 3척의 해경 보급선에 부식을 분배하느라 이리저리 5시간 이상을 떠돌다

오후 5시 30분쯤에야 경비함에 도착했다. 구조는 뒷전인 채 동료들의 먹을거리에 온 신경을 쓰다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윤씨는 "그땐 수경이 벗겨지고 산소호흡기가 빠질

 정도로 물살이 세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윤씨는 "중사, 상사 출신 등 베테랑 잠수부들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수중구조 경력을 갖지 않았으면 출동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맞춰 인력을 조정하기

 때문에 민간 잠수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라며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발뺌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