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윤일병

언딘 비용절감 때문에

참도 2014. 4. 27. 18:18

언딘의 작업 비용은 청해진해운이 부담
언딘 외의 장비·인력 비용은 정부 몫

역대 최악의 해양 참사인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습해야할 정부 당국이 민간기업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만 매달린 이유가 비용 절감을 위해서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관·군이 협력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수색·구조 작업을 민간 업체인 언딘 위주로 운영해오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을 찾은 수백명의 민간 잠수부들의 투입을 막고 언딘에 고용된 민간잠수부 위주로 작업을 해왔다. 기존 선내 수색작업을 지원했던 기존 ‘2003 금호 바지선’을 23일 언딘이 운영하고 있는 ‘리베로 바지선’으로 교체하면서 귀중한 조금기(조류가 느려지는 시기)에 수색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의 추천을 받은 대형바지선인 현대보령호는 ‘수색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22일부터 사흘간 대기만 하다가 철수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바지선을 배 양쪽에 설치하고 작업을 하면 구조작업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가 제안한 다이빙벨 투입, 유디티(UDT) 동지회가 제안한 머구리배 투입, 크레인을 통한 선체인양 뒤 구조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무시됐다.

이에 대해 사고대책본부가 민간 인력과 장비의 투입 및 전문가들이 제안한 구조 방법을 거부하고 오직 언딘에만 목을 맨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언딘은 정부가 아닌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구난 업체이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업 과정에서 언딘이 발생시킨 비용은 계약 주체인 청해진해운이 부담하게 된다. 반면 언딘을 거치지 않고 투입된 장비와 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실비를 보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무부처와 예산당국은 예산을 협의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비용 역시 원칙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이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정부가 추후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며, 청해진해운에게 모든 비용 문제를 책임짓게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해양경찰청을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이 구상한 민·관·군 수난구호 협력체계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구상돼왔다. 2011년 10월 열린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태도를 볼 수 있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현 국회부의장)이 대표발의한 수난구호법 전면개정안에 포함된 민간해양구조대 설치에 대해 김진애 전 의원은 “수난구조가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궁극적으로 공공이 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창수 해양경찰청 차장은 “연간 계속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어 민간해양구조대 설치를 주장했다. 임 차장은 “민간과의 네트워킹을 잘 만들어 놓으면 예산도 절감되고 오히려 해경이 장비를 가지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명진 새누리당 전 의원은 “국가가 전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우리나라는 해경국가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해경이 대비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이 논란에 대해 김진애 전 의원을 제외하면 야당 역시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국가위기관리학회 전 회장인 이재은 충북대 교수는 수난구호에서 민간 부문과의 협력은 구호의 신속성을 위한 것이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간 부문의 자원과 연계하는 것은 위기관리 거버넌스의 원칙이다. 재난 현장에는 언제나 정부보다 민간이 더 가까이 있다. 이번 사고 때도 주변 어선이 먼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민간 부문과의 협력이 중요한 것이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 예산이 없다면 민간은 수시로 발생하지 않는 수난구조에 대해 더 예산이 없지 않겠나?”라며 “정부가 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