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답고, 또 안타깝습니다." "어디에도 드문 이런 강을 왜 인공적으로 손을 대려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경북 예천의 내성천을 둘러본 해외 하천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개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하천이라고 했다.
독일 칼스루에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73)와 일본 국토문제연구회의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61)이 23일 오전 예천 회룡포 전망대에 올랐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회룡포 마을을 휘돌아감고 있는 내성천을 바라보며 "독일에도 북부의 엘베강을 제외하고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남아 있는 강이 드물다"며 "내성천 내에는 침전물 이동으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생태계가 이뤄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사무국장은 "일본에도 크고 작은 댐이 수없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 탓에 이렇게 모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은 드물다"고 전했다.
이들이 내성천을 집중적으로 답사한 이유는 부산국토관리청이 4대강 사업과 판박이인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국토관리청은 내성천 하류 27㎞ 구간에 제방을 새로 쌓거나 보강하고, 다리를 놓고, 유지관리용 도로를 조성하는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와 캠핑장 등 환경영향이 지나치게 커 논란이 된 시설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외된 것 외에는 4대강 사업과 흡수해 '미니 4대강 사업'이라 불리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21일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본안 협의 의견을 부산국토관리청에 전달하면서 환경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성천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강이었다. 자동차로 2시간여 동안 둘러본 내성천은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콘크리트 제방 대신 흙과 버드나무, 풀들이 어우러진 자연제방에 둘러싸여 있다. 자연스럽게 퇴적된 크고 작은 모래톱의 수는 셀 수조차 없이 많았다. 모래강의 특성 그대로 강물은 맑고, 투명하게 빛을 반사했다. 식물 종류를 잘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봐도 강가에는 다양한 식생이 이어졌다. '왜 굳이 이곳에 손을 대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만했다.
아니나 다를까. 4대강 사업 현장과 내성천을 사흘 동안 둘러본 외국 전문가 2명의 입에서는 신랄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 8월에도 방한해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바 있는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미 모래가 대량 유실된 내성천에 다시 인공적인 손길을 가미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영주댐 건설과 제방 건설이 내성천 아래로 연결돼 있는 지하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국장은 "일본의 강도 필요 이상으로 보를 많이 세워놓은 것이 문제되고 있지만 4대강에서 본 보들처럼 아무 쓸모도 없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 예천 |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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