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추인영 기자 = 노무현재단이 지난 14일 검찰이 발표한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태를 놓고 새누리당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그간 새누리당과 검찰 측 주장에 반박하는 선에서 수세적으로 대응해오던 것과는 달리 적극적 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노무현재단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17일 서울 마포구 신수당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를 주장해온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와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 【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명균 전 안보정책 비서관, 김경수 봉하사업 본부장,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박성수 변호사가 참석했다. 2013.11.17. go2@newsis.com
↑ 【서울=뉴시스】 박문호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삭제한 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명균 전 안보정책 비서관, 김경수 봉하사업 본부장,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박성수 변호사가 참석했다. 2013.11.17. go2@newsis.com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고발과 관련해 지난 1월 검찰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이관 문제를 추궁한 점을 들어 새누리당에서 대화록 미이관 문제를 이미 알고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집권세력 이미 알았다…거대한 음모"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집권세력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미 미이관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거대한 음모 속에 이번 일을 진행해오지 않았나 하는 강한 합리적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명균 전 비서관이 1차 검찰조사를 받았던 지난 1월은 'NLL 포기발언'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당시 검찰이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이관 여부를 물었다는 것이다.
조명균 전 비서관은 "지난 1월에는 쟁점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발언을 했느냐 안했느냐였다"며 "검사가 그 쟁점하고는 상당히 동떨어진 '국가기록원에 이관됐나, 지정기록물로 지정됐나, 이지원 파일이 어떻게 처리된 것인가' 하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했다.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도 "조명균 비서관에게 이런 기록물 이관 여부에 대해서 질문을 했었느냐 그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며 "전혀 본질과 관계없는 여부를 묻게 된 동기와 배경이 무엇인지 당연히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17일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알려졌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나간 것도 이들이 이 같은 의혹을 더욱 굳히게 된 계기다.
이 이사장은 "뒤돌아보니까 작년에 한 보수언론에서 여권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보도가 나왔다)"며 "(이 정권이) 중요한 대목마다 이걸 들고 와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일련의 사건이 정치적으로 기획되지 않았냐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컨틴전시 플랜이니 뭐니 이런 이야기 나와서 다들 아시리라고 본다"며 "지금 되돌아보면 뭔가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진행과정을 돌아보니 의구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발표 자료에 나와 있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NLL 포기발언을 하지 않았고 포기라는 단어 자체는 김정일 위원장이 사용했다는 게 분명히 적시돼있다"며 "새누리당 정문헌·서상기·김무성 의원은 책임지고 대국민사과와 함께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檢, 부실 논리 조목조목 반박…특검 가세
재단 측은 이번 검찰수사 결과발표의 내용과 시점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공을 펼쳤다. 일단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의 핵심인 노무현 대통령의 폐기 지시 의혹을 부인하면서 "짜깁기 수사"라고 비난하는 한편 민주당 등 야권이 주장해온 특검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병완 이사장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본말전도의 엉성한 짜깁기였다"며 "특히 금요일 오후 검찰이 발표함으로서 저희들이 상세히 국민들께 반론과 반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제한됐다는 꼼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노 대통령의 폐기 지시 의혹과 관련, "노 대통령은 '삭제'가 아니라 반대로 '공유' 지시를 했다"며 "검찰 주장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회의록 은폐를 위해서 삭제 지시를 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발표문 중 '국정원 회의록의 존재가 회의록 미이관 및 삭제를 정당화 할 수 있는지 여부'라는 항목에 대해서도 "검찰은 대통령기록관과 국정원 문서의 차이만 설명했을 뿐 정작 그 의도는 단 한 마디도 거론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조명균 전 비서관 역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에서 전체 회의록 자체를 삭제하라든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말라든가 그런 지시를 받은 기억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도 "검찰은 '최종본이 완성된 다음에 대통령께 조명균 전 비서관이 문서로 보고했다. 그 다음에 대통령 지시를 받고 그 문서로 보고된 문서를 파쇄했다'고 발표했다"며 "문서로 보고했다는 조명균 비서관 본인조차 그런 진술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정원이 청와대로부터 최종본을 받은 후 자체 사본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전에 국정원 공안망을 통해 파일로 주고받고 수정하고 수차례에 걸쳐 주고받다가 갑자기 마지막에 (국정원이) 사본을 만들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청와대가 국정원본을 만들도록 지시한 뒤 최종본을 파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정안이 완성됐으면 완성본도 국정원에 그대로 보관하도록 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새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이건 파기해라 이렇게 청와대에서 지시를 전달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성수 변호사도 "검찰에서는 대통령께서 회의록 초본을 삭제하도록 지시해서 조명균 비서관 등이 의도적으로 이를 삭제했다는 식으로 정리했다"며 "2007년 1월 조 비서관의 부정확한 잘못된 일부 진술을 주요 토대로 했고 그에 대한 물적 증거로 나름대로 삼았던 것은 메모보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와 관련, 조 비서관이 2월14일 올린 메모보고 내용과 관련해 "(조 비서관이)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 (초안을) 자체 삭제하고 그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라며 "검찰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삭제한 것으로 건너뛰면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처럼 해석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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