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7년 만에 약초재배로 억대 부농의 반열에 오른 김충식씨가 건조중인 하수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충북 보은군 내북면 두평리에서 하수오를 재배하고 있는 김충식씨(51)는 지역에서 성공농업인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부농이다. 2006년 무일푼으로 귀농한 김씨는 끈질긴 집념과 노력으로 억대 부농의 반열에 올랐다. 귀농 7년 만에 이룬 성과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에 이어 사업체도 운영해 봤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가 컸던 탓인지 열정을 쏟지 못해 돈벌이도 시원치 않았고 삶은 더욱 팍팍해져만 갔다.
결국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도시 생활을 접고, 맨몸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처음 고향에 내려와서는 아버지의 힘을 빌려 벼와 한우농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수익이 낮은 벼농사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특히 한우는 사료값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습니다.”
김씨는 고민 끝에 고소득 작목인 약초에 눈을 돌렸다. 산지가 많은 보은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약초 가운데서도 하수오가 김씨의 눈에 들어왔다. 3년생 기준 3.3㎡당 5만원의 소득을 낼 수 있었던 것. 이때부터 그는 하수오 농사꾼이 됐다. 처음에는 종근용으로 하수오를 1년만 키워 상인에게 넘겼다. 1㎏당 2만~3만원을 받을 수 있어 수입이 꽤 짭짤했다. 직접 하수오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불렀다. 제대로 된 기술이 없던 김씨의 하수오는 그해 겨울을 넘기자마자 모두 말라 죽었다.
처절한 농사실패는 ‘빚’이라는 부담까지 안겼다.
김씨는 여기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하수오 재배 기술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전국으로 뛰어다녔다. 충북도농업기술원과 지자체의 약초 재배 교육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특히 주변 고구마와 감자농가에 하수오를 분양해 준 뒤 하수오의 생육상태를 꼼꼼히 관찰하는 등 현장에서 직접 재배실험까지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3년이 지나자 자신만의 재배 비결이 생겼다. 또 인근의 20여농가를 설득해 하수오작목반도 결성했다.
그는 “종근을 심는 방법이 아닌 포트에 씨앗을 이식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며 “특히 작목반을 구성해 재배규모를 3만3000㎡까지 확대한 결과 상인과의 교섭력을 높여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김씨의 하수오 재배 비결을 배우기 위해 한해 100명이 넘는 농업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을 위해 밭 주변에 30여가지의 약초를 시험 재배하고 있는 김씨는 “보은을 ‘약초재배 1번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은=류호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