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55)이 지난 대선 직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 사건을 김 전 청장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과 당시 박 후보 및 측근들의 언행을 살펴보면, 박 후보 측은 적어도 경찰이 조작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 오후 11시 이전에 경찰 측으로부터 그 내용을 전달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15일 '국정원의 혐의 없음'을 골자로 하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인 16일 김무성 당시 박 후보 측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국정원 사건 경찰 조사는) 오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 한마디 말씀도 없고 사과도 안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국정원 여직원은 컴퓨터 등 증거를 다 내놨는데, 민주당은 하나도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오후 10시30분쯤 수서경찰서장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내용을 경찰청 인트라넷에 올렸다. 비슷한 시각 박 후보 측 박선규 대변인은 "오늘쯤 수사결과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의 말대로 30여분 뒤인 오후 11시 수서서는 '국정원의 혐의 없음'이라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청장은 수사결과 발표 후 "최대한 빨리 알리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선거캠프는 경찰의 신속한 수사결과 발표를 치하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 및 선대본부 측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경찰이 발표할 수사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박 후보 측에 불리한 수사결과를 내놓을 경우 선거 막판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폐·조작의 수혜자인 박 후보 측이 중간수사결과를 '사전인지'한 게 전부냐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수사결과의 은폐·조작을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고 대담하게 실행한 것을 확인했지만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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