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요리

닭갈비 원조 비결

참도 2012. 8. 31. 11:05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닭갈비가 무쇠 불판 위에서 익고 있다.

1970년 문을 연 춘천 조양동 '우미닭갈비'는 원조 맛을 고수하는 닭갈비집이다. 카레가루·간장·물엿을 안 쓰는 게 그 비법이란다.

닭갈비는 전통 음식이 아니다. 역사를 아무리 길게 잡아도 50년 남짓이다. '연식'만 따지자면 차라리 신종 메뉴에 가깝다.

 하지만 닭갈비는 불과 반세기 만에 도시 '춘천'을 대표하는 맛으로 자리 잡았다.

춘천은 '닭갈비 골목'이라 불리는 곳이 세 곳, '닭갈비'를 상호로 붙인 음식점이 300여 곳이나 되는 닭갈비의 도시다.

 닭갈비를 내세운 축제도 있다. 지난 23~27일 춘천 의암호 옆 송암스포츠타운에선 '춘천 닭갈비·막국수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5회째다. 50만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와 닭갈비의 맛을 즐겼다.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

원조'라고 짚어 준 닭갈비집, 조양동 '우미닭갈비'를 찾아갔다. 1970년 춘천 중심가 명동 골목에 문을 연 이곳에선

하루 평균 500인분의 닭갈비가 팔리고 있다. 그 맛의 비법을 노석호(55) 대표에게 물었다.

한국전통문화보존회에서 선정한 닭갈비 부문 '전통문화보존명인'인 '우미닭갈비' 노석호 대표. "양념이 맛있어서겠죠.

재료야 어느 식당이나 다 똑같으니 배합이 중요해요. 매일 아침 양념 만들 때마다 닭갈비를 구워 먹어 봐요.

그날그날 재료 상태에 따라 약간씩 비율 조절을 해야 하거든요. 고구마나 양배추의 단맛이 강한 날은 소금을 좀 더 넣는 식으로요."

91년부터 '우미닭갈비'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노 대표는 닭갈비 양념의 기본 배합 비율을 선선히 알려 줬다.

 영업 비밀일 법도 한데 조미료 양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매일 고춧가루 7.2㎏, 다진 마늘 6㎏, 다진 생강 2.4㎏, 설탕 6㎏, 소금 2㎏, 후추 300g, 고추장 5~6국자,

 물 20L 그리고 미원 1㎏를 집어넣어 닭갈비 500인분 양념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닭고기에 양념을 잰 뒤 냉장고에 넣어 7시간 정도 지났을 때가 제일 맛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양념한 닭고기와 양배추·깻잎·파·쌀떡·고구마 등을 불판 위에 올려 볶을 때 식용유는 아주 약간만 두른다.

 채소에서 나오는 물과 닭고기의 기름이 있어 여간해선 눌어붙지 않기 때문이다.

춘천 닭갈비는 60년대 포장마차 등에서 술안주로 팔기 시작한 음식이다.

처음엔 조각 낸 닭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해 숯불에 구워 팔았다. 판매 단위도 갈비답게 '대'였다.

알 못 낳는 폐닭이 닭갈비의 재료였다고 한다. "한 대에 100원이 채 안 됐어요. 싸고 맛있는 안주로 인기가 좋았죠."

 주머니 가벼운 군인과 학생들이 주로 먹었다. 노 대표는 "닭갈비가 정착하는 데 춘천 보충대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70년 '우미닭갈비'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상호는 '우미집'이었다.

당시만 해도 닭갈비가 가게 이름이 될 만큼 번듯한 요리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기가 귀하던 시절,

닭갈비는 서민도 즐길 수 있는 '갈비'로 그 인기가 점점 높아졌다. 닭갈비에 '몇 인분' 개념이 들어온 건 75년 즈음이다.

한 대씩 숯불에 구워 먹던 방식에서 세 대 정도를 '1인분'으로 계산해 둥그런 무쇠 불판에 볶아 먹기 시작했다.

커진 판 위에 고기보다 더 많은 양의 채소를 함께 볶았다. 눈도 배도 더 든든해졌다.

춘천 지역 대학생들의 개강·종강파티 메뉴가 짜장면·짬뽕에서 닭갈비로 바뀐 것도 그때부터다.

서울의 건설회사에 다녔던 노 대표는 91년부터 '우미닭갈비'를 맡았다.

외삼촌과 사촌형수가 운영하던 닭갈비집을 물려받은 것이다. "양념은 옛날식 그대로예요.

요즘엔 닭 냄새 없앤다며 카레가루 쓰는 집이 많지만 우린 생강을 듬뿍 넣어 해결하죠. 절대 냉동닭 안 쓰고,

꼭 국산 재료만 쓰고, 물엿이나 간장도 안 넣어요. 그래야 고추장 구이였던 원조 맛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닭갈비 양념 재료들. 고추장·고춧가루·다진 마늘·다진 생강·후추·설탕·소금에 물과 미원까지, 노 대표는 양념 레시피를 선뜻 공개했다.

설탕과 소금이 3대 1비율로 들어가 달달한 맛이 난다.

노 대표는 닭갈비집을 맡은 지 불과 5년 만인 96년 한국전통문화보존회가 선정하는 전통문화보존명인으로 선정됐다.

노 대표는 "원조 닭갈비집 자리에서 원조 닭갈비 맛을 지키고 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제 춘천 닭갈비는 이름만 '갈비'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뼈가 없는 닭 살코기로만 닭갈비를 만든다.

그 살코기 300g이 닭갈비 1인분에 들어간다. '우미닭갈비'에서 하루 평균 팔리는 닭갈비가 500인분이니

230㎡(약 70평) 남짓한 식당에서 매일 닭고기를 살코기로만 150㎏을 먹어 치우고 있는 셈이다.

1인분 가격이 1만원. 한 달 매출은 억대에 달한다.

고기를 거의 다 먹었을 즈음, 밥을 넣어 볶아 먹는 맛도 춘천 닭갈비의 매력이다.

이때도 노 대표는 세심한 고집을 부린다. 불판마다 돌아다니며 닭기름을 깨끗이 닦아 낸 뒤 밥을 볶았다.

느끼한 닭기름 대신 고소한 참기름의 맛과 향이 볶아 놓은 밥 위로 퍼졌다.

"외국인들도 좋아해요. 몇 년 전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손님이 딱 끊겼을 때도 일본인·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살았어요.

드라마 '겨울연가' 보고 춘천에 찾아온 관광객들이 닭갈비를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 뒤론 메뉴판에 중국어·일본어를 적어 두고 손님을 맞습니다."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조류 인플루엔자 이야기를 하면서도 노 대표는 별걱정이 없어 보였다.

글=이지영 기자 < jylee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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