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11년 4월 1일 소비자연합타임스 주최로 열린 '제1회 상조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토론회' 모습>
2010년 9월 공정위의 상조업계 규제법안인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자유업이었던 상조업은 2010년부터 등록제로 바뀌는 등 엄격한 법적 규제로 말미암아 상조회사뿐 아니라 상조회사에 가입한 천만 명에 이르는 소비자의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2011년 3월 소비자피해보상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한 전국 320개 상조업체의 총 가입회원 수는 약 330만 명)
최근에는 배영식 의원(한나라당) 등은 상조상품의 대리 위탁판매를 허용하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정무위원회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상조업의 업무영역과 조직의 변화를 요구하는 각종 규제와 법률의 시행으로 상조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뚜렷한 대안과 보호도 없이 규제를 일삼고 있어 ‘상조대란’이 예고된다.
‘할부거래법’ 주요 내용과 문제점
공정위가 상조업을 규제하겠다고 내놓은 선불식 할부거래법에 관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상조업의 거래형태를 선불식 할부계약으로 규정, 자본금 3억 원 이상 되는 회사만 시․도에 등록하고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선수금 보전제도를 통해 상조업체 신규사업자는 선수금의 50%를, 기존 사업자는 20%를 보전하되 매년 10%씩 늘리도록 규정해 2014년에는 선수금 보전의무비율이 50%로 높아지도록 의무화했다.
또, 소비자의 청약철회 및 계약해제권을 신설해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 위약금 없이 청약철회가, 서비스를 받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위약금만 내면 계약해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 외에도 소비자피해 우려 행위유형 등 13개를 금지행위로 명시하고 행정제재 및 소비자피해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다.
공정위는 “제도준수 등에 따라 중소 상조업체들의 자금부담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어 상조 상품 마케팅 지원방안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미비점은 추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그동안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상조업계를 규율하고 상조회사의 재무상태가 개선되는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3억 원 미만 업체가 47.2%에 이를 정도로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다수 차치하고 있는 점에서 일방적인 정부의 규제는 관습적 상조업을 막고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방식의 다양한 형태의 상조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증금 공탁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의 공제조합은 결국 부실화돼 퇴출당하는 상조회사 회원들을 떠안아야 하므로 이 역시 잠재적 비용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상조회사 관리감독에 대한 다중적 규제와 무한책임규정은 상조회사의 경영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조업 관계자는 “상조는 공제의 원리를 도입한 공동체이면서 회원들이 선불한 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의전 회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이므로 돈이 들어와도 매출로 인식되는 그 어떤 교환이 없기 때문에 매출원가를 계산할 수 있는 시점이 가입시점이 아니라 행사이용시점이라 회원이 중도 해지한다면 언제든지 환급되는 금액이므로 다른 기업과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대리․위탁판매 허용이 미치는 파장은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 상조업에 대리․위탁행위를 허용해야 건전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양성되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로운 거래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률안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인 상조회사를 대신해 상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상조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보험회사가 상조관련 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커 상조 시장 붕괴가 예상된다.
상조업계는 은행의 보험판매를 예로 들며, “상조업은 은행이 원하는 상조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불완전판매가 성행할 것이며, 금융 소비자에게 대출조건으로 상조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공정한 행위가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상조 시장은 의전 대행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공정위가 할부거래법을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대리․위탁판매를 허용한 것은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특혜가 의심된다는 의견과 많은 소비자들이 상조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판매망을 구축, 상조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방문판매업법 개정안 향방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방문판매업법 개정안도 상조업계를 위협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공정위는 2008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은 방판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으나 곧 입장을 바꿔 선불식 할부거래업도 방판법의 적용을 받아야한다고 밝혀 상조업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방판법 개정안은 기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2단계에서 신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가 추가돼 그동안 방판법에 따라 방문판매로 구분되어왔던 상조업계가 후원방문판매로 규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원방문판매는 160만 원이 넘는 제품은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후원수당 지급총액을 매출액 대비 38% 이내로 제한하는 등 보상보험이나 공제조합, 지급보증계약 중 하나를 체결해 소비자 피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상조업계는 그동안 고수해온 영업조직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160만 원이 초과되는 상품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법에 맞춰 다시 서비스를 개편해야 하는 등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표준약관 해약환급금 산정기준 고시(안)를 일률적으로 정해놓은 규정은 상조상품의 다양성과 상조업체의 마케팅 다변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혼란에 빠진 상조업계, 위기를 기회로
업계 1위였던 보람 상조의 횡령과 비리로 촉발된 상조업계 사태는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면서 전체 상조업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됐다. 자본금 5천만 원만 있으면 누구든지 진출할 수 있었던 상조업은 업체를 관리하는 기관과 가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증시스템도 전무한 상태에서 제도권의 관리 감독 밖에서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졌고 규제의 대상이 됐다.
소비자의 불만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편의대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규정, 상조업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원칙 없는 상조회사에 대한 압박과 규제는 상조회사의 문제뿐 아니라 상조회사에 가입된 천만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소비자의 불안이 증가함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정부에 비해, 상조회사 도산으로 인한 상조회사와 피해자의 법적 소송이 증가될 것을 예상한 Y 법무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 재직 당시 할부거래법 개정을 진두지휘한 공무원 박 씨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고 선전하며, 개정 할부거래법으로 인한 상조회사와 소비자 문제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상조회사는 관혼상제의 전통적인 관례를 복지서비스로 발전시켜 소비자에게 필요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공정위의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 장기적인 상조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로 이관, 소비자보호에 앞장서야 할 분야기도 하다. 일부 부도덕한 상조업의 부정과 비리를 전체 상조회사의 비리로 간주, 30여 년 꾸준히 이어온 상조업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로 시장의 혼란을 가져오게 됐고 결국 모든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할부거래법으로 촉발된 상조업계의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법적 규제와 조직 개편을 계기로 그동안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됐던 상조업계가 보다 내부적 자성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과 영업방식으로 개편, 소비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선진적인 상조서비스로 거듭나야한다. 상조업계가 위기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상조업체 전체가 협력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 상조업계, 소비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구제없는 회생은 없다
"소비자에 대한 구제, 정부 대책은 전혀 없다"
전국상조협회 송기호 회장
전국상조협회 송기호 회장은 ‘미래상조 119(주)효마음’의 대표자로 직접 상조업체를 운영하며, 오래전부터 상조 대란과 소비자보호 대책을 요구해왔다. 송 회장은 위기의 상조업계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말문을 열었다.
1.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상조회사 현실은 어떤가?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할부거래법은 대안이 아니라 상조업계를 단시일 내에 부도나게 하는 법이다. 상조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짧은 기간 안에 졸속으로 만든 할부거래법은 사상 유례없는 소급법으로 규제를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후 많은 상조회사가 무너지고 부도가 나는데도 정부는 다른 상조회사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도 정책도 없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상조회사가 무너지면 상조에 가입한 백만 명에 이르는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도 같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자 피해 구제방안이 전혀 없는 것 같다.
2.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정부의 할부거래법에 따르려면 공제조합이나 은행에서 소비자피해증서를 발급하게 돼 있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다. 보상금액도 미비할 뿐 아니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서 소비자피해보상증서를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또, 9월 30일 시행되는 개인정보법은 상조회사가 은행에서 상조의 모든 자료를 요구할 때 그 동의서를 일일이 개인마다 받아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조회사가 은행에 제공하는 것도 은행에서 공정위에게 제공하는 것도 모두 개인정보법 위반이 되어 할부거래법이 총체적인 부실로 다가올 것이며, 개인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회사대 회사 간’ 통합은 어려워져 영세한 업체를 구제할 길이 더 요원해진다.
3. 최근, 대기업․금융․보험사 등이 상조회사에 진출하고 있다. 상조업계의 대응은?
위기의식을 느낀 상조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줄줄이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상조업계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협회나 단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조업계가 협회를 중심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4. 앞으로의 전망, 협회가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일부 상조회사가 횡령, 구속으로 소비자에게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0여 년간 상조업은 관혼상제의 종합적인 서비스업으로 역할을 해왔다. 상조업계가 브로커가 아닌 회원들을 위한 상조로 거듭나는 등 강력한 공조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상조대란은 일차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야하고 이차적으로는 사업자를 보호해야하고 나아가서는 영업자들과 그로 인한 실직자를 구제해야하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구제 없이 회생은 없다. 소비자, 영업자, 사업자 모두를 구제하고 돕는 것, 그래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