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구제역 침출수 침출수라 부르지못한다

참도 2011. 8. 25. 19:53

올해 1, 2월 전국을 뜨겁게 달군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논란은 세간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가축 996만 마리는 전국 4799곳에 여전히 묻혀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일 언론에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달 20일부터 9일간 지자체별로 전국의 모든

 가축 매몰지 4799곳을 일제 현장 점검한 결과 침출수 유출, 매몰지 유실 등의 피해가 없어 관리가 양호하다."

과연 그럴까. 22∼23일 경북 안동과 경기도 파주시 매몰지 4곳을 찾았다. 매몰지에서는 붉은색 기름띠가 새어나왔다.

 집중호우로 토사가 쏟아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보강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지역은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매몰지

 인근 주민들은 지하수를 마시고 있다. 지하수는 상수도와 달리 정화 시설이 거의 없다.

농식품부가 '점검한 현장'과 기자가 '찾아간 현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부와 지자체는 침출수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침출수가 무엇인가'를 놓고도 정부와 지자체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말만 해댔다.

 매몰지에서 흐르는 '붉은색 기름띠'에 대한 설명은 기가 막혔다. "붉은 것은 철분 성분이며, 기름띠는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침출수란 무엇인가

침출수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쓰레기 따위의 폐기물이 썩어 지하에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물'이다.

가축 침출수는 매몰지에 묻힌 가축 사체가 부패하면서 나오는 썩은 물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한층 복잡해진다.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침출수 기준을 만들었다. "①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상 4개 항목(질산성질소, 염소이온, 총대장균 수, 암모니아성질소)을 조사해 이들 항목이 배경 농도 지점에 비해 높게 검출되거나 ②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등이 동반 상승하는지를 토대로 전문가 검토·분석을 거쳐 판단한다."

침출수 기준이 어려워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에게 질문을 했다.

-침출수의 첫째 정의는 염소이온, 암모니아성질소 등 4개 항목이 '배경 농도'에 비해 높게 검출된다는 것이다. '배경 농도'는 사체 매몰 이전의 농도를 의미하는데, 매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데이터가 모두 있나?

"매몰 이전 자료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두 번째 기준(②)을 놓고 침출수를 정의해야 한다."

-환경부는 침출수 기준으로 쓰이는 4개 항목이 세계적으로 통용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런가?

"그렇다. 구제역 발생 선진국인 영국, 미국에서도 이런 기준으로 침출수를 판단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환경부가 내세운 기준과 다르다. '암모니아성 질소와 염소이온 등이 동반상승하는 경우에 한해' 침출수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20여개 항목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나라마다 여건이 다르지 않나. 시·군·구에 매몰지가 몇 백 개 있으면 20개 항목을 어떻게 다 조사하나. 불가능하다. 네 가지 항목으로 커버가 된다."

-그럼 암모니아성질소와 염소이온 농도가 동반 상승하기만 하면 침출수인가?

"두 가지 성분이 동시에 검출되면 측정 시기가 분기에서 월별로 당겨진다. 월 1회씩 조사한 결과 두 물질의 농도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도 곧바로 침출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다시 그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이 판단을 해야 침출수 여부가 결정된다."

-경북 안동에서는 공무원들이 1차 시험에선 배수로에서 물을 뜨고 2차 시험에선 관측정에서 물을 뜨더라. 이런 식의 검사는 과학적이지 않다.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은 자기들은 시료를 검사만 할 뿐 판단을 내리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지자체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나?

"관측정 검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요령을 내려 보냈다. 지침만 봐도 성의만 있으면 지자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환경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침출수 논쟁

지난 2008년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가축이 매몰됐다. 당시에도 토양과 하천, 지하수 오염 문제가 제기됐고, 침출수 유출 여부가 이슈였다. 그러나 침출수 판정 방식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수질이 저하되는 원인이 매몰 때문인지, 기타 오염원에 의한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에 대한 연구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환경부가 연구를 의뢰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3월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을 발표했다. 가축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단백질, 펩타이드, 아민, 아미노산 등의 총 유기탄소 양과 상관분석을 통해 침출수인지 가축폐수인지를 구별 분석하는 방법이다. 법의학에서 유기사체를 판별하는 데 쓰이는 원리를 침출수 유출 방법에 이용한 것이다. 다수의 SCI급 논문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유기사체를 판별한다.

개발된 침출수 검증 기법은 지난 2월 24일(전북 정읍시 고부면), 26일(경기도 이천시 모전리) 환경부 현장 시연 및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3월 경기도 이천시 모전리 일대에서 침출수가 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자 환경부는 침출수가 아니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기법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환경시민단체들은 환경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농학박사)은 "(환경부가) 검사 결과가 마음이 들지 않자 용역을 준 연구과제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진짜 침출수'를 가져와서 검사해도 환경부가 내세운 침출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공업환경연구부 유승호 선임연구원을 인터뷰했다. 유 연구원은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을 개발했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침출수를 검증하게 된 계기는?

"지역 주민들이 매몰지에서 냄새가 나고 기름띠가 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지자체가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것으로 안다. 환경부가 제시한 항목으로 시험했는데 그 항목으로는 유출이 안 된 걸로 나올 수밖에 없다. 유출 안 됐다고 하는데도 공무원이 보기에도 기름이 나고 조치는 해야 해서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우리가 실험해 보니 유출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환경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고 조사한 연구였다고 들었다.

"환경부 연구 개발 사업으로 지정돼 지난해 8000여만원, 올해 2억5000여만원을 받았다. 연구 기간 동안 환경부에 중간보고를 계속했다. 매몰지에 묻힌 가축 침출수가 매몰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운 유출 방법이 필요해진 것이고, 환경부에 정확하게 연구 목표를 제시했다. 환경부도 거기에 수긍했다."

-환경부의 침출수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환경부가 제시한 (침출수) 기준인 네 가지 요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첫째, 질산성질소는 침출수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국제적인 논문에서도 질산성질소는 침출수에서 거의 발견 안 된다. 두 번째, 염소이온은 꽤 높은 농도가 나오긴 한다. 문제는 염소이온의 특성은 토양에 흡착되지 않고 물이랑 동시에 빠른 속도로 흘러가서 희석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분뇨, 농약 때문에 우리나라 농가에서 염소이온이 높게 검출된다. 염소이온 농도는 가축 매몰지보다 분뇨 폐수에서 최대 5배 높게 나온다. 셋째, 총대장균 수는 어디서든 나온다. 마지막 암모니아성질소는 크게 문제없는 요소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법은 없나?

"우리나라처럼 그런 항목을 쓰는 국가는 없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지."

관측정이 빠진 침출수 조사

환경부는 지난 2∼3월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인근 300m 이내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관정 7930곳을 조사했다. 지하수 관정의 4분의 1이 수질 기준을 초과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침출수의 영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단계 시험에서 염소이온과 암모니아성질소 등이 고농도로 동반 검출되면 2단계 시험에서 아미노산, mtDNA 분석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관정만 조사하고, 관측정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관측정과 관정은 다르다. 관측정은 매몰지 인근에 설치된 것으로 침출수 유출을 파악하는 곳이다. 관정은 구제역 발생 이전부터 정기적으로 지하수 수질 검사를 하는 곳이다.

2004, 2008년에도 대규모 AI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환경과 인체에 무해한 가축 매몰법과 침출수 검증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2011년에도 침출수가 없다고만 하는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논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발생할 수 있는 구제역과 AI의 대재앙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파주·안동=글 박유리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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