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모임/58방

[스크랩] * 색,계..그여자의 사랑

참도 2010. 10. 5. 18:51

                                영화 속의 `이`

 

                                그는 왜 그토록 쓸쓸한 눈빛을가진걸까

 

                                아무도 믿지 않는 그가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잔혹한 戒를 가진그녀를


                                며칠이고 굶은  짐승이 먹이를 탐하듯   

                      
                                탐하고, 탐하고, 탐하여

                                                       
                                마침내 태고의 생물처럼 벌거벗은 채 하나로 엮인 후에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 그의 얼굴, 그의 눈빛은  

             
                                왜 그렇게                                                                         


                                텅,

                                비어 있는걸까.                                                                
 
 
 
     극심한결핍에는 고도의탐닉이 따르는것 아닐까..
 
     식민지지배나 독재정권이라는 비뚤어진 시대는 극심한 "불안"의 시대,

     (민주주의니, 자유경제니 해도, 불균형과 불평등은 넘쳐나지먼)

      한쪽다리가 부러진 책상을 억지로 받치고 선 모양이랄까. 권력을 쥔 자들은 언제 빼앗길까
 
      하는 불안을, 억눌린 자들은 언제 숨통이 끝장날까 하는 두려움을, 반혁을 꿈꾸는 이들은
 
      발각의 두려움과 혁명의 스릴을 함께 갖고 있겠지.

      그렇게 모두가 불안하고, 하여 지나치게 경계하는 시대, 생존을 위해 쏟는 에너지가 비정상적로
   
      많아져서 극도의 결핍이 발생하는 것,
 

      영화 <색,계>에서도 도처에 결핍이 나타난다.

      식량이 부족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야하고,

      전쟁과 식민으로 고향을 빼앗긴 왕치아즈는 아버지에게마저 버림받고,

      일제의 개노릇을 하고 있는 "이" 또한, 짙어지는 허무함을 감출 길이 없다.

      부족하면 채우려하는 것이 인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라고 해도 좋겠지.

      부인들은 밤낮없이 마작에 빠져있고, 청년들은 철모르는 달뜬 애국에 빠지고,
 
      왕치아즈와  "이"는 서로에게(서로의 色)에 빠져든다그것은 차라리 탐닉으로 보였다.
 
      탐하고, 누리고, 가져도 - 불과 1초후에 다시 열렬히 원하게 되는 것.
 
 

 
 
 
     역사와 사랑의 소용돌이 속, 인간을 보는 시선.
 
       왜 그 두사람이어야 하는가, 란 질문은 이 영화에서는 의미없어 보인다.

       영화는... 사랑이란 역사처럼 어찌보면 운명의 소용돌이라서,

       그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대를 선택할 수 없듯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사랑과 욕망의
 
       이끌림엔 무력할 수 밖에 없다고.

 
       벌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어서 사랑하는 그를 죽이자고 계를 짜는 왕치아즈가
 
       그 양날의 검으로 역시 갈기갈기 베여가는 것을 연민어린 관조의 시선으로 봐야하는
 
       관객...나라도, 부모도 주지 않았던 사랑을 준 그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왕치아즈는 
 
       결국 까마득한 절벽으로 떨어지고. 

       민족을 배신하고 고문하고 죽였던 "이"는 생의 유일한 사랑에게 송두리째 속았고,
 
       어쩌면 살면서 처음이었을지도 모를 진심어린 고백, 지켜주겠다는 약속 또한
 
       지키지못한다.

       이안 감독은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고스란히 이들의 생을 아픈 시선으로 함께 한다.
 
 
       감독의 시선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더욱 빛이 난다.

      
그녀가 그를 죽이고 죄책감 속에 떠나는 것 또한 비극의 결말이 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미 그에게 심장을 관통당한 그녀. 그러면서도 의심을 거둘 수 없어
 
       그의 진심을 담은 봉투마저 조직에게 넘겨버린 어리석은 그녀.

       그런 그녀를 위해 무릎을 꿇고 진심을 담아 지켜주겠다고 하는 남자.
 
       그 남자를 어떻게 죽일 수 있겠어.
 
       왜냐하면 그녀는 프로가 아니었으니까. 그들말대로 그녀는 어리석은 초보였거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라와 동지가 그녀를 위해서 무엇을 주었나?

       비겁하게 뒤에서 숨어 그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동지들과 집과 식량같은 기본적인
 
       생계조차 버겁게 한 나라가, 그녀에게 무.엇.을. 주었단 말인가?

       그래서 그녀와 절친했던 여자친구는 그 날 이후 그녀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만약 그녀가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게 분명할 정도로 말이야.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의 진실...

       사실 영화 내내 흐르는 긴장감과 갈수록 꼬여가는 계와 계략들로 그런 의심도
 
       들었다.

      "이"가 사실은 왕치아즈의 연극을 눈치챈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그녀를 원해서
 
       속아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내내 정적이었던 그가 도망칠 때 번개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것으로 눈치를....

       숱한 암살 위협 속에서 실은 늘 떨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

       그런 그가 왕차이즈에겐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 

       일본군들이 몰려있는 술집에 부르는 것도, 자신이 근무하는 기지 앞으로 데려오는 것도.
 
       의심많은 장관이 할 만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 그래서 반대로, 그래 할 테면 
 
       해 봐라. 뒷조사는 끝났다, 이미 다 알고 있다... 가 아닐까.. .
 
       그래서 "이"는 반지로 여자를 회유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왕치아즈는 그것에 넘어갔고,
 
       회유에 성공한 남자는 목숨을 지킨 대신 사랑을 잃었고......
 
     
       어차피 휘둘릴 회오리바람이라면,

       끝내 비극으로 끝나버릴 사랑이라해도

       눈을 멀게하는 진짜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여자를 품에 안고도, 미칠듯이 욕망을 쏟아부은 뒤에도 한없이 텅 비어있던 그의
 
       허무한 삶에 혹 의미를 찾는다면 피빛으로 빛날 진짜 사랑이겠지.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 <색,계>를 풀어보면 <계를 이기는 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두 사람은 모두 색이 계를 이기는 경험을 한 것이라는 생각.
 
 
 
 
 
     그 사람은 내 반응이 가짜가 아니란 걸 알아요.
 
 
      진짜 사랑. 진짜 욕망, 진짜 갈구.

      그것을 보여준 "이"와는 다르게 왕치아즈는 허구와 진실 양쪽에서 허덕인다.

      처음부터 연기, 를 하고 있던 왕치아즈는 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귀부인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
 
      물론 다만 장난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금새 몸으로 - 말 그대로 몸으로 체득된다.

      아마 그 때부터 왕치아즈는 절실해졌을 것이다.

      누구나 희생 뒤에는 어떤 것이든 획득할거라고 기대하니까. 사실 인간이란 이기적인
 
      존재라 조건없는 희생따위는 없는 걸지도 모르지.

      그 일 이후에 이가 중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주저앉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년 후에 스파이제안을 덜컥 받아들인 것도 마찬가지겠지.
 

      해결하지 못한 것. 완결하지 못한 것.
 

      일단은 그 이물감으로 왕차이즈는 그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그러나 연극 속에서 맞닥들인 건 심장까지 파고드는 뱀같은 그의 욕망과 사랑이었고.

      그녀는 점점 혼란스러워....

      총을 바로 곁에 두고, 무방비의 그를 아래에 두고 격렬한 정사를 벌이는 장면에서
 
      그녀의 혼란과 갈등은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죽일 수 있는.... 암살이고 뭐고- 바로 그 순간에 총을 뽑아 쏘아버리면 임무는 완성되는데....

      아무도 모르게 밀회를 즐기는 그들이니, 일이 벌어지고 난 뒤 나타나는 의협단도 있으니
 
      뒷처리도 깔끔하게 되겠지만.

      하지만 그녀는 망설인다. 베게로 그의 얼굴을 가려버리고...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그는 온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 순간.... 그를 죽이고 연극을 끝낼 시간.
 
     그러나 그녀는 연극을 계속하기를 선택한다. 어쩌면 그 순간에 이미.. 그녀의 배신
 
     (동지들에 대한 배신)이 결정난 건지도 모르지.

     그 순간 그는 친일파 장관 "이"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사내일 뿐... 안고, 안고,
 
     또 안아도 계속 안고 싶은 남자. 

     그것은 허구 속의 왕치아즈에게 다가온 단 하나의 진실이었을지도.... 그의 욕망과
 
     사랑을 바라보는 일보다 더욱 괴로운 것은 자신 안에서 충돌하는 목표와 욕망속에서
 
     타오르는 열망이었을것.  그녀의 목표는 그를 유혹해 내는 것.. . 엄밀히 말하면
 
      그를 죽이는 것은 동료들의 몫이었지. 그래. 그렇게 자신을 속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목표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에게 더욱 파고들기를 바랬을 것이고.

     <좋은 정보가 되는 일얘기는 궁금하지도 않아요. 당신이 어디를 왜가는지도 궁금하지
 
     않아요. 다만 함께 있어줘요, 함께 있어줘요.>

     그저 평범한,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되고 말았던 ....

     그녀의 비극은 그것이지. 진실을 위해서 허구를 계속해야 하는 것. 연극이 아니라면
 
     "이"를 만날 수 없는 그녀가 그 끝낼 수 없는 딜레마를 계속 안고 가야하는 이유....
 
 
     그래서 그녀에겐 관객이 있는것. 그녀가 어디를 가든 그와 어디에서 밀회를 나누든
 
     놓치지 않고 보는    의협단. 그리고 연극을 하는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또다른 자아.

     의협단에서 감정을 터뜨리며 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왕치아즈의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그 사람은 내 반응이 가짜가 아니란 걸 알아요"

     실연 논란이 있을 정도로 리얼한 정사장면의 이유는 바로 저 대사 때문이구나,
 
     싶었다. 막부인으로 있을 때 내내 연기를 하는 왕치아즈가 고급옷을 벗어던지고
 
     그와 살을 부딪는 그 순간에는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그 때만은 미칠 것 같은 혼란과
 
     괴로움을 온통 열기로 바꾸어 그에게 몰입했던 것이다.
 

     진실과 허구.

     그 사이에서 그녀가 미쳐버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대단하게 여겨질 정도.

     이가 처음 말했던 것마냥, 그녀 안에는 정말 강한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
 
 
     그래서 아마 그녀는 그의 사랑을 구해낼 수 있었던 거겠지.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이"를 살려낸 그녀는 아마도 두 세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자기자신을 스스로 구원한 것인지도 모르겠어.

     죽을 수 있는 알약을 버리고 동지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그녀의 등은 그래서
 
      그토록 꼿꼿했던 거겠지.
 
     암튼,
 
     결핍과 보충이란 면에서 보자면 채워진 건 왕치아즈이고 더욱더 비워진 건
 
     "이"인 것 같어. "이"는 아마도 영화의 마지막 표정 그대로, 아니 더욱 더 허허로운
 
      표정과 영혼으로 살아갈 테지만, 왕치아즈는 그 욕망과 사랑을 가득 안고
 

      떠나갔으니 말이지.

 

 

                    **** 펌 ****

 

 
     두 사람 모두 슬프지만 아무래도 나는 왕치아즈 쪽. 

     세상을 채우는 것은 혁명도 뭣도 아닌 사랑이라고 설화는 생각 하니까..
 
 
     하지만...영화가 끝난후 그렇게 떠들썩한 것만큼 커다란 감동, 즉 가슴의 떨림은 없었는데...
 
     왜일까..곰곰 생각 해보니 ...
                        .
                        .
                        ,
      이젠 나도 늙어버려서 감정이 메말라 그런가봐 ㅠ,ㅠ
 
      개인적으로 설화는 두 번째 사진...  "이"가 비맞는 여주인공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
 
      이랄지, 서로 스치는 눈빛..따위의 장면이 더욱 섹시하다는 생각...
 
     오히려 말 많은 침대위 정사씬은 너무나도 적나라해선지 야하다는 생각이 안들더라.
 
      히히히 내숭아님~ㅋ
 
 
 
 
출처 : 58개띠방
글쓴이 : 설화(雪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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