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대명 콘도 가족 분쟁

참도 2010. 6. 5. 23:50

대명그룹, 왜 가족소송으로 홍역 치렀나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6.05 09:55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강원

 

갑작스레 '대명그룹'이 재계 관심기업으로 떠올랐다. 5월 20일에 소장이 접수됐다 25일에 취하된 '소송' 해프닝 때문이다. 겉단은 '해프닝'이지만, 속단으로는 '복잡한 사정'이 이미 그룹 안팎에 쉬쉬 퍼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 대명변산리조트 오픈 행사에 참석한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5월 20일 대명그룹 기획팀에 근무하는 서지영 씨(27)는 양건식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원고는 서지영, 피고는 박춘희와 서준혁. 놀랍게도 박춘희 씨는 서지영 씨 모친인 대명그룹 회장, 서준혁 씨(30)는 대명그룹 관계사인 베거백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서지영 씨 오빠다.

서지영 씨가 소장에서 주장한 바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미성년자이던 200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명콘도(2005년 대명홀딩스로 사명 변경) 지분을 어머니와 오빠가 나눠 가져 본인은 주식을 전혀 상속받지 못했다. 당시 법정대리인인 어머니가 상속권 포기를 대리했는데 이는 민법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이해상반행위(잠깐용어 참조)인 상속권포기를 대리할 때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이를 하지 않고 자신이 대리했다. 따라서 상속재산 분할 합의는 무효다. 두 사람은 본인의 정당한 상속지분인 11만여주의 대명홀딩스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

이 일이 불거진 2001년 당시로 돌아가보자.

2001년 대명그룹 창업주인 서홍송 회장이 급작스레 세상을 등졌다. 콘도사업은 거액의 초기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늘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환위기가 닥치고 금리가 20%대까지 치솟자 대명콘도는 금융비용 압박을 버티다 못해 결국 화의에 들어갔다. 서 회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서 회장이 유언도 없이 타계했다.

서 회장의 유족은 부인 박춘희 씨와 1남2녀 등 3남매. 특별한 유언이 없었으므로 정상적인 법 절차에 따랐다면 서 회장 재산은 부인인 박춘희 씨가 9분의 3,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씩 분할했어야 한다. 그러나 박춘희 씨는 미성년자였던 두 딸을 대리해 상속권포기 절차를 밟았다. 이렇게 두 딸이 포기한 주식은 박춘희 씨와 아들 서준혁 씨가 나눠 가졌다. 현재 박춘희 씨와 서준혁 씨의 대명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37.7%와 36.4%다. 이후 박춘희 씨는 남편을 대신해 대명그룹 회장이 됐다. 현재 대명그룹 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박흥석 사장은 박춘희 회장 남동생이다.

세 자녀 중 외아들 서준혁 씨는 이후 자연스레 대명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큰딸은 현재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딸이 바로 이번 '대명그룹 막내딸의 난'을 일으킨 서지영 씨다. 미혼인 서지영 씨는 2007년 대명홀딩스에 입사했다. 이후 회사 사정을 잘 알게 되면서 어머니와 오빠만 지분이 있고 자신과 언니의 지분은 전혀 없는 것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명그룹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서지영 씨 옆에서 권리를 찾으라며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대명그룹 직원들 술자리에서는 종종 '언젠가는 그 문제가 터지지 않겠는가'라는 얘기가 오고가곤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호기롭게 제기된 소송은 5일 만인 5월 25일 서지영 씨가 직접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명그룹 측은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급히 불을 진화하려는 분위기인 반면 소송 대리를 한 양건식법률사무소 측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서지영 씨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변호사가 자의적으로 소장을 접수했다' 등의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서지영 씨로부터 소 취하에 관한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밝힌 양건식 법률사무소 이정구 사무장은 "서지영 씨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와서 상담을 했다. 어느 변호사가 원고 결정 없이 일방적으로 소장을 접수하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지영 씨 소 취하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엇갈린다. 대명그룹 한 관계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한다. 한 가지는 막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파장이 너무 크자 놀라서 취하했다는 것, 두 번째는 처음부터 소송을 진행시킬 요량이었다기보다 소송을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압박용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냥 자신 몫의 지분을 달라고 해봤자 안될 게 뻔하니 소송이라는 충격요법을 가해 자신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내고 일정 정도 약속을 받아낸 후 취하한 것 아니겠는가 하는 추측이다.

2002년 화의 탈피 이후 승승장구

한편 이번 '막내딸의 난' 사태로 재계 눈길이 쏠린 대명그룹은 한국 레저 업계의 대표주자다. 대명그룹 모태는 1979년 포항에서 시작한 건설업체 '대명주택'. 1987년 설악콘도를 지으면서 대명콘도라는 사명으로 콘도업에 뛰어들었다.

콘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강남에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한 설악콘도는 담당자가 손이 아파서 계약서를 쓰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설악콘도를 시작으로 대명콘도는 매년 20% 이상 급성장을 거듭했다. 새옹지마. 여기저기 콘도사업을 벌이는 와중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현금흐름이 끝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새옹지마. 최악의 회사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2001년 11월 서 회장 타계 이후 순조롭게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했다. 팔려고 내놨던 매물들이 팔리면서 자금 압박이 해결됐고 급기야 2002년 9월에는 화의에서 벗어났다.

서 회장 사망 이후 부인인 박춘희 씨가 회장이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 회장이 직접 경영을 맡기 쉽지 않았을 터. 서홍송 전 회장은 생전에 처남인 박흥석 씨를 데리고 다니며 일을 가르쳤다. 매부 밑에서 경영을 배운 박흥석 씨가 총괄사장을 맡아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했다. 박춘희-박흥석 체제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대명콘도는 다시 승승장구를 계속한다. 비발디파크 오션월드를 비롯해 양양쏠비치 리조트와 변산리조트, 홍천 쏘노펠리체 등이 줄줄이 성공하면서 리조트 명가 반열에 올라섰다. 현재 전국 8개 직영콘도에 보유 객실 5150개로 업계 1위다.

대명콘도는 2005년 10월 대명홀딩스와 대명레저산업, 대명비발디파크씨씨 등 세 개 회사로 분할된다. 콘도사업은 모두 대명레저산업이, 회원제 골프장 사업은 대명비발디파크씨씨가 가져가고 대명홀딩스는 말 그대로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지분이 바로 대명홀딩스 지분이다. 대명그룹 주축인 대명레저산업은 대명홀딩스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지난해 대명레저산업은 매출액 2868억원, 영업이익 113억원, 당기순이익 51억원 등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대명비발디파크씨씨는 지난해 7월 대명홀딩스에 재흡수합병됐다. 현재 대명홀딩스 산하에는 그룹 모체인 대명건설, 대명네트웍스(전세버스 여행알선 등 여행업), 벽송삼림업(영림업), 벽송엔지니어링(건축 설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부동산개발 및 투자업을 하는 D.L.I 등이 있다.

한편 대명그룹은 리조트업 외에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상황이다. 특히 아들인 서준혁 씨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2월 28억원의 지분법 적용 투자처분손실만 남긴 채 청산한 대명레저관광, 현재 서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베거백 등이 서준혁 씨가 관여했거나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잠깐용어

이해상반행위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대립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뜻한다. 현행 민법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녀 사이에서 이해상반행위가 벌어질 경우, 친권자가 법원에 그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표적인 이해상반행위는 공동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협의다. 공동상속인인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경우 미성년 자녀 각각에게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특별대리인으로 하여금 협의를 대리하도록 해야 한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9호(10.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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