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pd수첩 광우병 무죄

참도 2010. 1. 20. 16:30

PD수첩 제작진, 왜 무죄판결 났나

노컷뉴스 | 입력 2010.01.20 16:09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

MBC PD수첩 제작진의 무죄 이유는 '보도내용에 일부 과장은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한다'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이는 '사실과 다르나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정황이 있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와는 달리 보도 자체가 전반적으로 사실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저앉는 소', 광우병소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어

검찰은 PD수첩 보도에 나온 '주저앉는 소'에 대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광우병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주저앉는 것 이외의 다른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역시 주저앉는 증상이 광우병의 임상적인 징후일 수 있다며 대응조치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 동영상이 공개된 뒤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2급 쇠고기 리콜조치가 취해진데다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하기로 규정이 개정된 점을 들어 방송 영상에 나온 소들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 방송 당시에는 인간광우병 의심 충분

검찰은 PD수첩 방송 당시에는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이후 실제 사인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PD수첩의 보도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이 의사로부터 자신의 딸이 MRI검사 결과 '광우병과 흡사한 병'이라는 진단을 들었고, 2008년 4월 퇴원 당시에도 보통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진단을 받았다는데 주목했다.

즉 비록 나중에 사인이 다른 병으로 밝혀졌지만 방송 당시에는 사인이 명확하지 않았고, 광우병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증언과 증거들이 있었기 때문에 PD수첩의 보도를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번역가 진술 신빙성' 떨어진다 판단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주요 증인으로 내세웠던 번역가 정지민씨의 진술에 대해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정씨가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방송의 제작에 직접 참여한 바도 없고, 보조 작가 외에는 제작진을 만나 적이 없어 방송의 제작의도와 취재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도 과장된 진술을 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정씨가 자신이 로빈 빈슨 인터뷰 내용을 거의 대부분 번역했으며 그 안에 아레사 빈슨이 CJD진단을 받았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로빈 빈슨과의 인터뷰 내용은 전부 테이프 4권인데 정씨는 불과 1권만 번역을 맡았고 번역을 맡은 부분에도 정씨의 주장과 같은 부분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인 광우병 위험 94%'는 과장이나 '유전적 취약'은 맞다

검찰은 한국인 중 약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나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재까지 vCJD환자는 모두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서 발병했고, 국내 정상인 529명을 대상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정상인의 94.33%의 코돈 129번 유전자형이 MM형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2004년에는 광우병이 국내에서 발병한다면 vCJD환자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된데다 이 논문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전문가 회의 자료에도 기재됐다면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 발병확률이 94%에 달한다는 보도는 과장이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이라면서도, 보도내용의 핵심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전달이므로 왜곡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 협상단 '졸속 협상' 비판은 정당

재판부는 PD수첩 방송이 나오던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사정이 엿보인다고 봤다.

물론 정부가 수입협상 체결 전에 독자적으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절차를 거친 뒤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봤을 때 재고의 여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미국의 도축시스템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는 다우너 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최대의 리콜사태까지 빚어진데다, 미국 내 첫 감염 사례가 될 수도 있었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이 발생했다"면서 "언론 입장에서 정부가 미국의 도축시스템 파악에 소홀했다고 평가한 것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정부 정책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대상'

언론출판 자유의 한계를 논할 때 만약 그 표현내용이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면 언론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에 관련되는 정부 정책이라면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협상단에 대한 비판행위는 언론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재판부는 봤다.

비록 PD수첩의 비판으로 협상단의 사회적인 평가가 저해됐다고 한들 협상단에 속한 개인의 명예를 고의적으로 훼손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개인을 지칭해 비난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같은 논리를 들어 PD수첩 보도 핵심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므로 쇠고기 수입업자들에 대한 업무방해혐의 역시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wicke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