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사 일지 3
내각·靑참모진, 전문가·관료형 중용→정치인 중심 친정체제
靑, 이병기 체제서 불통 해소…수석에 측근 정치인 대거 입성
'인선 진통' 거친 내각, 정치인 5명 포진 '비서형'서 '참모형' 변화
與지도부 친박→비박 무게이동…계파 갈등서는 주류 친박 '판정승'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홍정규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임기 5년의 절반을 지나는 동안 당·정·청 여권 수뇌부의 권력 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청와대와 내각은 출범 초기 전문가·관료 중심에서 정치적 위기를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는 친정 체제 구축으로 변화가 이뤄졌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비박(비박근혜)계로 재편됐으나 주류인 친박은 당내
소수임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파워엘리트 구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총리 후보 연쇄 낙마나 2013년 조각 당시 장·차관급 줄사퇴 등 각종
인사 파동은 박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또한. 세월호 참사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악재와 성완종 파문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여권의 정책 불협화음 등은 여권 수뇌부 인적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스트 김기춘' 靑 권력분산 뚜렷…측근 입성도 눈길 =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의 권력 구도는 '왕실장', '
기춘 대원군' 등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전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김 전 실장은 정부 출범 멤버인 허태열 전 실장의 뒤를 이어 2013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17개월간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당·정·청을 장악,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불통과 인사 난맥의 진원지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비선실세 의혹 파문을 계기로 올 초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후임 이병기 실장은 일본 대사와 국가정보원장을 거친 측근이었지만 김 전 실장 시절 '불통 논란'을 사그라지게 하는데 기여했고,
인사 잡음도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 퇴임과 맞물려 비서실장에게 쏠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청와대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국정기획수석을 선임 수석인 정책조정수석으로 바꿔 그 자리에 현정택 전 KDI 원장을 앉히고 정책 분야 총괄을 맡긴 것이다.
수석비서관 중에서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박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 속에 정부 출범 때부터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정진철 인사수석도 지난해 7월 자리 신설과 함께 임명된 이후 바뀌지 않은 가운데 나머지 수석들은 모두 교체됐다.
요직인 정무(이정현→박준우→조윤선→현기환), 민정(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
홍보(이남기→이정현→윤두현→김성우) 수석 자리는 가장 잦은 교체 대상이었다.
현재 수석비서관의 면면을 보면 측근 정치인의 기용을 통한 친정체제 구축이 눈에 띈다.
정부 출범 당시 이정현 전 수석 한 명에 그쳤던 측근 정치인은 현재 현기환 정무, 안종범 경제, 김현숙 고용복지 등 3명으로 늘었다.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에는 국방장관을 지낸 김장수 주중대사에 이어 김관진 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군 출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연이은 인사파동…황교안 총리 중심으로 내각 안정화 = 국무총리 인선 난맥상은 박 대통령을 가장 괴롭혔던 골칫거리였다.
조각 당시 김용준 후보자가 전관예우, 투기의혹 등으로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두 후보자가 연쇄 낙마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올초 이완구 전 총리도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 면제 의혹과 언론 외압 의혹으로 큰 상처를 받고서 천신만고 끝에
총리에 올랐으나 '성완종 파문'에 휩싸이며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은 채 사퇴했다.
장관 인선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각 당시 김종훈 미래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고,
지난해 6·13 개각 때도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사퇴했다.
이처럼 인사 파동을 거쳤지만 황교안 전 법무장관이 현 정부 세번째 총리로 임명된 이후 내각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내각의 특징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 출범 초기 관료나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 중심의 '비서형' 내각이 구성됐다면
현재는 관료 출신이 줄고 그 자리를 측근 정치인이 메우면서 '참모형'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장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김희정 여성부 장관, 유일호 국토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5명이다.
이처럼 '친정체제 구축'으로 내각 특징이 변화한 것을 놓고 박 대통령의 인사·통치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교수 출신을 중용하거나 한번 믿고 쓴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장관 가운데 교수 출신은 최양희 미래, 홍용표 통일, 정종섭 행자, 김종덕 문체, 정진엽 복지(내정) 등 5명이며,
정부 출범 때부터 계속 자리를 지키는 인사는 윤병세 외교, 이동필 농림, 윤상직 산업, 윤성규 환경 등 4명에 달했다.
◇與 친박서 비박으로…친박 소수한계 절감속 파워 건재 = 새누리당의 파워엘리트 그룹도 집권 초반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됐다가 비박계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며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 출범 당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의 '친박 투톱' 체제로 구성됐던 당 지도부는 이후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을 맡으면서 계속됐다. 특히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등 친박 주류가 요직을 장악하며 새누리당은 '친박 전성시대'를 맞았다.
친박계의 아성은 김무성 대표의 여의도 복귀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4·24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칭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비주류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고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지지를 업고 대표에 뽑히면서 당권을 장악했다.
김 대표 취임은 황우여·최경환 등 친박 중진 의원들의 내각 차출과 맞물려 비박계가 당의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또 이완구 원내대표의 총리 지명 이후 '원조 친박'이지만 자신만의 정치색채를 드러내며 비박계로 분류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의 권력 지형은 또 한 번 요동쳤다.
하지만, 비박계 지도부와 주류 친박계의 갈등은 속속 터져 나왔고,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양측은 극렬하게 맞붙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물러나면서 친박계는 계파갈등 정국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당내 소수라는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