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릅 회장 구속 집단경영
CJ그룹이 지난 1일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생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너가와 전문 경영인 5인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만들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외숙부인 손경식 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주식회사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의 5명 위원으로 구성된
그룹 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2일 밝혔다. 위원장은 손 회장이 맡는다.
CJ그룹은 "앞으로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은 경영위원회가 맡는다"고 말했다.
전에는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 그룹 전체의 정책 변화, 중장기 전략 같은 경영 사안에 대해서는
이재현 회장이 지주회사인 CJ주식회사를 통해 결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룹 경영위원회가 이재현 회장의 역할을 한다.
경영위원회는 최소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에 2회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CJ그룹에 따르면 경영위원회가 맡을 심의 사항은 그룹의 경영 안정과 중장기 발전 전략, 신뢰성 향상 방안,
그룹의 사회 기여도 제고 방안 등이다. 손 회장은 2일 경영위원회 위원, 계열사 CEO들과 회의를 갖고
"책임 경영 체제의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손경식 회장이나 이미경 부회장이 이재현 회장의 자리를 맡는 방안, 명망 있는 전문 경영인을
스카우트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은 회의체를 선택했다.
◇오너가·전문 경영인 섞여
우선 손경식 회장이나 이미경 부회장 한 사람이 이재현 회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부담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과 같이 그룹을 경영했지만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뒤부터 경영 일선에서는 벗어나
상의 회장 활동에 치중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상의 회장직을 버릴 수도 없다.
이미경 부회장은 그동안 CEO 경영 회의에는 거의 매번 참석해 그룹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실제 경영 경력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외부 명망가 스카우트는 조직에 단기간에 융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선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너가와 전문 경영인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협의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동생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재현 회장은 젊은 시절 손 회장으로부터 회계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CJ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 경영을 할 때부터 그룹에서 일했다.
이미경 회장은 CJ그룹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채욱 회장은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GE 아시아 총괄 사장,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고 지난 4월 CJ그룹이 새로 인수한 대한통운의 CEO로 스카우트됐다. 이관훈 CJ 사장과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은 2011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일정한 경영 공백은 피할 수 없을 듯
문제는 이재현 회장이 CJ그룹 내에서 갖고 있던 위치가 절대적이었다는 점이다. 1993년 그룹을 경영하기 시작한 이 회장은 1995년 매출 1조7000억원이었던 제일제당을 26조8000억원의 CJ그룹으로 키운 사실상의 창업자다. 또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42%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오너이자 세밀하게 경영을 챙기던 경영인이었다.
경영위원회는 당장 해야 할 숙제가 많다. CJ제일제당이 중국 사료 원료 업체를 인수하려던 협상 등도 중단돼 있다. 각 계열사나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정지돼 있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물류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었으나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뒤 인수작업이 사실상 중단됐거나 실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훈 CJ주식회사 사장은 2일 사내 방송과 이메일을 통해 '흔들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사장은 "이재현 회장은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우리 그룹을 발전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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